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의 해피존] 10년 뒤 야구장, ‘프레이밍이 뭐죠?’

입력 2019-05-09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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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S 시스템. 사진출처|MBC 스포츠플러스 방송 화면 캡처

포수의 프레이밍은 감탄을 자아낸다. 볼을 스트라이크로 만드는 정상급 포수의 기술은 참 절묘하다. 성공적인 프레이밍 하나로 경기 흐름이 완전히 뒤바뀌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그만큼 프로야구 구심의 볼 판정이 정교하지 못하다는 것을 프레이밍이 증명한다.

불과 20년 전만해도 구심의 볼 판정에 대한 불만은 심증 단계에 머물렀다. 그때도 중계화면은 있었지만 전광판 왼쪽에서 찍는 카메라 앵글은 구심의 눈보다 정확하다고 할 수 없었다. 더 과거로 돌아가면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경기 후반에는 스트라이크 존이 훨씬 넓어지기도 했다. 중계방송 조차도 드물었던 그때는 항의해도 구심이 스트라이크라고 하면 아니라고 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프로야구 경기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펼쳐지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향후 몇 년 안에 트랙맨 혹은 PTS(Pitch Tracking System)가 구심 대신 볼 판정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이 포수 뒤에 위치해 스트라이크 콜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정교한 시스템이 구심에게 무선 통신으로 볼 판정을 송신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1군 구장에도 PTS가 설치돼 있다. 팬들도 모바일 문자 중계에서 PTS를 통해 실시간으로 투수가 던진 구종과 구속을 확인할 수 있다. 역시 PTS가 있어 스트라이크와 볼 여부도 구심보다 팬들이 더 정확하게 볼 수 있게 됐다.

이제 더 이상 구심의 볼 판정을 놓고 소모적인 논쟁을 벌일 이유가 없는 이유다. 전통적인 시각에서 보면 구심마다 미세하게 다른 스트라이크존도 경기의 일부일 수 있다. 그러나 포수 뒤 심판이 가장 판정을 잘할 수 있는 시대에 어울리는 시각이다. 오히려 지금은 팬들이 구심보다 더 정확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역전된 것이다. 볼 판정은 심판이 갖고 있는 가장 중요한 능력이지만 첨단 시스템과 경쟁이 어려운 영역이다.

KBO리그도 메이저리그보다 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다. PTS가 볼 판정을 하면 아무리 뛰어난 포수라도 프레이밍을 통해 아무것도 얻을 수 없게 된다. 프레이밍은 스핏볼처럼 야구역사에 기록될 추억이 될 수 있다. 그만큼 볼 판정은 정교해지고 경기는 더 공정해진다. 불확실한 요소가 줄어든 만큼 투수와 타자는 물론 팬들도 더 높은 신뢰 속에 승부를 하고 관람을 즐길 수 있다.

그라운드를 떠나 전 사회적으로 10년 전을 되돌아보면 앞으로 10년 뒤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스마트 폰은 2008년 보급되기 시작했다. 11년이 지난 지금 스마트 폰은 야구 콘텐츠의 가장 중요한 소비 통로가 됐다. 스마트 폰을 통해 야구장에 가지 않아도 자신이 원하는 관중석 위치에서 ‘VR중계’를 즐길 수 있는 시대도 곧 시작된다.

10년 뒤 야구장이 어떤 풍경으로 변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집에서 야구장에 있는 것보다 더 편하게, 생생하게 경기를 볼 수 있는 시대가 열린다면 그에 맞춰 프로야구 산업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 지도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메이저리그는 과거 야간 경기를 놓고 격렬한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1930년대 이미 야간 경기가 시작됐지만 “야구는 밝은 태양 아래에서 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았다. 시카고 컵스는 1988년이 돼서야 흥행을 위해 야간경기를 받아 들였다. 야간 경기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크게 유리하고 외야 수비에 영향을 주는 등 경기적인 측면에서도 변화가 있었지만 지금은 누구도 의문부호를 달지 않는다. 야간경기 없는 프로야구의 흥행은 생각조차 하기 어렵게 됐다. 이처럼 지금은 두려운 변화가 가까운 미래에는 없어서는 안 될 조건이 될 수 있다.

# ‘마지막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는 스트라이크존을 77개의 공으로 나눠 공략했다. 그중 자신이 4할 이상 타율을 기록할 수 있는 코스의 공3.5개를 ‘해피존’이라고 이름 지었다. 타자는 놓쳐서는 안 되는 반대로 투수는 절대로 피해야 할 해피존은 인생의 축소판인 야구의 철학이 요약된 곳이다.

이경호 스포츠부 차장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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