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아이러니…장영석의 ‘비대칭 배트’는 절실함의 상징

입력 2019-05-14 1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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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히어로즈 장영석은 올 시즌부터 ‘비대칭 노브 배트’를 사용 중이다. 발사각을 높이는 등의 효과가 있지만, 정작 아직 그 효험을 보지 못하고 있다. 결국 장영석을 바꾼 건 ‘멘탈’이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프로 11년차. 입단 당시부터 ‘거포 유망주’로 손꼽혔지만 아직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다. 장영석(29·키움 히어로즈)은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변화를 택했다. KBO리그에서 전례없는 독특한 배트를 쥐었지만,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멘탈에 영향을 끼쳤다.

대부분의 야구 배트 손잡이 끝부분(노브)은 평평하다. 일부 장타자들은 노브에 손을 걸치기도 하기 때문에 평평함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마치 콜럼버스가 달걀을 깨 세웠듯이, 노브를 도끼 손잡이처럼 대각선 형태로 만드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이를 ‘액스(AXE) 배트’로 부른다. 제조사 측은 배트에서 공으로 힘을 전달할 때 낭비가 덜하고, 효율적인 발사각을 유지하는데 용이하다고 장점을 설명한다. 무키 베츠, 더스틴 페드로이아(이상 보스턴 레드삭스), 카를로스 코레아(휴스턴 애스트로스) 등 일부 선수들도 이러한 배트를 사용했다.

비대칭 노브 배트는 올 시즌부터 KBO리그에도 상륙했다. 주인공은 장영석이다. 그는 지난 시즌 후 이 배트를 쥐어본 뒤 만족을 표했고, 올 스프링캠프부터 본격적으로 배트를 바꿨다. 그는 “타구를 띄우는 데 도움이 되는 느낌이다. 부상 위험성도 덜하다고 들었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실제로 장영석은 13일까지 41경기에서 타율 0.270, 5홈런, 39타점(3위)을 기록하며 팀의 3루 공백을 채우고 있다. 아직 개막 두 달도 되지 않았지만 타점은 개인 커리어 하이다. 아울러 2루타 11위(10개), 득점권 타율 10위(0.386) 등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중이다. ‘만년 유망주’로 불리던 그는 올해 자신의 기록 관련 모든 걸 갈아 치울 기세다.

하지만 이를 배트 교체의 효과로만 설명하긴 어렵다. 트랙맨 레이더로 트래킹 데이터를 수집하는 ‘애슬릿미디어’에 따르면 장영석의 올 시즌 타구 평균 발사각은 9.6도다. 지난해(10.1도)나 2017년(14.8도)에 비해 오히려 떨어졌다. 타구 평균 속도(138.5㎞)나 160㎞ 이상 타구의 비율(21.1%) 역시 2017년에 미치지 못한다. 언뜻 배트 교체의 효과가 없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하지만 장정석 키움 감독은 “장영석이 정말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이러한 활약을 어찌 배트 교체 효과로만 볼 수 있겠나. 차이는 결국 멘탈이 만든 것 같다”고 강조했다. 강병식 타격코치가 편하게 ‘장영석만의 야구’에 집중하도록 환경을 조성했고, 이를 성실히 따른 장영석의 땀이 결과를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장 감독은 “지난 시즌 후 결혼하며 아내의 내조도 한 몫했을 것이다. 절실함이 눈에 보이는 선수 아닌가. 단순히 배트 교체로 보기에는 그의 땀의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장영석 역시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고 싶었다. 내게 맞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이든 시도해보고 싶다”며 눈을 반짝였다. 이러한 절실함이 장영석의 변화를 만들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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