[생생 러시아] 007 첩보전 방불케 한 신경전…이미 스웨덴전은 시작됐다!

입력 2018-06-1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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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레오강 슈타인베르크 슈타디온에서의 축구대표팀. 사진제공|대한축구협회

정보 수집, 스파이, 트릭….


축구국가대표팀은 스웨덴과 18일(한국시간)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서 운명의 승부를 갖는다. 정확히 이틀 남은 결전. 현지 분위기는 오래 전부터 불타올랐다. 마치 영화 007 시리즈에서나 접할 수 있는 단어가 쉴 새 없이 등장하면서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대표팀 신태용 감독이 “현대축구는 정보싸움의 영향이 상당하기 때문에 세부적인 훈련 내용과 우리가 활용할 주요 전략은 공개할 수 없다”는 말과 함께 11일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세네갈 평가전을 비공개로 하자 스웨덴이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요즘 세상에 A매치를 비공개로 하는 법이 어디 있느냐?”


단단히 뿔이 났는지 스웨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러시아 흑해연안의 유명 휴양지 겔렌지크에 여장을 푼 욘 안데르센 감독과 선수들은 “한국은 분석하지 않았다. 관련 영상도 보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스웨덴대표팀의 한국 전담 분석관으로 활동해온 랄스 야콥슨이 3일부터 12일까지 오스트리아 레오강에서 진행된 태극전사들의 사전훈련캠프를 염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스웨덴대표팀 구성원들의 이야기가 거짓임이 드러났다. 당시 태극전사들이 전용훈련장으로 쓴 슈타인베르크 슈타디온의 인근 건물에서 야콥슨이 대표팀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봤다는 전언이 등장하면서부터다.


그렇지만 어디까지 우리에 대한 분석이 이뤄졌는지 확인할 수 없다. 실제로 슈타인베르크 슈타디온 주변은 대표팀의 상황을 면밀히 체크할 만한 높은 건물이 없다. 높은 나무들이 빼곡한 높은 산이 한 면에 있고, 주변은 넓은 들판이다. 건물을 굳이 찾자면 통나무로 지어진 퇴비 보관용 창고와 베이커리 식당이 전부였다.


그나마 식당에서 훈련장을 바라보면 사각지대가 대부분이라 제대로 선수들의 전술 훈련을 살피기 어렵다. 더욱이 등번호가 없는 트레이닝복을 입고 뛰면 가장 키가 큰 김신욱(전북 현대)을 간신히 식별할 수 있는 정도다. 아무리 망원렌즈가 있어도 정확한 선수 구분이 어렵다. “완전한 분석은 불가능할 뿐 아니라 혹여 분석관이 왔다고 해도 제대로 살필 수 없었을 것”이라는 우리 대표팀 측의 반박이 나오는 배경이다.


어쨌든 제대로 불이 붙었다. 태극전사들은 자나 깨나 오직 스웨덴전만 생각하며 의지를 다지고 있다. 적어도 스웨덴전의 중요성을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숨기지는 않는다. 14일 대회 베이스캠프 전용훈련장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파르타크스타디움에는 스웨덴 방송 취재진이 등장해 열기를 더했다.


한편, 태극전사들은 16일 국제축구연맹(FIFA)과 대회조직위원회가 제공한 전세기로 월드컵 베이스캠프가 마련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떠나 니즈니노브고로드로 이동한다. 경기 당일 곧바로 돌아오는 2박 3일의 짧은 여정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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