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뮤지컬리뷰] ‘착하게 살자’던 ‘신과 함께’, 이제는 ‘다 같이 살자’

입력 2019-06-26 10: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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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하게 살자”고 말했던 ‘신과 함께_저승편’을 제작한 서울예술단이 이젠 “다 같이 살자”는 ‘이승편’으로 돌아왔다. 6월 29일까지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되는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신과 함께_이승편’은 ‘공동체’, ‘더불어 산다는 것’에 강한 메시지를 150분으로 표현해냈다.

내용은 이렇다. 이승에서 인간들을 돌보며 집을 지키는 가택신들이 지역 재개발로 인해 아파트로 탈바꿈하는 사회에서 소멸당할 위기에 처하자 저승에서는 ‘뉴 타운’을 지으며 가택신들을 데리고 왔다. 신 없이 살아갈 인간들이 걱정되지만 가택신들은 어쩔 수 없이 저승으로 발걸음을 돌려야 한다.


이승에서는 할아버지 ‘천규’(박석용 분)와 단 둘이 사는 동현(이윤우 분)은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있다. 그러던 중 천규가 저승명부에 포함돼 저승차사 해원맥(최정수 분)과 덕춘(김건혜 분)은 그를 저승으로 데려가려 하지만 그 집을 지키는 성주신과 조왕신은 이를 막으며 차사들을 설득해 석 달의 시간을 얻는다. 이 와중에 천규의 집은 재개발지구에 포함되고 두 사람이 쫓겨날 위기에 처하자 성주신과 조왕신은 소멸할 위험을 무릅쓰고 현신(사람의 형상을 함)하여 집안을 돌보기로 결정한다.

한편, 취업에 실패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했지만 아르바이트비도 받지 못하는 박성호(오종혁 분)는 사채까지 손을 댄다. 그러던 중 선배의 소개로 용역 일을 하게 되고 그가 첫 번째로 맡은 일은 천규와 동현이 사는 한울동을 철거하는 일이다.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사람들을 물리적으로 쫓아내야 하는 것에 갈등을 하지만 “이 세상에서 가장 불쌍한 사람은 바로 나”라며 합리화 시키고 불법 철거를 시작한다.


‘신과 함께_저승편’가 판타지였다면 ‘이승편’은 리얼리티다. 그럴 법도 한 것이 원작 웹툰 작가인 주호민은 2009년에 일어났던 용산 참사를 모티브로 ‘이승편’을 완성시켰다. 여기에 한아름 작가는 자료조사를 하며 ‘사실’을 바탕으로 극을 각색해 더 현실적인 내용을 담아 무대로 올렸다. 이에 ‘이승편’은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의 의미와 청년실업, 재개발로 인한 철거, 자본에 입을 닫은 언론, 물질로 사람을 평가하는 기득권층의 모습 등 사회적 약자들이 부딪히는 쓰디쓴 현실을 감추지 않고 표현해냈다.

이에 ‘신과 함께_이승편’은 기존 서울예술단의 작품들보다 성격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아이의 순수한 시선은 포기하지 않았다. 동현이가 나오는 장면은 잿빛의 동네도 색색의 크레파스가 칠해져 있다. 한울동을 여전히 사랑하는 동현의 눈에서 보이는 동네의 모습을 정재인 영상 디자이너가 순수함과 천진난만한 아이의 마음으로 배경을 채웠다. 이에 이윤우의 열연과 극의 배경은 삭막한 분위기를 극적으로 환기시킨다.

무대에 있어서는 ‘저승편’과 연결되는 지점도 있다. 바로 윤회의 바퀴다. 전작에서는 극의 중심에 있는 거대한 윤회의 바퀴가 ‘이승편’에서는 절반만 나온다. 박동우 디자이너는 “공정함으로 선과 악이 나뉘는 저승과 달리 악이 승리하고 선이 지는 이승의 모습에서 온전치 못한 바퀴를 형상화 했다”라고 전했다.


무겁고 힘든 이야기를 연속적으로 보여주지만 ‘이승편’이 끝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공동체’, ‘서로 돌봄’, ‘더불어 살아가는 것’ 등 우리 모두가 각자의 존엄성을 지켜주며 사는 것이 중요하다 말해주고 있다. 이에 극은 절반의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비록 천규와 동현은 집에서 쫓겨났지만 새로운 터전을 마련하게 되고 성호는 진실을 폭로했지만 입을 다문 언론들로 인해 잠시 좌절해도 “나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끝까지 진실하고자 외친다. 또 가택신들은 “인간을 지키는 것이 자신들의 소명”이라며 다시 이승으로 내려와 인간들을 돌보기로 결심하며 “신과 인간이 함께 하는 세상”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이번 ‘이승편’에는 성주신 역의 고창석, 해원맥 역의 최정수, 박성호 역의 오종혁, 조왕신 역의 송문선, 덕춘 역의 김건혜, 김천규 역의 박석용, 김동현 역의 이윤우가 활약한다. 6월 29일까지 서울 LG 아트센터에서.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서울예술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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