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GS칼텍스 선풍의 주인공 러츠의 모든 것

입력 2019-10-29 11: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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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칼텍스 러츠. 스포츠동아DB

요즘 V리그 여자부 최대화제는 개막 2연승으로 잘 나가는 GS칼텍스와 외국인선수 러츠다.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었고 이번시즌 우승후보로 손꼽히던 흥국생명과 도로공사를 각각 3-0, 3-1로 완파했다. 대단한 기세다.

지난시즌 GS칼텍스는 토종 공격수 3명(이소영~강소휘~표승주)의 빠른 공격이 잘 통했다.

외국인선수 알리도 어느 정도 역할을 했다. 이고은~안혜진 2명의 세터가 특색 있게 공을 배급하며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경기를 잘 유도했다. 이번시즌에는 표승주가 빠졌지만 강소휘의 파괴력이 늘었다. 이소영은 클러치 상황에서의 결정력이 돋보인다. 약점이었던 중앙은 한수지의 가세로 탄탄해졌다. 이제는 상대 블로킹이 어디를 막아야할지 고민하는 팀이 됐다.

● 신장 206cm의 높이가 V리그에 준 충격과 공포

무엇보다도 처음 상대하는 역대 최장신 여자 외국인선수 러츠의 효과가 크다. 신장 206cm의 러츠는 서서 팔을 뻗으면 네트 위로 팔꿈치가 올라온다.

이런 높이를 본 적이 없기에 상대팀 공격수와 세터는 주눅이 들 수밖에 없다. 대부분은 그 앞에서 플레이를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는다.

물론 이런 효과는 시즌 내내 지속되지 않을 것이다. 라운드를 거듭하면 상대팀은 러츠의 단점을 찾아낼 것이다. 차상현 감독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시즌 전에 오른쪽과 중앙을 오가며 다양한 위치에서 공격과 블로킹을 하도록 훈련시켰다. 러츠의 높이가 상대팀에게 엄청난 위압감을 주지 않을 때부터 GS칼텍스에게 위기가 올 것이다. 그 때가 언제일지 궁금하다.

사실 러츠는 2년 전 트라이아웃에 나왔을 때만 해도 이렇게 위력적이지 않았다. 가능성만 있었던 선수였다. 당시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은 마지막 지명순번을 잡았을 때 러츠와 어나이를 놓고 고민했다. 그때 프런트와 상의하면서 “지금 데려와서 2년만 고생하면 좋은 선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올해는 힘들지도 모른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6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했고 이번에도 우승해야 한다고 믿던 프런트는 “올해도 꼭 우승해야 합니다. 감독님”이라고 했다. 결국 그렇게 해서 러츠는 V리그 첫 도전에 실패했고 어나이는 IBK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었다. 그 이후 러츠는 엄청난 감량을 했다. 재수를 택한 끝에야 V리그에 안착했다.


● 스탠포드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한 엘리트 집안의 딸.

명문 스탠포드 대학교를 나온 러츠는 엘리트 집안의 딸이다. 아버지 어머니 오빠도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생이다. 아버지는 엔지니어 출신이다. 세계 2위 석유회사 BP에서 일하다 지금은 은퇴했다. 어머니는 현역 회계사다. 오빠도 엔지니어로 LA의 회사에 다니고 있다. 러츠의 전공은 생물학이다. 석사과정은 생물학과 연관된 역학을 택했다. 키 덕분에 체육특기자로 스탠포드 대학에 입학했지만 공부와 담을 쌓은 것은 아니었다. 만일 배구선수 생활을 끝마치고 나면 제2의 인생을 개척할 준비는 이미 갖춰뒀다.

러츠는 큰 키 덕분에 일찍 배구를 시작했다. “아직까지 나 보다 큰 선수는 보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로 키는 그를 상징한다. 덕분에 유망주로 많은 눈길도 받았다. 아직 국가대표가 되지는 못했다. 러츠의 목표는 미국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는 것이다. 키에 비해서 스피드와 순발력이 떨어져 대표팀의 부름을 받지는 못했다. 러츠는 GS칼텍스 선수가 된 뒤 더 많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력을 강화시키고 있어 스피드와 순발력은 좋아질 수도 있다.

● 아버지 덕분에 익힌 해외적응력과 러츠의 한국어 선생님은

러츠가 다른 외국인선수보다 적응력이 뛰어난 이유가 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 전 세계를 돌아다녔다. 유럽의 아제르바이젠, 미국의 알라스카 등 석유가 나는 곳에서 생활했다. 지금은 가족과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산다. 그 곳도 유명한 석유도시다. 어릴 때 해외에서의 생활경험이 많다보니 새로운 환경에 빨리 적응하고 무엇인가에 잘 도전하는 능력을 일찍 익혔다.

현재 숙소는 가평의 GS칼텍스 훈련장이다. 동료들과 함께 지낸다. GS칼텍스는 새로운 훈련장을 만들면서 외국인선수를 위해 특별한 숙소를 2개 준비했다. 이 곳은 토종 선수들의 생활공간보다 2배가량 넓다. 또 조리시설도 갖춰 선수가 원하면 스스로 요리를 해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러츠는 아직까지 구단에서 준비해준 요리를 맛있게 먹는다. 특별히 요구하는 것도 없다. “입맛이 까다롭지도 않다”고 구단 관계자는 귀띔했다. 매운 음식, 새로운 음식도 용감하게 도전하고 잘 먹는다.

11월이면 어머니가 딸을 응원하러 한국에 올 예정이다. 구단은 가평 선수단 숙소 옆에 있는 인재개발원에 어머니를 모시고 한국의 멋진 늦가을을 보여드릴 계획이다. 요즘 러츠의 한국어 선생님은 주장 김유리다. 그 덕분에 한국어 실력은 나날이 늘고 있지만 경상도 사투리로 배우고 있다는 것이 함정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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