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국보가 아니다” 선동열, 그를 지탱한 형의 유언과 ‘우상’ 최동원

입력 2019-10-22 16: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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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전 감독. 사진제공|민음인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투수로 불리는 선동열 전 감독(56)의 자기평가는 냉정했다. 스스로를 두고 “나는 국보 투수가 아니다”라고 단언한 그는 자신의 좌절과 극복에 관한 경험담이 담긴 자전적 에세이 ‘야구는 선동열’을 통해 청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한다.

선 전 감독은 22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출판기념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펴낸 배경과 소회를 밝혔다. 그는 “내가 순탄하게 야구를 해왔다고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일본리그에 진출한 첫해 2군도 아닌 3군 교육리그에서 뛰며 큰 좌절과 실패를 맛봤다”며 “내가 실패와 좌절을 극복하는 경험담을 젊은 야구 선수들과 요즘 시대에 어렵게 사는 청년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7년 연속 평균자책점(ERA) 1위와 0점대 ERA 3회, 통산 ERA 1.20 등 셀 수 없이 많은 불멸의 기록과 함께 ‘국보 투수’라는 별칭을 얻었지만 ‘야구는 선동열’은 ‘나는 국보가 아니다’라는 제목과 함께 반성에서 시작한다. “책을 쓰며 많은 일을 되돌아봤다. 사실 모든 게 반성과 성찰인 것 같다”고 운을 뗀 그는 “일본에 진출한 첫해 실패를 겪으며 내가 ‘우물 안의 개구리’임을 깨달았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운동을 했지만 국보라는 과분한 칭찬을 받았다. 책에는 국보가 아니라고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야구와 함께한 모든 순간, 어린 시절 하늘나라로 일찍 떠나보낸 형의 마지막 메시지를 잊지 않았다. 선 전 감독은 “형을 따라 야구를 접했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때 백혈병을 앓았던 형님이 돌아가시기 전 ‘이왕 나대신 야구를 했으니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형님의 유언이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내가 정말 최고가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늘 형에게 부끄럽지 않게 야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우상’ 최동원의 존재는 선 전 감독을 일으키는 힘이었다. 그는 “불펜에서 공을 던지는 동원이 형을 보면 감탄스러워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도 저렇게 해봐야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나의 우상이었다”며 “내가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던 것 역시 동원이 형을 따라잡으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한번은 내게 기본기에 대해 이야기해주신 적이 있다. ‘투수는 공을 던지는 것 외에는 러닝에 신경을 써야한다’는 말씀이었다. 지금은 하늘에 계시지만, 늘 고맙게 생각하는 분”이라는 속마음을 꺼내놨다.

선수 선동열, 지도자 선동열을 회고한 모든 장면을 책에 담아냈다. 그는 “선수들은 땀 흘리며 훈련한 노력을 우승으로 보답 받는다. 투수로서 한국시리즈를 마무리 지었을 때의 즐거움과 쾌감은 선수가 아닌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지난해 아시안게임 국가대표팀을 지휘해 금메달을 목에 걸고도 국정감사에서 고초를 겪은 데 대해선 “사실 서서는 안 될 자리라고 생각한다.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받고 어이가 없기도 했고, 야구팬들 앞에서 부끄럽기도 했지만 좋은 경험을 했다”고 되돌아봤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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