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의 죽음이 쏘아 올린 작은 공

입력 2019-10-18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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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프엑스 출신 연기자 설리. 스포츠동아DB

아이돌 스타 제도적 보호 장치 필요
연습생 단계부터 정서적 성장 관심
가수협 “심리·법률 지원 방안 마련”


그룹 에프엑스 출신 가수 겸 연기자 고 설리(최진리·25)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대중도 충격에 빠졌다. 2017년 12월18일 사망한 그룹 샤이니의 고 종현에 이어 또 다른 아이돌 스타의 극단적인 선택에 연예계에서는 안타까움과 성찰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가요계에서는 이른 나이에 데뷔해 아직 정서적 성장 시기인 청소년기에 대중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아이돌 스타들이 정서 불안에 시달리기 쉽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왔다. 특히 화려한 무대 위에서 실제 모습과는 또 다른 이미지로 비쳐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면서 갖은 스트레스에 시달리곤 한다. 그룹 신화의 김동완은 16일 SNS를 통해 “어린 친구들이 제대로 먹지 못하고, 편히 자지도 못하는 상황에서도 건강하고 밝은 미소를 보여주길 바라는 어른들이 넘쳐나고 있다”며 아이돌의 기본적인 생활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하는 가요계의 현실을 꼬집었다. 종현도 유서에 “세상에 알려지는 건 내 삶이 아니었다”며 아이돌의 비애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들을 공격하는 수많은 악성 댓글과 반복적인 사생활 침해 등 외부적인 요인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소녀시대 태연, 카라 출신 구하라 등 적지 않은 아이돌 스타들이 이와 관련한 우울감과 공황장애를 호소해왔다. 이 같은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부 스타들은 약물에 의존하기도 한다. 김동완은 “본인이 원해서 혹은 빠른 해결을 위해 향정신성의약품 등 약물을 권유하는 일을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만큼 청소년기에 극한경쟁에 내몰린 아이돌 스타들을 보호할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시선이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17일 “매니지먼트사들이 아직 어리고 젊은 연예인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상담 등을 권유한다고 밝혔지만 결국 실효성 있는 대처는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 상황”이라며 “데뷔 전 트레이닝 단계부터 정서적인 성장에 대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가요계에서도 더 이상의 비극을 막자는 의견이 모이고 있다. 대한가수협회는 이날 “유사한 비극에 노출되는 동료, 선후배가 없도록 상담창구를 개설하고 정신건강 및 법률 지원 등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아이돌의 팬덤을 이루는 청소년들의 정서적 영향에도 깊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생명의전화 하상훈 원장은 “설리 사망 이후 온라인·전화 상담이 늘었다. 특히 청소년 상담자들이 우울감과 불안감을 호소했다”며 “아이돌 스타들의 처지와 동일시하거나 극단적 선택을 정당화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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