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기획 아육대①] 10주년 맞은 ‘아육대’ 제작 뒷이야기

입력 2019-09-11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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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과 설 명절의 대표적인 특집프로그램인 MBC ‘아육대’(아이돌육상선수권대회)는 올해 방송 10주년을 맞아 ‘아이돌스타선수권대회’로 확장한다. 사진은 지난달 12일 경기도 고양시 고양체육관에서 진행한 녹화에서 그룹 UV가 축하공연을 펼치는 모습. 일산|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올 추석 아이돌 44개팀 231명 참가
3년 만에 씨름 부활…e스포츠 첫선
매년 ‘쇼! 음악중심’ 연출자가 담당
1위 수여 금메달? 사실은 쇳덩어리
사진·영상 OK! 팬과 만드는 축제


명절이면 찾아오는 흔한 특집프로그램이 아니다. 어엿한 명절 연휴 대표적인 프로그램이자 킬러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기본 이상의 시청률이 보장되는 ‘아이돌’이라는 흥행 요소에 스포츠를 접목시켜 10대부터 부모님 세대까지 온 가족을 TV 앞으로 끌어당기는 MBC ‘아이돌스타육상선수권대회’(아육대). 2010년 이후 올해로 10년째를 맞아 이번 추석 명절 연휴에는 12일과 13일 오후 4시40분 ‘아이돌스타선수권대회’라는 이름의 더욱 다채로운 무대를 펼친다. 한때 출연자들의 잦은 부상 등 말도 탈도 많아 “폐지 요구”가 잇따라 제기되는 등 명암이 엇갈리기도 한 ‘아육대’가 꿋꿋하게 시청자 사랑을 받기까지 10년의 시간에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한다.


● 종목 선정은 어떻게?


여느 프로그램과 달리 한 명의 연출자가 전담해 제작하는 방식이 아니다. 현재 방송 중인 ‘쇼! 음악중심’ 연출자가 그해 연출을 맡는다. 음악프로그램을 연출하며 아이돌 가수나 소속 기획사 관계자들과 쌓은 친분을 바탕으로 비교적 쉽게 섭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추석은 최민근 PD가 담당한다.

해마다 달라지는 스포츠 종목은 육상을 기본으로 2∼3개를 추가한다. 그해에 열리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스포츠 이벤트의 종목을 활용하기도 한다. 2012년 추석에는 런던 올림픽에서 ‘아이돌 스타 올림픽’을 착안했다. 2014년에는 소치 동계올림픽과 브라질 월드컵이 각각 열려 컬링 종목을 새로 넣고 ‘풋살 월드컵’을 기획했다.

이번 추석에는 3년 만에 씨름이 부활했다. 씨름이 지난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남북 공동 명의로 등재된 것을 기념하는 것이기도 하다. 팬들의 요청에 e스포츠도 처음으로 선보인다.

사진제공|MBC


● 대한체육회도 전폭 지원

‘아육대’는 MBC 예능국이 제작하지만 스포츠국도 지원사격에 나선다. 해설자로 나선 MBC 야구 해설위원 정민철, 이상훈, 박재홍 등과 전 축구 국가대표 김병지, ‘씨름 레전드’ 이태현 등을 스포츠국이 적극적으로 섭외했다. 이들은 각 종목 해설뿐 아니라 출연자들의 연습을 돕는다.

대한체육회도 든든한 지원군이다. 제작진은 종목 결정과 동시에 대한체육회를 통해 각 종목별 단체에 자문과 지원을 요청한다. 씨름의 경우 직접 모래판 등 세트를 제작하지만, 양궁 등 전문장비가 필요한 경우에는 협회에서 대여한다. 각 협회는 본 녹화 직전까지 아이돌에 대한 개별적 지도에도 적극 나선다. 최민근 PD는 “프로그램을 통해 각 종목이 더욱 알려질 수 있는 소중한 기회로 여겨 전문가들이 애정과 사명감으로 참여한다”고 했다.

