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혁.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11년 남자 20㎞ 경보에 출전한 김현섭 삼성전자 코치(37)의 동메달이 한국 육상의 종전 최고 성적이자 유일한 메달이었다. 그마저도 김 코치는 당시 6위에 그쳤지만 이후 샘플 도핑테스트에서 당시 1, 2, 5위가 양성반응을 보이며 2019년이 돼서야 동메달을 받을 수 있었다.
김 코치는 스포츠동아와 통화에서 “세계선수권 메달이 갖는 의미는 상상 이상이다. 메달 수상 소식은 유망주 유입이 필요한 대다수 육상 종목에 희소식”이라고 말했다.
세계선수권 메달리스트지만 김 코치는 2019년 대한육상연맹 고위관계자로부터 동메달을 전달 받을 때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 도핑 위반 선수들로 인해 수상 당시의 기쁨을 누리지 못한 점도 분했지만, 비인기 종목인 경보를 알릴 기회를 놓쳤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메달 수여 소식이 글과 사진으로만 보도돼 아쉬움이 컸다. 영상을 통해 메달 수여 장면이 전국에 알려졌다면 경보를 알릴 기회가 더욱 많았을 것”이라며 “우상혁의 은메달 수확은 단순히 역대 최고 성적 수립이 아닌 잠재적인 육상 저변 확대를 꾀할 수 있는 순간을 마련한 거라 의미가 깊다”고 강조했다.
김 코치는 세계적인 수준의 ‘롤 모델’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롤 모델을 보고 육상을 시작하는 유망주들이 늘어나면 향후 선수층이 두터워져 더 좋은 선수가 발굴될 수 있을 거란 생각에서다.
그는 “육상은 세부 종목이 많고 선수층이 얕아 롤 모델이 많지 않다”며 “우상혁이라는 롤 모델의 탄생은 향후 단거리와 장거리, 포환던지기 등에도 우상혁에 버금가는 선수 배출로 이어질 수 있다. 우상혁의 은메달이 육상 저변 확대의 신호탄이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