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황희 “‘아스달’→‘의사 요한’, 뼈를 묻자는 각오로 연기”

입력 2019-10-11 11: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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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인터뷰] 황희 “‘아스달’→‘의사 요한’, 뼈를 묻자는 각오로 연기”

‘황희’. 조선 전기의 문신으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는 역사적인 인물이다. 그 위대한 이름을 과감하게 활동명으로 삼은 배우가 있다. 올해 tvN ‘아스달 연대기’와 SBS ‘의사 요한’으로 안방극장을 매료한 배우, 황희다. 본명은 김지수. 위인 황희와 어떠한 연결고리도 없는 그는 왜 활동명을 황희로 지었을까.

“제 본명도 좋아하지만 동명이인 스타분들도 많은데다 배우로서 좀 더 임팩트 있는 이름을 갖고 싶었거든요. 대표님(배우 이범수)께 고민을 털어놓으니 진지하게 들어주시면서 후보를 몇 개 주셨어요. 대표님이 역사를 굉장히 사랑하세요. 황희뿐 아니라 삼국지 관련 인물도 있었어요(웃음). ‘황희’를 처음 들었을 때 이름 자체에서의 느낌이 있더라고요. ‘황’은 강하지만 ‘희’가 희석시켜주는 느낌도 들고요. ‘굵직한 작품에 들어가게 되면 사용해야겠다’고 가슴 속에 담아두고만 있었어요.”


황희의 말대로 처음부터 이 이름으로 활동한 건 아니었다. 연극 무대에서 실력을 갈고 닦아온 황희의 매체 데뷔작은 tvN ‘내일 그대와’(2017). 영화 ‘자전차왕 엄복동’을 촬영하고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의 오디션에 참여할 때까지만 해도 김지수로 활동해왔다. ‘아스달 연대기’에서 무광 역에 낙점되면서부터 ‘황희’로 살아왔다. 그만큼 ‘아스달 연대기’는 황희에게 의미 깊은 작품이 됐다.

“오디션이 2차에 걸쳐 진행됐는데 결과 나오기까지 3주 정도 걸렸어요. 피 말리는 3주였죠. 무광을 맡았다는 소식을 듣고 ‘보일 역할’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았죠. 연기에 대한 목마름과 굶주림이 컸던 시기였기 때문에 ‘뼈를 묻자’는 생각으로 준비했어요. 함께한 형들이 ‘이거 하고 작품 안 할거야?’라고 물을 정도로 열심히 했죠. 제 피와 땀이 들어간 작품이에요.”

황희는 ‘아스달 연대기’를 준비하던 인고의 시간을 돌아보며 ‘투혼’이라고 표현했다. 먼저 체격을 키우기 위해 식사를 세 끼에서 일곱 끼로 늘렸고, 승마 촬영 도중 낙마 경험을 두 번이나 했다. 부상에 겁을 먹을 만도 한데 황희는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와서 괜찮았다”고 머쓱한 듯 웃었다.

“원래 운동을 좋아해서 몸 만드는 건 두려움이 없었어요. 촬영 전까지 두 달 정도 시계태엽 같은 일상을 보냈죠. 자기 전까지 먹고 또 먹으면서 매일 승마, 크로스핏, 액션 스쿨 수업, 개인 운동을 반복했어요. 닭을 얼마나 먹었는지 모르겠어요. 무광은 몸을 잘 써야 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할 수밖에 없었어요. 제대로 구현하지 않으면 많이 다칠 수 있겠다 싶었거든요. 낙마도 두 번 했는데 다행히 푹신한 갈대밭에서 떨어졌고 낙마 훈련도 제대로 해서 큰 부상은 없었어요. 스스로 긴장하는 계기가 됐죠.”

황희가 맡은 무광은 대칸부대의 전사이자 무백(박해준)의 동생. 도덕적 갈등 없이 온갖 악행을 저지르다 결국 탄야의 예언대로 눈별(안혜원)에 의해 심장을 뜯기며 죽음을 맞았다. 황희의 열연으로 무광의 강렬한 엔딩이 비로소 완성됐다.

