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 1루수 후보에서 KS MVP까지, ‘오재일 로드’를 돌아보자

입력 2019-10-28 0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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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오재일. 스포츠동아DB

지난 2월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당시 두산 베어스 오재일(34)의 위치는 ‘주전 1루수 후보’였다. 당시 김태형 감독도 “오재일과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며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타 구단 관계자들은 두산의 캠프 분위기를 보며 “메이저리그(MLB) 출신 타자도 경쟁을 해야 하는 타선”이라며 부러운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타선이 강하다는 증거였지만, 3시즌 연속(2016~2018시즌) 25홈런·80타점 이상을 올린 타자가 확실한 주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은 오재일 입장에서 다소 자존심이 상할 수 있었다. 확실한 공격력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도 커졌다. 최주환이 시범경기에서 부상을 당해 지명타자 페르난데스~1루수 오재일~2루수 오재원으로 포지션이 정리됐지만, 이번에는 극심한 슬럼프가 발목을 잡았다. 4월 한때 2군행을 통보받았고, 5월까지도 타율이 0.225에 불과했다. 과거에도 ‘슬로스타터’의 기질이 있었지만, 부진이 생각보다 더 길어진 탓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러나 6월부터는 전혀 다른 선수로 변모했다. 오재일의 타격감이 조금씩 살아날 즈음 김 감독도 “지금의 리듬을 유지하면 언제든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있는 타자”라고 기를 살려줬다. 그 믿음이 통했다. 6월부터 8월까지 59경기에서 타율 0.346(211타수73안타), 10홈런, 49타점의 맹타를 휘둘렀고, 이 기간에 꾸준히 월간 타율 0.330 이상을 유지했다. 상대 배터리가 승부하기도 까다로워졌다. 과거의 극단적인 잡아당기는 타격에서 벗어나며 상대 수비시프트를 무력화한 결과였다. 9월 이후 20경기에서도 타율 0.299(87타수26안타), 3홈런, 20타점을 기록했고, 그 감각을 KS에까지 가져간 결과 시리즈 MVP와 더불어 기아자동차 스팅어 승용차까지 손에 넣는 기쁨을 누렸다. 매끄러운 1루 수비도 시리즈 내내 호평을 받았다. 타율 0.333, 1홈런, 6타점의 시리즈 성적과 별개로 1차전 끝내기안타와 4차전 결승타를 터트린 오재일은 이번 KS의 시작과 끝이었다. 위기감과 함께 시작한 2019년이 오재일에게 야구인생 최고의 한해가 됐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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