올 추석 ‘아육대’ 양궁 종목에 참가한 걸그룹 트와이스의 채영. 사진제공|MBC


● 신청자 없으면 폐지하기도…

종목을 확정한 제작진의 다음 단계는 출전 선수 모집이다. 아이돌의 빡빡한 일정 속 충분한 연습시간을 위해 늦어도 촬영 시작 두 달 전까지는 출연 섭외 작업을 마무리한다.

일단 여러 기획사를 통해 해당 종목에 출전할 수 있는 아이돌 가수를 신청받거나 출연을 제안한다. 별도 신청서가 있는 건 아니다. 서울 상암동 MBC 사옥의 ‘쇼! 음악중심’ 회의실 옆 방이 ‘아육대’ 회의실이어서 관계자들이 오가며 구두로 신청한다.

참가 신청률이 저조할 때는 제작진이 회의실 문에 모집 공고문을 붙이거나 직접 전화를 걸어 일일이 섭외한다. 신청자가 거의 없을 때에는 곧바로 종목을 변경한다.

섭외가 완료되면 종목별 출전자를 결정한다. 아이돌이 신청한 종목에 맞춰 참여할 수 있도록 최대한 의견을 반영한다. 경쟁률이 가장 치열한 종목은 계주와 양궁이다. 최 PD는 “이어달리기의 박진감, 활을 쏘기 직전까지 긴장감을 스타들도 즐긴다”고 말했다.

● 금메달은 진짜 금으로?

각 종목별 1위에게는 금메달이 수여된다. 정확히 말해 금이 없는 ‘쇳덩어리’이다. 하지만 제작진은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열심히 준비한 스타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최대한 실제 메달처럼 제작한다. 최 PD는 “목에 걸었을 때 그 묵직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게 실물의 크기나 무게와 흡사하게 만든다”고 했다. 매년 프로그램 대회 로고가 바뀌어 메달 디자인도 조금씩 달라진다.

올해 추석에는 남녀 아이돌 각각 22개팀, 모두 231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4개 팀으로 나뉘어 팀별 색깔이 다른 유니폼을 입었다. 팀별 색깔 배정에는 특별한 기준이 없다.

신발은 협찬제품을 최대한 활용한다. 예외는 있다. 평소 축구를 즐기는 아이돌이 승부차기 종목에서 실제 착용하는 것을 준비해올 경우다. 최 PD는 “그만큼 진지하게 임한다. 징크스처럼 신발 하나에도 신경을 기울인다”고 했다.

사진제공|MBC


● 또 다른 주인공, 팬들과 함께

아이돌 팬덤은 제작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때로는 그들이 응원하는 아이돌 스타들이 부상을 당해 제작진에게 항의하는 등 “프로그램 폐지” 목소리를 높이고, 연이어 밤샘 촬영에 동원되면서도 출연료도 받지 못하지만 양측은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관계다. 제작진은 무료로 수많은 관객을 동원할 수 있고, 팬들은 자신들의 스타를 지근거리에서 응원할 수 있다. 객석을 가득 채운 팬들이 저마다 준비해온 현수막이나 응원도구 등은 빼놓을 수 없는 촬영소품이기도 하다.

그래서 아이돌과 팬들이 더욱 친밀하게 소통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땀 흘리는 모습에 목청을 높인다. 팬들의 응원에 스타는 관중석에 뛰어들어 함께 사진을 찍는다. 또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는 팬들을 위해 간단한 간식을 제공하는 ‘역조공’을 하며 고마움을 전한다.

제작진은 팬들이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편의를 준다. 팬미팅이나 콘서트에서도 금지되는 사진 촬영은 물론 영상까지 ‘무제한 허용’한다. 승패와 결과 등 스포일러 공개는 금지하지만, 마땅히 차단할 방법도 없어 애써 막으려고도 하지 않는다. 최 PD는 “‘아육대’의 10년에 팬들을 빼놓을 수 없다. 아이돌과 스타가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라고 자부했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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