“무광은 제 일상과는 많이 동떨어진 인물이라 연기하면서 정말 매순간 강렬했어요. 하지 못했던 경험들에 머리가 쭈뼛 설 정도로 재밌었죠. 그의 죽음은 시놉시스부터 나와 있었지만 몇 부 어느 장면에서 죽는지는 몰랐어요. 15부 대본을 보고 그의 운명을 알게 됐죠. 심장이 뽑히는 연기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많았어요. ‘아스달 연대기’와 함께한 매 순간이 제겐 중요했지만 이 순간은 특히 굉장히 중요했죠.”


‘아스달 연대기’에 이어 숨 돌릴 틈도 없이 차기작 메디컬 드라마 SBS ‘의사 요한’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방송 상으로는 1주일 정도 맞물렸지만 실제로 촬영 기간은 두 달여 기간 동안을 병행했다. 모든 드라마 현장이 고되겠지만 ‘체력전’으로는 단연 으뜸가는 두 장르를 동시에 경험한 것. 제주도에서 ‘아스달 연대기’를 촬영하다 다음날 첫 비행기를 타고 청주로 이동해 ‘의사 요한’을 촬영하는 식의 ‘강행군’이었다.

“만만치 않더라고요. 육체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였죠. ‘중요한 역할인데 둘 다 소화할 수 있을까’ 두려움도 있었고요. 정말 정신없이 지냈어요. 두 촬영장 모두 배려를 많이 해주신 덕분에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스달 연대기’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 미지의 땅을 개척정신으로 도전했다면 ‘의사 요한’은 힘든 것을 아는 군대에 가는 느낌이었어요.”

의학 드라마에서 다뤄지지 않은 마취통증의학과를 재조명한 ‘의사요한’에서 황희는 서울한세병원 마취통증의학과 펠로우 이유준을 연기했다. 희귀 질환을 앓던 재소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차요한(지성)과 대립하다가 큰 깨달음을 얻고 그의 팀원을 자처하는 인물. ‘츤데레’ 캐릭터로 차요한과는 브로맨스를, 강시영(이세영)의 동생 강미래(정민아)와는 로맨스를 그렸다.

체력전도 체력전이지만 무엇보다 의학계 종사자가 아니라면 평소 쓰지 않는 의학 용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것도 크나큰 미션이었을 터. 이와 관련해 황희는 “고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준비했다. 영단어 외우듯이 단순 작업으로 열심히 외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스달 연대기’에서도 생소한 언어를 소화했기 때문에 그 적응력을 ‘의사 요한’까지 이어왔다. 그래서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아스달 연대기’부터 ‘의사 요한’까지 쉼 없이 ‘열일’하며 올 한 해를 보낸 황희. 그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 팔콘을 맡은 배우 안소니 마키를 닮은 외모 덕분에 ‘코리아 팔콘’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작품도 캐릭터도 흥하며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황희는 여전히 겸손했다.

“전과 상황이 크게 바뀐 것 같진 않아요. 제 목표는 ‘아스달 연대기’를 마친 후에 다른 작품 오디션에 갔을 때 ‘작품 잘 봤어’라는 말을 들으면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관계자 분들도 시청자분들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저는 이제 출발선상에 있다고 생각해요. 뭘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늘 했던 방식으로 해나가야죠.”

“작품을 안 가리고 다 하고 싶다”는 황희는 꼭 도전해보고 싶은 장르로 코미디와 멜로를 꼽았다. “남자는 멜로”라는 묘하게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치며 영화 ‘노트북’처럼 심금을 울리는 사랑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열정 넘치는 그에게 마지막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고 물었다.

“좋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건 좋은 사람이 된다는 것과 같은 말 같아요. ‘아스달 연대기’와 ‘의사 요한’을 하면서 스스로 복 받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가 제가 만난 선배들이 정말 좋은 배우고 좋은 사람이었기 때문이에요. 그 분들을 보면서 좋은 영향을 받아서 감사하죠. 선배들처럼 저 또한 나중에 큰 롤의 배역을 맡아도 잘난 척 하지 않고 잘 해야겠다 싶더라고요. 오래오래 연기하면서 좋은 배우,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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