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언론도 경계한 전범기의 올림픽 사용…멀고 먼 ‘욱일기 전쟁’

입력 2019-09-25 16:06: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일부 일본 언론이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서 전범기의 상징인 욱일기를 사용하는 것에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도쿄신문은 25일 ‘올림픽과 욱일기, 반입 허용을 재고하자’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욱일기사용은 주변국들의 강한 반발을 낳을 수 있다”면서 “대회의 성공 개최를 위해 (욱일기 반입을) 재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욱일기 문양을 연상케 하는 디자인을 올림픽 메달에 도입해 논란을 일으킨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욱일기 사용에 대한 최근 한국 매체의 질의에 “문제없다”는 입장을 견지했고, 일본 정부 역시 반입을 강제로 막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다.

일본 정부는 욱일기 디자인은 대어기(大漁旗·풍어를 알리는 깃발) 등 이미 민간에서 널리 사용돼 왔기 때문에 정치적인 선전이 될 수 없어 올림픽 응원전에서 이를 사용하는 것도 별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일본 매체들은 조직위와 정부 의지에 공감하고 있고, 극우매체인 산케이는 한발 더 나아가 “욱일기 사용을 (주변국들에) 바르게 이해시키기 위해 치밀한 정부 차원의 홍보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쿄신문의 논조는 달랐다. “욱일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하켄크로이츠 문양처럼 법으로 이용이 금지된 것이 아니라 자위함기로 사용되는데 대어기에 사용한 깃발은 태양의 빛을 상징하는 디자인 정도로 민간에 보급됐다는 정부 설명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객관적으로 지적했다. “욱일기는 과거 일본군기로 사용됐고, 지금도 일부에서는 군국주의와 민족주의의 상징으로 자주 등장되고 있다”면서 “인간의 존엄성, 인류 평화를 목적으로 한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온화한 환경을 조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실제 사례도 들었다. 2017년 아시아축구연맹(AFC)이 가와사키 프론탈레 응원단이 경기장에 내건 욱일기에 대해 ‘공격·도발적인 내용을 담은 현수막과 깃발’이라며 벌금 제재를 가했고,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주 중국 일본대사관이 일본 관중에게 ‘경기장 내 욱일기 반입 금지’를 촉구한 내용을 소개했다. 해외 올림픽과 자국 대회에서 들이대는 잣대가 달라서는 안 된다는 냉정한 해석이었다.

그러나 ‘욱일기 전쟁’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20일 일본에서 개막한 2019 럭비월드컵에서 욱일기 문양이 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래 전부터 욱일기의 부당함을 세계에 알려온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티켓 디자인에 욱일기 문양이 교묘히 이용됐고, 욱일기 머리띠를 매고 응원하는 관중도 많다. 도쿄 곳곳에 욱일기 홍보물도 난무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아일랜드 통신사의 응원 영상과 럭비월드컵 중계를 알리는 영국 펍 등에서 욱일기 영상과 안내판이 확인되고 있다. 서 교수는 “이러한 모든 상황에 대해 국제럭비연맹에 항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