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리 기자의 칸 리포트] 봉준호 “‘기생충’은 욕망의 힘으로 만든 영화”

입력 2019-05-23 06:5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 스포트라이트 쏟아진 ‘기생충’ 기자회견장

“변태적 스토리 연기해줘서 감사”
송강호 “예술가 봉준호의 진화”
이선균 “아름다운 패키지 여행”


“모든 창작자가 그렇겠지만 감독이 믿을 건 욕망 밖에 없다. 목사가 성경에 의지하고, 변호사가 법전에 의지하듯. 그러다 안 풀리면 히치콕의 영화를 다시 보고, 김기영 감독의 인터뷰도 찾아 읽곤 한다.”

22일 오후 5시45분(이하 한국시간) 칸 국제영화제 메인 행사장인 팔레 데 페스티벌에서 열린 ‘기생충’ 공식 기자회견에서 봉준호 감독은 이번 작품을 만들도록 자신을 이끈 힘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론 나의 분열적인 욕구에 따라 장르를 보여주는 ‘영화적 흥분’을 좋아한다”며 “나는 장르영화 감독이지만 때론 장르를 잘 따르지 않는 감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2013년 연출한 ‘설국열차’에서 앞칸으로 나아가려는 이들의 모습을 수평적인 방식으로 그리며 계급문제를 다룬 감독은 이번엔 2층 대저택을 주요 배경 삼아 수직적인 구조의 계단을 통해 같은 화두를 다시 이야기한다. 봉 감독은 “‘기생충’은 90%가 집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이고, 그 중 60%가 2층 구조의 부잣집에서 일어난다”며 “계단이 자주 등장해 우리는 이 영화를 ‘계단 시네마’라 부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김기영 감독의 ‘하녀’와 ‘충녀’를 보면서 계단의 이미지와 기운을 얻었다고도 밝힌 그는 극중 송강호 가족이 살아가는 반지하방의 배경에 관해 “영어나 불어로 번역할 단어가 딱히 없는, 한국에만 존재하는 공간인 ‘반지하’를 통해 지금껏 서양영화에선 보기 어려운 설정도 줬다”고 설명했다.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과 함께한 네 번째 작업을 묻는 질문에 “작가로서 사회를 바라보는 깊은 통찰력이 작품을 통해 한 순간도 빠짐없이 드러난다”며 “예술가 봉준호의 진화이자 한국영화의 성숙함이 ‘기생충’을 통해 표현됐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이어 “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시공간을 메워야 한다는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작업이었다”고 돌이켰다.

기자회견에 나선 다른 배우들도 이구동성으로 봉준호 감독과 맞춘 호흡이 새로운 연기를 가능케 했다고 말했다. 이선균은 “가이드 봉준호가 이끄는 아름다운 패키지 여행을 함께 한 기분”이라고 했다. 그러자 봉준호 감독은 “편하게 마음껏 작업할 수 있던 건 배우들의 공”이라며 “내가 쓰는 기이하고 변태적인 스토리가 배우들을 통해 사실적으로 표현됐다”고 화답했다.

기발한 질문도 나왔다. 중국 매체의 한 기자는 영화에서 송강호가 풍기는 ‘반지하 냄새’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선균의 모습을 들면서 ‘메소드 연기를 위해 실제로 냄새를 풍기면서 촬영했느냐’는 질문을 송강호에게 던졌다. 봉준호 감독은 크게 웃으면서 “정말 충격적인 질문”이라고 했고, 송강호는 질세라 “요즘은 향수를 조금씩 뿌리고 다니게 됐다”고 받아쳐 웃음을 안겼다.

칸(프랑스)|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