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익래의 피에스타] “PS만의 리드가 있죠” 가을 타짜 이지영의 존재감

입력 2019-10-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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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포수 이지영(오른쪽)은 6일 LG와 치른 준PO 1차전에서 지능적인 볼 배합과 투수리드로 1-0 승리를 이끌었다. 삼성 시절부터 쌓아온 풍부한 단기전 경험이 밑바탕이다. ‘원 팀’을 강조하는 이지영의 가을여정이 기대된다. 스포츠동아DB

LG 트윈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준플레이오프(준PO) 야수 엔트리 전원의 한국시리즈(KS) 우승반지를 합쳐도 이지영(33·키움)이 가진 것보다 적다. 우승 포수의 관록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키움의 포스트시즌(PS)이 예년과 다른 이유는 이지영 존재감 때문이다.

이지영은 삼성 라이온즈 시절인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년 연속 KS에 직행해 마스크를 썼다. 이 중 2015년을 제외한 3년간 왕좌에 올랐다. 올해 준PO 야수진 가운데 KS 우승 경험이 있는 건 이지영과 LG의 김현수(2015년 두산 베어스), 이성우(2018년 SK 와이번스)뿐이다.

현장에서는 신인 포수를 1군 주전감으로 만드는 데 최소 5시즌 이상 걸린다고 한다. 좋은 포수를 키워내기란 그만큼 힘들다. 그라운드에 서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되는 KS에서 상대와 수싸움에서 이기고 우승을 이끄는 포수의 육성은 더욱 어렵다. 지난해 김재현(26·현 상무), 주효상(22) 등 젊은 포수에 의존해야 했던 키움에게 이지영의 관록은 ‘믿을 구석’이다.

6일 준PO 1차전에서도 이러한 경험이 빛을 발했다. 0-0으로 맞선 8회 무사 1루, 포수 유강남이 번트를 시도하자 이지영은 투수 김상수에게 높은 속구 사인을 냈다. 번트 경험이 적은 유강남이 공을 띄운다면, 1루주자도 움직이기 힘들기 때문에 병살타를 만들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었다. 이지영의 판단은 적중했고, 키움은 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다.

투수 리드도 마찬가지였다. 키움은 1차전 제이크 브리검~조상우~김상수~오주원으로 투수들을 짧게 끊어 썼다. 장정석 키움 감독의 예고대로였으며, PS 내내 이러한 기용이 이어질 전망이다. 포수로서는 많은 투수와 호흡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이지영은 “1년 내내 호흡을 맞췄던 선수들이다. 단기전은 투수 싸움이다. 부담은 내가 아닌 투수들이 느끼고 있을 텐데, 난 그걸 덜어주는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가을 타짜’ 이지영에게 정규시즌과 PS의 차이를 물었다. 그는 “포수는 조금 더 신중해져야 한다. 그러면서도 볼넷 허용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며 “‘1점을 덜 준다’는 게 목표이자 결과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과정 중에 볼넷 허용 한두 개쯤은 괜찮다”고 강조했다. 9이닝당 볼넷 허용 2.61개(최저 1위)였던 키움은 준PO 1차전에서 4사구 4개를 내줬다. 가장 좋은 투수들이 가장 신중하게 던졌지만, 4사구는 약간 늘었다. 그러나 실점은 없었다. 이지영의 전략은 성공이었다.

여기에 ‘파트너’ 박동원(29)의 존재도 이지영을 강하게 만든다. 무릎 부상을 당해 준PO 합류가 불투명했지만, 이를 딛고 정상 출장이 가능하다. 2차전 에릭 요키시의 전담 포수로 출격한다. 이지영은 부담감에 대해 묻자 “2차전은 쟤(박동원)가 나간다”라며 “정말 다행이다. 개인 출장 욕심보다 팀의 시리즈 통과가 목표다. 그걸 위해서는 서로 역할을 나눠야 한다”고 설명했다.

어쩌면 이지영이 가진 ‘PS 비결’은 노하우, 수싸움이 아닌 이러한 ‘원 팀 정신’일지도 모른다.

고척|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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