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우의 오버타임] 꼼수 넘어 방사능 공포까지…일본의 그릇된 ‘야구부심’

입력 2019-08-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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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WBSC 프리미어12 한국과 일본의 준결승전 모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내년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하계올림픽 때는 야구가 정식종목으로 펼쳐진다. 12년 만의 ‘한시적 부활’이다. 개최국 일본의 의지가 강력하게 작용한 결과다. 그러나 2024년 파리올림픽 때는 다시 제외된다. 글로벌 스포츠와는 동떨어진 야구의 현주소이자 치명적 약점이다.

1년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을 놓고는 날이 갈수록 우려가 커지고 있다. ‘후쿠시마 방사능’에 대한 공포가 가장 크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여파로 폐쇄된 후쿠시마원자력발전소가 지근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한술 더 떠 후쿠시마산 농산물을 선수촌 식재료로 사용하고, 후쿠시마원전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방류할 가능성까지 제기됨에 따라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와 일본정부를 향한 국제적 비난여론은 들끓고 있다.

하필이면 야구가 그 같은 공포의 한복판에 서게 됐다. 야구 개막전은 후쿠시마 아즈마 스타디움에서 예정돼 있다. 후쿠시마원전으로부터 불과 67㎞ 거리에 있다고 한다. 또 최근 일본 언론은 한국의 올림픽 출전권 확보를 전제로 한국-일본의 야구 개막전 성사 가능성을 언급했다.

4년 전이다. 메이저리그가 주도하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대항해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은 ‘프리미어12’라는 대회를 탄생시켰다. 야구 세계랭킹 12위까지 참가하는 월드컵 또는 세계선수권대회의 성격을 지닌 대회다. 일본이 많은 공을 들인 까닭에 일본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대회 일정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2015 WBSC 프리미어12 당시 한국은 삿포로돔에서 일본과 개막전을 치른 뒤 부리나케 조별리그 장소인 대만으로 이동했다. 조별리그 도중에는 경기장이 갑자기 바뀌는 통에 한동안 ‘대기모드’로 지내야 했다. 설상가상 준결승 일본전을 앞두고는 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일본의 요구로 경기일이 하루 앞당겨졌다. 결승 진출을 자신한 일본이 준결승 직후 하루 휴식일을 얻기 위해 무리수를 마다하지 않았다.

일본은 56년 만에 다시 자국에서 개최되는 하계올림픽을 통해 안전한 나라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고자 한다. 1964년 도쿄올림픽으로는 전후의 부흥상을 세계만방에 과시했고, 반세기가 흐른 이번에는 방사능 공포에서 자유로운 나라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 방사능올림픽에 대한 국제사회의 합리적 의심과 우려에 그들 스스로 입과 귀를 닫고 있는 이유다.

그 전위대로 야구를 내세우고 있다. 자국민들에게 가장 인기가 높은 야구, 종주국 미국에 필적하는 실력으로 성장했다고 자부하는 야구, 그토록 원했건만 아직 올림픽 금메달과는 연이 닿지 않았던 야구를 다른 곳 아닌 후쿠시마에 펼쳐놓기로 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4년 전 WBSC 프리미어12를 좌지우지한 일본의 ‘꼼수’를 기억하기에 더더욱 걱정스러운 상황전개다.

그러나 꼼수와 방사능 공포는 차원이 전혀 다른 문제다. 더욱이 출전국이 적어 보는 눈 또한 적을 수밖에 없는 야구를 놓고 개최국이 횡포를 부리고 있음에도 마땅한 견제장치는 보이지 않는다. 야구에 대한 사랑이 각별하다지만, 자국에서 열리는 내년 올림픽을 통해 어쩌면 일본은 야구를 세계와 더 멀리 격리시킬지도 모른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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