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프리즘] 면세점 3강 대전…선두 교체냐? 승자의 저주냐?

입력 2018-06-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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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vs 호텔신라 vs 신세계…‘면세점 삼국지’ 향후 전망

신세계, 9000억원대 사업권 싹쓸이
선두권 롯데·호텔신라 바짝 추격
11월 오픈 현대百, 판도 변화 주목


최근 몇 년째 유통공룡들의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면세점업계 판도가 급변했다. 30여년간 이어져 온 롯데-호텔신라의 양강 체제가 지난주를 기점으로 사실상 깨졌다.

대표적인 재벌2세 여성경영인,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의 격돌로 관심을 끌었던 인천공항 제1터미널 면세점 사업권은 22일 신세계로 결정됐다. 신세계가 이번에 확보한 제1터미널 면세점 매출은 연간 9000억원대에 이른다. 지난해 국내면세점 전체매출 14조원의 6.4%가 넘는 규모다.

인천공항의 사업권을 따내면서 면세점 시장 점유율은 롯데(35%), 호텔신라(29.6%), 신세계(19%)로 바뀌었다. 신세계의 경우 7월 서울 반포 센트럴에 문을 여는 강남점을 포함하면 22%까지 올라간다. 2위 호텔신라가 추격 가시권이고, 더 나아가 업계 선두를 꿈꾸는 ‘빅 픽쳐’까지 구상할 수 있다.

업계의 절대강자에서 이제는 치열한 추격을 받는 ‘불안한 1위’로 상황이 바뀐 롯데가 옛 영화를 찾기 위해 분주해졌다. 면세점 제도가 바뀌면서 특허기간 만료시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1회 갱신이 허용되어 사업권을 새로 따낼 기회가 당분간 없다. 따라서 현재 갖고 있는 시내면세점의 영업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마침 꽁꽁 얼어붙었던 중국방한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어 이들을 집중 공략할 전망이다. 이와 함께 해외 면세점 확보에 적극적이다. 롯데는 현재 일본 긴자와 간사이공항, 미국 괌공항, 인도네시아 자카르타공항과 시내, 태국 방콕 시내, 베트남 다낭공항 등에 면세점을 운영하고 있고 이달 중 베트남 나트랑공항점이 문을 연다. 롯데는 대만 타오위안공항 면세점 입찰 참여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진출에 적극적인 것은 신라도 마찬가지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을 비롯해 마카오, 홍콩 공항과 태국 푸켓 시내, 일본 도쿄 시내 등 5개의 해외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역시 타오위안공항 입찰 참여 등 신세계의 추격을 따돌릴 과감한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 현대백화점, 서울 삼성동 황금상권에 11월 면세점 오픈

하지만 업계 일부에서는 이렇게 선두를 바짝 긴장시키는 신세계의 공격 행보가 오히려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세계는 이번에 인천공항 사업권을 따내기 위해 신라보다 675억원이나 더 제시했다. 당장 7월부터 1년 동안 3370억 원을 임대료로 내야 한다. 전체 매출에서 임대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47%나 된다. 고객 구매력이 높은 대한항공 등 4개 항공사가 제2터미널로 옮긴 상황에서 앞으로 예전만큼 매출이 나올지도 불투명하다. 신세계 이전에 사업권을 갖고 있던 업계1위 롯데가 발을 뺐던 것도 줄어드는 매출에 비해 과도한 임대료 부담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하반기 시장에 등장하는 현대백화점의 존재도 관심거리다. 현대백화점은 2016년 말 시내면세점 특허권을 따냈는데, 11월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점에 면세점을 오픈한다. 무역센터점 8층부터 10층까지 1만909m² 규모다. 지난해 말 개장하려다가 중국 사드보복으로 인한 방한시장 위축으로 1년 늦췄다. 롯데, 신세계와 함께 백화점, 아울렛을 두루 갖춘 유통전문기업이고, 위치가 서울 강남 황금상권이어서 3강 체제를 비롯한 면세점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관심거리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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