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도부터 파티시에까지…비선출 꿈 키우는 파주 챌린저스

입력 2019-08-0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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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KBO 트라이아웃에 참여한 파주 챌린저스 소속 박지훈, 지승재, 장진호(왼쪽부터).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한선태(25·LG 트윈스)의 기적은 모두에게 허락되지 않는다. 하지만 엘리트 교육을 받지 않은 이들이 프로구장 마운드에 올라 프로 스카우트의 평가를 받는다는 것은 ‘사회인야구인’들에게 꿈이다. 독립구단 파주 챌린저스는 이들의 요람 역할을 해내고 있다.

KBO는 5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2020 KBO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을 실시했다. 신청서를 낸 9명 중 8명이 스카우트 앞에서 자신의 기량을 뽐냈다. 관심은 ‘마이너리그 유턴파’ 문찬종(28·전 휴스턴)과 손호영(25·전 시카고 컵스)에게 쏠렸다. 스카우트의 뜨거운 관심에서는 한 발 비껴났지만 ‘비선출’ 박지훈(27), 장진호(26), 지승재(26·이상 파주 챌린저스)도 자신의 기량을 펼쳤다.

이들의 트라이아웃 참가는 한선태의 존재가 큰 영향을 끼쳤다. 초·중·고 내내 엘리트 야구교육을 받지 못했던 그는 독립리그 파주 챌린저스와 일본 도치기를 거친 뒤 지난해 LG의 2차 10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예상보다 빠르게 1군에 진입했고, 6경기에서 7.1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했다. 비선출이 입단 반 년 만에 프로 경기 등판을 해낸 것이다.

올해 트라이아웃에 참여한 비선출 세 명도 모두 파주 챌린저스 소속이다. 이들은 나란히 “한선태와 큰 인연은 없지만 존재 자체가 고맙다. 길을 열어준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이들의 이력은 각기 다양했다. 박지훈은 태권도 선수의 길을 걸었으며, 장진호는 한남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지승재는 미국 오하이오대에서 야구부 매니저를 한 게 야구와 관련된 이력의 전부다. 한국에 돌아온 뒤 제과점에서 빵을 만드는 파티시에로 일했다. 박지훈은 “프로의 꿈을 꾸고는 있지만 이렇게 스카우트 앞에서 내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기억이다. 오늘의 추억은 평생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에게 파주 챌린저스는 잊지 못할 곳이다. 지승재는 “원없이 야구할 기회를 준 곳”이라고 표현했으며 박지훈은 “영화 알라딘 속 램프의 요정 지니와 같은 팀”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파주 챌린저스 감독이자 에이전시 디앤피파트너의 대표를 겸직 중인 양승호 감독은 “이들이 앞으로 야구를 계속하지 않더라도 이날의 경험은 삶의 큰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격려했다.

파주시가 약속된 지원을 해주지 않아 적자에 시달리지만 그곳에서 꿈을 먹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제2, 제3의 한선태를 향한 싹은 파주에서 움트고 있다.

수원|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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