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인터뷰] 송재정 작가 ‘포켓몬 고’ 해보고 뒤통수 팍…‘알함브라’ 영감 얻었죠

입력 2019-01-1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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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쓴 송재정 작가. 사진제공|CJ E&M

대한민국이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에 빠져 있던 2016년. 드라마 ‘더블유’를 끝낸 송재정(46) 작가도 열기에 떠밀려 서울 여의도 한복판에서 ‘포켓몬 고’를 열어봤다.

“우와! 이거 엄청난데?”

소재 고갈로 방황하던 그에게 ‘포켓몬 고’의 증강현실은 뒤통수를 탁 치는 ‘한 방’이었다. 그 길로 쓰고 있던 블랙코미디 드라마 시놉시스를 뜯어 고쳤다. 드라마 속 삼류 기타리스트 유진우(현빈)는 칼을 든 투자자 대표로 재탄생했다.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알함브라)의 기상천외한 시작이었다.

“저도 이런 작품을 쓰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니까요. 하하.”

MBC 드라마 ‘W’. 사진제공|MBC


● “학창시절? ‘안 모범’ 학생이었다”

송재정 작가는 ‘순풍산부인과’, ‘크크섬의 비밀’ 등의 대본을 쓴 시트콤 출신이었다. 그런 송 작가가 정극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주위 모두가 말렸다. tvN ‘인현왕후의 남자’(2012)를 쓸 때까지만 해도 “너무 많은 구박”을 받았다. 하지만 7년 만에 “제작사가 믿어주는” 드라마 작가가 됐다.

그렇게 된 데에는 ‘나인:아홉 번의 시간여행’(나인), ‘더블유’ 등을 통해 입증한 독특한 세계관의 힘이 컸다. 송 작가가 지닌 독창성의 원천은 뭘까.

“독창적이란 칭찬은 민망하다.(웃음) 평소 소설 같은 스토리텔링 콘텐츠보다 평전, 잡지 등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본다. ‘알함브라’의 유진우도 미국 테슬라사의 대표 엘론 머스크의 자서전을 읽다 영감을 얻어 만든 인물이다. 학창시절이 남달랐냐고? 전혀. 눈에 안 띄면서도 한심한, ‘안 모범’ 학생이었다. 공상하고, 게임하고, 책 읽는 걸 좋아하는데 공부만 열심히 안 했다, 하하.”

작가로 데뷔한 후엔 쓰고 싶은 대로 써왔다. 코미디가 좋아서 시트콤을 만졌고, 판타지와 멜로가 하고 싶어 드라마로 넘어왔다. 초반에는 “판타지의 기본도 모른다”는 전문가들의 날선 시선도 받았다.

“판타지라는 게 어떻게 쓰라고 정해져 있는 건 아니잖아요.”

송 작가는 오기가 생겼다. 그리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드라마를 써 ‘송재정식 작법’을 만들었다.

“예능프로그램과 시트콤을 참 오래했다. 드라마를 써보겠다고 연습을 하거나 공부한 적은 없다. 정통 드라마와는 거리가 먼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이런 ‘혼종’의 이야기를 내놓나보다.(웃음) 나는 16개의 엔딩을 정해놓고, 한 시간짜리 영화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스토리를 짠다. 엔딩이 정점을 찍도록 하고, 이를 이어가는 작법으로 쓰는 거다. 그래서 낯설어하는 시청자가 있는 것 같다. 노력을 해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사진제공|tvN


● “게임 소재, 시도에 그치기에 아까워”

송 작가는 “온갖 게임을 섭렵한” 경험을 갖고 있다. ‘문명’, ‘대항해시대’, ‘클래시 오브 클랜’과 같은 게임을 줄줄 읊는 송 작가의 눈이 빛났다. 게임 사랑이 결국 ‘알함브라’를 탄생시켰다. ‘알함브라’로 증강현실을 구현하는 기술력을 확인했다는 송재정 작가는 “이렇게 잘하는 걸 아는데 시도만 하는 건 너무 아깝다”고 말했다.

“아직 기획 중인 후속작은 없다. 다만 하나를 시작하면 질릴 때까지 하는 스타일이다. ‘인현왕후의 남자’, ‘나인’을 할 때에도 타임슬립만 쓰지 않았나. 이번엔 게임의 룰을 설명하는 것에 그쳤으니, 다음엔 제대로 퀘스트(일종의 임무)에 들어가면 어떨까 한다. 한 번 해봤으니 시청자도 잘 따라올 것 같다.”

이제 10부작 이내의 시즌제 드라마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송 작가는 “내 작법이 16부작 드라마를 만드는 것보다 짧은 시즌물에 더 적합하다는 걸 ‘알함브라’를 보며 깨달았다”며 시즌제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tvN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쓴 송재정 작가. 사진제공|tvN


● “약점, 늘 극복하기 어렵다”

독창성은 인정받지만, ‘알함브라’에는 여러 비판도 뒤따랐다. 느린 전개, 개연성이 부족한 채 부분을 메우는 ‘마법’이란 장치가 그렇다. 송재정 작가는 지적에 나름의 해명을 내놨다.

“개인적으로 전개가 느린 것은 못 느꼈다. 내 입장에서는 모든 것을 잃고 고뇌하는 유진우의 감정이 중요했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에 집중했는데, 미션을 해결하는 과정에 재미를 느꼈던 시청자로서는 맥이 탁 풀렸을 수도 있다. ‘마법’의 경우, 증강현실 소재이니 SF물을 기대했던 사람이 많아 실망한 것 같다. 이런 장치가 없으면 아마 SF물이 됐을 거다. ‘알함브라’가 판타지와 SF의 경계를 흩뜨리며 진행되는 것처럼 경계를 오가는 것을 잘 한다. 마법이 바로 그 역할을 해줬다.”

멜로와 판타지가 잘 맞물리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송 작가는 이것만큼은 “하드한 이야기에 멜로를 넣는다는 게 참 어렵더라”며 단번에 인정했다. 멜로를 하기 싫은데 억지로 하는 사람 같다는 반응도 봤다는 그는 “저 멜로 좋아해요”라고 항변(?)했다.

원래 진우와 희주(박신혜)는 우정에 가까운 관계였지만, 현빈과 박신혜을 캐스팅하면서 러브라인으로 바꿨다. 송 작가는 “두 분의 미모가 너무 아까워서 스토리 구조를 망가뜨리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해 멜로를 추가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멜로가 어렵게 꼬일 수밖에 없었음도 시인했다.

송 작가는 “약점은 늘 극복하기 어려운 것 같다”며 겸손해했지만, 새로운 작품에서 그의 독창적인 시선이 다시 한 번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을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 송재정 작가

▲ 1973년 11월 28일생 ▲ 1996년 이화여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 SBS ‘폭소하이스쿨’로 작가 데뷔 ▲ 시트콤 ‘똑바로 살아라’, ‘순풍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등 집필 ▲ 2007년 MBC ‘거침없이 하이킥’ ▲ 2013년 tvN 드라마 ‘나인:아홉 번의 시간여행’ ▲ 2016년 MBC 더블유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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