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돌풍 vs ‘케이팝’ 무풍 vs ‘극장가’ 순풍

입력 2019-07-29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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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방송연예계도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인한 반일정서의 영향권에 들었다. 방탄소년단(위쪽) 등 일본의 케이팝 열기가 여전히 뜨거운 가운데, 극장가에서는 항일 메시지가 담긴 영화 ‘주전장’(아래쪽)이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시네마달

■ ‘반일 불매운동’ 속 연예계 미묘한 기류

방송가, 일본 관련 콘텐츠에 민감
여행 프로, 일본 제외 발빠른 대응
BTS·트와이스·블랙핑크·위너 등
일본 현지팬들 열렬 반응 속 인기
‘주전장’ 등 항일영화는 반사이익


한국 법원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에 대한 일본의 배상 판결에 반발하며 일본정부가 대 한국 수출규제 등 경제보복 조치에 나서면서 국내 반일정서가 확산하고 있다. ‘No Japan’으로 상징되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은 27일 ‘NO 아베(일본 총리)’를 외치는 대규모 촛불집회로 이어졌다. 방송연예계도 영향권 안에 있다. 일본영화 관람 거부, 일부 연예인들의 일본여행 SNS에 대한 비난과 논란, 방송프로그램의 일본 관련 내용 배제 등은 이런 정서와 상황을 반영한다. 이는 일본 한류 열기 냉각에 대한 우려로 이어지기도 한다. 반일정서의 확산 속에서 방송연예계에 형성된 관련 기류를 짚는다.


● 방송가, 일본 언급은 아직 ‘금기’

각 방송사와 매니지먼트사는 일본 관련 콘텐츠에 대한 대중의 민감한 반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만큼 ‘작은 불씨’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와 논란을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연기자 이시언과 가수 김규종 등 일부 연예인이 SNS에 일본 여행을 떠나 찍은 사진을 올렸다 “시국에 맞지 않다”는 비판을 받고 삭제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 tvN ‘더 짠내투어’와 KBS 2TV ‘배틀 트립’ 등 예능프로그램은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여행 예능프로그램의 단골 여행지였던 일본은 최근 TV에 등장하지 않고 있다. 대신 태국 등 새로운 국가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또 최근 일부 프로그램은 ‘라멘’, ‘규카츠’ 등 일본음식을 ‘라면’, ‘비프커틀릿’ 등으로 바꿔 표현하고 있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을 의식한 흔적”으로 해석하기에 충분한 움직임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드라마에서 활약한 연기자들도 일본 팬미팅 개최를 두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일정을 강행했다 자칫 작품 활동에 잡음이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의 주인공인 임수향과 곽동연은 내달 2일 열릴 예정이었던 일본 동반 팬미팅을 결국 연기했다. 12월에는 연기자 이상윤과 장혁이 각각 팬미팅 행사를 예정하고 있다. 이들 연기자 측은 최근 상황과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걸그룹 트와이스. 스포츠동아DB


● 케이팝은 한일 갈등과 별개

일본의 케이팝 열기는 아직 타격을 받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공연 회차 추가와 팬미팅 개최 등 다양한 경로로 영역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현지 한류가 케이팝 위주로 이미 형성되어 있고, 팬덤도 확고하게 자리 잡은 덕분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연일 들려오는 케이팝 가수들의 소식에서도 알 수 있다.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트와이스, 블랙핑크, 몬스타엑스, 위너, 우주소녀 등은 현지 팬들의 열렬한 반응 속에 어느 때보다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최근 스타디움 투어를 통해 21만 명을 동원하며 동시에 오리콘 차트도 점령했다. 해외 가수 가운데 음반 선주문량 100만 장을 돌파한 것도 처음이다. 트와이스는 최근 일본 데뷔 2주년을 맞아 싱글 4집과 5집을 잇따라 발표했다. 3∼4월 케이팝 걸그룹 최초로 일본 3대 돔 투어를 진행하고 6개월 만에 아레나 투어에 나선다. 10월부터 내년 2월까지 일본 7개 도시에서 12회 공연을 펼친다.

블랙핑크도 9월 앨범을 내고 현지 활동을 시작한다. 그에 앞서 ‘에이-네이션’, ‘서머소닉’, ‘와이어드 뮤직 페스티벌’ 등 대규모 페스티벌 무대에도 오른다. 이후 12월부터 도쿄를 시작으로 3개 도시 돔 투어에 나선다.

27일 7개 도시에서 투어를 시작한 위너, 8월17일 일본에서 처음 투어를 펼치는 우주소녀, 10월과 11월 일본 공연에 나서는 세븐틴 등도 확고한 케이팝 붐을 가늠하게 한다.

영화 ‘봉오동 전투’. 사진제공|쇼박스


● 극장가, 반일과 항일의 정서

극장가에서는 ‘김복동’ ‘주전장’ 등 항일 메시지가 담긴 다큐멘터리 영화가 관객 시선을 모으는 가운데 일부 일본영화에 대한 ‘관람 거부’ 움직임과 함께 과열 논란도 일고 있다.

25일 개봉한 ‘주전장’은 당초 예상보다 많은 전국 60여 개 관에서 관객을 맞았다. 상영관 확보를 주장하는 반일정서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8월8일 개봉하는 또 다른 다큐멘터리 영화 ‘김복동’ 역시 위안부 피해자인 고 김복동 할머니의 삶을 통해 역사적 상처에 대한 대중적 공감이 큰 이야기를 다룬다. 극장가는 적지 않은 관객이 관람할 것으로 조심스레 내다보고 있다.

이런 분위기는 8월7일 개봉하는 ‘봉오동 전투’로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여름 시즌 흥행을 겨냥한 상업 극영화이지만 때마침 일어난 반일정서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영화계는 예측하고 있다.

24일 개봉한 ‘명탐정 코난:감청의 권’과 11일 선보인 ‘극장판 엉덩이 탐정:화려한 사건 수첩’ 등 방학 시즌 어린이 관객을 겨냥한 일부 일본 애니메이션은 직접적인 사정권에 들었다. ‘관람 거부’ 등 일부 관객의 공격적 메시지에 주춤하는 모양새다.

이는 향후 개봉할 또 다른 일본영화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으로 국내에서도 큰 호평을 받았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신작 ‘날씨의 아이’가 10월 개봉을 앞둔 가운데 팬덤과 반일정서가 맞부딪치며 ‘관람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을 벌이고 있기도 하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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