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보다 강력한 언어는 없다” 극단무천의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

입력 2019-02-07 16:58: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극단무천 연출가 김아라.

파격연극의 대명사인 <관객모독>과 영화 <베를린천사의 시> 원작자인 오스트리아작가 <페터 한트케 Peter Handke>의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Die Stunde, da wir nichts voneinander wußten(1992)>은 대사가 없다.

무언극, 침묵극으로 불리는 이 희곡은 마치 영화 큐시트같이 장면과 시간 그리고 느낌만 가득하다.

일본의 전설적인 작가 오타쇼고(1939-2007)의 침묵극 4부작 <물의 정거장><바람의 정거장 ><모래의 정거장> <흙의 정거장>을 연출한 전방위 연출가 극단무천의 김아라가 5년 만에 또다시 침묵극으로 돌아왔다.

이미 침묵극 <정거장 시리즈>로 무대 위 존재가능한 모든 미학을 제시한 연출가 김아라는 텅 빈 광장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시간과 시간, 움직임과 시선, 걷기의 세기, 느림과 찰나 등 시공간을 마치 위에서 4차원적으로 내려다보듯 연출했다. 여기에 빛과 영상, 음악 등의 감각적인 장치를 구사해 한 편의 비언어총체극을 만들어냈다.

연극 <우리가 서로 알 수 없었던 시간>은 제목에서 시사하듯 수많은 사람들이 지나가는 임의의 광장에서 비껴가는 시간들과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광장에는 노숙자가 있다. 그는 작가의 경험처럼, 광장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보는 사람이다.

그는 관찰자이면서도 동시에 광장을 지키는 유일한 사람처럼 보인다. 그러나 비껴가는 사람, 그룹으로 등장하는 사람들과 전혀 별개의 또 한 사람일 뿐이다.

이 연극은 광장을 지나치는 인간 군상들을 광장 노숙자의 시선으로 다룬다. 한 사람의 시선에 비치는 현실과 비현실 혹은 꿈을 통하여 이 세상의 고독과 소외, 불통과 대립된 양상을 나열한다.

그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노숙자가 ‘인간이 되고 싶으나 결정하지 못하고 거리를 배회하는 천사’였음을 알게 되는 것은 연극의 종결 부분이다. 이러한 반전을 통해 연극은 이 사회가 처한 현실을 비극적으로 바라보는 연출자의 시선을 대변한다.

배우 정동환.


배우 정동환은 1969년 연극무대 데뷔 후 무대 위에서 어떤 배역이든 강렬한 에너지를 보여주는 독보적인 배우이다.

최근 <햄릿>(2016년), <오이디프스>(2011), <고곤의 선물>(2004·2008)에 출연했다. 1993년 백상예술대상 남자최우수연기상, 2001년 김동훈연극상, 2009년 이해랑연극상 등을 수상했다.

정동환이 선택한 2019년 첫 역할은 노숙자 광대다. 연극, TV, 영화에서 왕 역할만 도맡아해 온 배우 정동환이 무대 위에서 헐벗은 노숙자로 서있다. ‘기본으로 돌아간다’는 마음으로 70의 노장배우가 도전하는 침묵극의 광대역할에 연극계가 주목하고 있다.

배우 권성덕은 현역 연극배우로서 노장 중의 노장이다. 1940년생으로 1965년 연극무대에 데뷔한 이후 쉬지 않고 무대에 섰다. 국립극단 수석단원을 거쳐 단장직을 역임했다.

<파우스트>(1984), <아마데우스>(2003), <한번만 더 사랑할 수 있다면> (2010), <모레의 정거장>(2011>, <동주앙>(2011), <할아버지의 호주머니>(2000) 등의 작품에 출연했으며 지난 54년간 연극계에서 존경받고 있다.

1984년 국립극단의 <파우스트>에서 보여준 악마연기는 아직도 회자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연출가 김아라는 1956년 광주에서 태어났다. 이대부고 재학시 연극 한 편을 보고 연출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중앙대 예술대 연극영화과를 거쳐 미국 위스컨신 주립대학, 뉴욕 시립대학 헌터 컬리지에서 수학했다.

1986년 테네시 윌리암스의 <장미문신>으로 연출에 입문했으며 <숨은 물>, <에쿠우스>, <사로잡힌 영혼>, <이디푸스와의 여행>, <오이디푸스 삼부작>, <셰익스피어 사대비극>, <봄날> 등 40여 작품을 연출했다.

1992년 극단 무천을 창단했으며 <베를린 한국 페스티발 폐막공연>, <덴마크 아루스 국제 무대예술제 개막공연>, ,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주제공연>, <광주 5.18민주항쟁 20주년 기념공연>, <한국문학나눔축제>, <경주-앙코르 세계문화축제 폐막공연>, <무천캠프 사계절 축제> 등 대형 축제와 주제공연을 제작, 총감독, 연출했다.

현재 극단 무천, 복합문화예술 소극장 창작팩토리 스튜디오 09 대표로 재직 중이다.

김원익 소장.


역자 김원익은 문학박사, 신화 연구가, (사)세계신화연구소 소장이다.

연세대 독문과를 졸업하고 독일 마부르크 대학에서 수학했다. 현재 홍익대, 서울 과기대, 추계대에서 독문학, 독일어, 신화를 강의하고 있으며 기업체, 지역 도서관 등 전국 각지에서 신화를 소재로 활발하게 인문학 특강을 하고 있다.

역서로는 헤시오도스의 <신통기>, 아폴로니오스 로디오스의 <아르고호의 모험>, <이아손과 아르고호의 영웅들>, 평역서로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오비디우스의 <사랑의 기술>이 있다.

<그리스 로마 신화와 서양 문화(공저)>, <신화, 세상에 답하다>, <신화, 인간을 말하다>, <신들의 전쟁>, <그림으로 보는 신들의 사랑> 등의 책을 썼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