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현장] “전종서 통해 나를 돌아봤다”…‘버닝’ 유아인의 고백 (종합)

입력 2018-10-06 19:53: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제공|CGV아트하우스

[BIFF 현장] “전종서 통해 나를 돌아봤다”…‘버닝’ 유아인의 고백 (종합)

유아인과 전종서. ‘버닝’ 개봉 이후 약 5개월 만에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오픈토크에서 재회한 두 사람이 영화뿐 아니라 현실에서도 묘한 케미스트리를 그려냈다.

6일 오후 7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씨네마운틴에서는 영화 ‘버닝’의 오픈토크가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는 ‘버닝’의 주연 배우 유아인과 전종서가 참석했다. 당초 오후 3시로 계획됐던 이 행사는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취소됐다가 오후 7시로 시간을 연기해 정상 진행됐다.

유아인은 “낮에 태풍 때문에 시간이 연기되고 많은 분이 오래 기다려주신 것으로 알고 있다.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인사했다. 전종서는 “부산국제영화제라 ‘갈매기’ ‘따뜻한 환경’을 생각했는데 태풍이 몰아쳐서 바다가 까매졌더라. 실내에서 하는 것도 느낌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3년 만에 오픈토크에 함께하게 된 유아인은 “당시의 나는 꼬맹이였다. 그때는 많이 상기된 상태였다. 해프닝과 사건이 많음에도 익숙지 않았다”며 “이전보다는 많이 담담해졌다. 그간 관객들을 만날 기회가 적었는데 이번 만남에 기대감이 컸다. 만나 뵙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유아인과 전종서가 함께 출연한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이창동 감독의 작품으로 제71회 칸 국제 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화제가 됐다.


유아인과 전종서는 영화의 비하인드를 언급하다 가장 합이 좋았던 장면과 관련된 질문을 받았다. 유아인은 “‘딱 맞다’는 느낌이라고 이야기하면 이창동 감독님이 별로 안 좋아하신다. ‘틀리지 않았다’ 거나 그나마 ‘진실한 느낌을 가져간다’ 정도가 좋을 것 같다”며 “그런 느낌을 시도해볼 수 있는 신은 우리가 함께 나쁜 무언가(마약)를 피우는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많이 시도했고 장기간 시도했고 다양한 방식으로 느낌을 맞춰가던 순간이었다”며 “해미가 하늘을 향해 알 수 없는 춤사위를 보이는 장면을 많은 분이 좋아해주시더라. 나 또한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유아인은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려서 그 하늘을 만났다. 재밌었던 건 그 시퀀스를 여러 날에 걸쳐 촬영했는데 처음과 마지막의 하늘이 비슷했다. 그건 정말 신기했다”고도 전했다.

전종서 또한 “나도 그 장면이 제일 좋았다”면서 “해당 장면에서 벤이 하는 대사 중에 ‘재밌으면 뭐든지 한다’고 했는데 요즘 거기 꽂혀있다. 그 대사에 매료돼 있다”고 말했다. 이에 유아인은 “위험한 여자”라고 농담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진 질문. 유아인은 ‘연기론’에 대한 물음에는 “고수하는 연기 스타일은 없다”고 대답했다. 유아인은 “물론 고착된 연기 형태가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장의 요구를 따라갈 뿐이다. 보다 적합하고 보다 더 효과적인 연기를 하려고 애쓴다. 정말하고 좌절하는 순간은 그 요구에 근접하지 못했을 때다. 그럴 때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고 속에 있던 고민을 풀어냈다.

그러면서 유아인은 전종서를 보며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는 “전종서는 나와의 교집합을 찾으려고 애쓰지 않아도 나의 처음을 생각하게 만드는 배우였다. 때로는 모나있고 때로는 터프하고 러프할 때도 있었지만 그런 모습이 사람답고 인간적이었다.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돕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유아인은 “나의 처음을 떠올리면 뜨겁고 신선하고 외로웠던 것 같다. 외로움이 만드는 빛깔도 있겠지만”이라며 “전종서가 정서적으로 외로울까봐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전종서는 “유아인과의 작업은 정말 재밌었다. 닮고 싶은 부분이 많은 분”이라며 “굳이 어떤 이야기를 안 해도 매력이 정말 많은 사람이다. 재밌었다. 그런 면을 닮고 싶다”고 화답했다.

유아인은 전종서를 바라보며 감탄 또 감탄했다. 그는 “이창동 감독님에 대해 물어보는 인터뷰가 있었다. 그때 내가 얼마나 때 탄 사람인지를 느꼈다. 내가 먼저 인터뷰를 했는데 온갖 말을 동원해 감독님을 표현했다. 그런데 전종서 이 친구는 ‘이창동 감독님은 이창동 감독님이에요’라고 하더라. 그게 맞다. 감히 뭐라고 표현한다 해도 누군가를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없다. 이 친구의 현명함에 혀를 내둘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의 앞길에 방해가 되지 않겠지만 함께하고 싶다”고 다음 인연을 기약해 왠지 모를 또 하나의 기대를 더했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