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C] 박준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일반범죄연구실장 인터뷰

입력 2018-11-0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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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준휘 일반범죄연구실장은 불법 스포츠도박이 “중독성과 접근성 때문에 누구나 가담할 수 있다”고 그 위헝섬을 경고하며 범죄수익 환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현행 국민체육진흥법은 “투표권 발행권자가 아닌 자가 체육진흥투표권 또는 이와 비슷한 것을 발행하여 결과를 적중시킨 자에게 재물이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를 불법 스포츠도박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스포츠토토를 제외한 모든 수단과 형태의 스포츠베팅은 불법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불법 스포츠도박은 검은 유혹의 손을 더욱 키워가고 있다. 이는 참여자의 개인적 손실과 도박 중독 위험 등은 물론 지하경제 규모의 확대 등 국가 및 사회적 폐해로까지 이어진다. 이에 전문가들은 불법 스포츠도박을 추방하기 위해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동안 이 분야를 지속적으로 연구해온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준휘 일반범죄연구실장(행정학 박사)를 만나 그 대안을 모색한다.

박준휘 실장은 불법 스포츠도박이 “즉시성(중독성)과 접근성”으로 많은 이들을 유혹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도박의 대상이 되는 스포츠경기의 결과를 바로 알 수 있고,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발달에 따른 손쉬운 참여”로 인해 그 규모가 더욱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에 따라 스포츠베팅과 관련해 두 가지 관점을 강조했다. 우선 불법 스포츠도박에 대한 강력한 단속과 이를 통한 범죄수익 환수다. 날로 그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 불법시장의 범죄와 그로 인한 도박 중독을 방지하는 직접적이고도 실효적인 방안이다.


● “범죄수익 환수가 필수”


-불법 스포츠도박의 확산 추이가 가파르다.

“대체로 합법 사행산업은 20조원 규모이다. 하지만 불법시장은 70조원대에 이른다. 그 가운데서도 불법 스포츠도박은 성장 속도가 너무 빠르다. 경마는 고객층이 대체로 노령화하는 추세다. 시장 규모도 줄어들고 있어 확장 가능성도 크지 않다. 하지만 불법 스포츠도박은 다르다.”


-왜 불법 스포츠도박이 만연할까.


“돈이 되니까! 도박 참여자들은 이미 중독이 됐고. 불법행위로 적발되어도 처벌은 미약하다. 대부분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불법 스포츠도박 범죄를 수사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다. 시간과 공력을 많이 들여야 한다. 사법당국의 수사 단계에서 불법 스포츠도박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쫓지도 않는다. 또 자금 추적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 도박 자금의 흐름을 파악해 그 원천을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 자칫 돈세탁의 창구로 악용될 가능성도 크다.”


-불법 스포츠도박 시장에 폭력조직이 뛰어든 지도 오래다.


“불법도박은 전형적인 조직범죄이다. 여러 사람이 조직에 참여해 위계에 의해 범행을 저지른다. 큰 조직이 있고 이들이 소규모 단위의 조직을 만들어내 불법행위를 저지른다. 폭력조직은 경기 결과 및 게임 조작은 물론 불법도박의 자금줄이 되기도 한다.”


-많은 불법 스포츠도박이 해외에 서버를 두고 이뤄진다.

“외국 당국과 공조수사는 여전히 어렵다. 외국 당국 입장에서는 별 이익이 되지 않으니까. 최근에는 아예 국내에서 범죄행위를 자행하면서 서버를 마치 해외에 둔 것처럼 가장하는 수법까지 생겨나 심각성을 더한다.”


-청소년의 불법 스포츠도박 가담도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안다.

“불법 스포츠도박의 새로운 수요자가 청소년이다. 하지만 그 규모나 심각성에 대한 실태 파악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 음주나 흡연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다. 스포츠도박의 특성상 즉시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빠져든다.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을 합리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말도 그래서 나온다. 스마트폰 판매 단계부터 규제해야 한다는 거다. 이를 공론화할 필요도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청소년이 왜 도박에 빠져드는지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거다. 스포츠도박이 다른 많은 것보다 재미있기 때문일 거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 같은 불법 스포츠도박의 확산을 막기 위해 강력한 감시와 단속은 필수.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행은 쉽지 않다. 박 실장은 불법 스포츠도박 단속과 감시를 위한 전담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현재 검찰과 경찰,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 관련 기구들이 있다. 하지만 각기 분산되어 있고 전문인력 또한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신규 전담기구 설립이 필요한 이유다. 30명의 전문인력만 있어도 양태는 달라질 거다“고 설명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준휘 일반범죄연구실장.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스포츠베팅을 다시 들여다보자”

박준휘 실장은 이 같은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단속과 감시의 한편에서 이제는 스포츠베팅을 산업적 측면에서 바라볼 때도 됐다고 조심스레 지적했다. 이를 위해 양성화와 합법화를 연구해가는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우선 불법시장의 규모와 실체를 온전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 관련 전담기구를 설치해 지속적으로 단속해가야 한다”는 전제 아래서 그는 “이와 함께 산업으로서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스포츠베팅의 양성화나 합법화를 논의하기에는 아직 이르지 않나.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반도에서 해수욕장을 세 곳만 허가해줬다고 생각해보자. 불법적인 해수욕장이 많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차라리 해수욕장에 대한 허가의 폭을 넓혀서 그 운영자들끼리 시장을 감시하라는 거다. 스포츠베팅의 경우 대부분 온라인을 통해 불법행위가 이뤄진다. 온라인 공간을 관리한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다. 스포츠도박 중독자들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제도권 안에 들어와야 관리와 치료도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시민사회의 반발도 클 수 있다.

“당연하다. 그러니 로드맵이 필요한 거다. 불법 스포츠도박 폐해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한 뒤 단속과 함께 3년 정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중해야 한다. 전담기구도 그래서 중요하다. 이와 함께 철저한 도박 중독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 도박 중독자의 90%가 불법시장에서 나온다는 조사 결과도 있지 않나. 또 스포츠베팅의 총 매출액에 대한 세금은 높이고 환급률은 낮출 필요도 있다.”


-그래도 여전히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


“마냥 도덕률이라는 개념과 관점으로만 접근하지 말자는 거다.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을 전제로 관리 가능한 시장이 필요할 수도 있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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