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 김한민 감독·박해일 “국뽕? 자긍심 담아, 마음 수양하며 연기” [인터뷰]

입력 2022-07-22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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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민 감독(왼쪽)·박해일.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김한민(52) 감독과 배우 박해일(45)이 “용기와 자긍심”을 눌러 담아 만들었다고 자부하는 영화 ‘한산: 용의 출현’(제작 빅스톤픽쳐스)을 27일 관객에게 선보인다. 영화는 김 감독이 “일생일대의 프로젝트”로 내세우는 ‘이순신 3부작’의 시간상 첫 번째 이야기로, 2014년 1700만 관객을 모으며 한국영화 흥행사를 다시 쓴 ‘명량’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이다. 김 감독은 이순신을 “가장 이상적인 군자상”으로 꼽으며 그의 “다채롭고 입체적인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3부작의 주인공을 각기 다른 배우로 내세우며 ‘명량’ 최민식에 이어 박해일을 새로운 이순신의 얼굴로 택했다. 자신이 “대선배 최민식과 전혀 다른 결”을 가졌다는 박해일은 “‘제가 장군감인가요?’라고 되물었다”며 김 감독의 출연 제안을 받았던 당시를 돌이켰다. 박해일을 “강인한 인상은 아니지만 내면에 강직함을 가지고 있는 배우”라고 표현한 김 감독은 “현명하고 담대한 지략가”인 ‘한산: 용의 출현’(한산) 속 이순신에 “박해일이 ‘적역’이었다”고 확신했다.


● 김한민 감독 “‘명량’ 뛰어넘고 싶어 개봉까지 8년, 흥행은 하늘의 뜻…다만 위안 되길”

‘명량’ 개봉 당시 ‘한산’은 물론 ‘이순신 3부작’의 세 번째 작품인 ‘노량: 죽음의 바다’의 시나리오 모두 완성해 놨지만 ‘한산’이 나오기까지 8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김 감독은 “‘명량’보다 더 잘 만들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명량’을 우격다짐으로 만들었다면 ‘한산’과 ‘노량’은 차근차근 준비해서 훨씬 ‘엣지 있는 작품’으로 내놓고 싶었어요. 시나리오도 더 정교하게 계속 다듬었고, 실감 나는 해전을 표현하기 위해 콘티도 애니메이션으로 시각화했죠. 그래서 ‘명량’보다 만족도가 더 큽니다.”

그는 ‘명량’이 역대 개봉작 최고의 흥행 성적을 기록했음에도 일명 ‘국뽕’(맹목적으로 자국을 찬양하는 행태) 영화로 폄하되기도 해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때를 돌이키며 “결국 진정성의 문제”라고 조심스레 말했다.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를 ‘애국심팔이’, 혹은 ‘이순신팔이’로 흥행해보겠다는 마음으로 만들었다면 ‘국뽕’이라 불릴 수도 있겠죠. 하지만 아닙니다. 진정성을 느낀다면 논란에서 피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순신의 모습을 통해 용기와 자긍심과 연대감 등을 말하고 싶었죠.”

그는 이순신 장군에 대한 모든 역사적 자료와 책도 섭렵했다. 각종 포럼과 아카데미에서 ‘이순신의 리더십’ 강의를 했을 정도다. 울적하거나 고민이 있을 때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의 와중에 쓴 ‘난중일기’부터 찾아 읽는다고 한다.

“이순신 장군에게는 매력을 넘어선 마력 같은 것이 있어요. 올바른 인품은 물론 안목과 균형까지 갖춘 분입니다. 문인들이 장악한 성리학의 조선시대에 문인이었지만 무인이 된 이순신 장군이 가장 이상적인 군자상이 됐죠. 이 인물을 깊이 탐구하고 싶었어요.”

‘명량’이 역대 최고의 흥행 기록을 가지고 있는 만큼 ‘한산’이 기록할 최종 성적도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지만, 김 감독에게 더욱 중요한 건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의 완성”이다. 세 번째 영화인 ‘노량: 죽음의 바다’는 이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설 연휴 개봉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흥행은 하늘의 뜻이에요. 진인사대천명(해야 할 일을 다 하고 나서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이죠. 다만 관객이 역사 속 영웅을 통해 위안을 얻으셨으면 좋겠어요.”

사진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 배우 박해일 “이순신 위대함에 내 자신 작아져, 대사보다 눈빛…절제된 연기 깨달아”

박해일은 ‘명량’의 최민식이 “불의 기운”으로 타오르는 이순신이었다면 자신은 “물의 기운”을 가졌다고 말했다. “선배님의 역량을 따라갈 순 없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선배님처럼 불같은 압도적 카리스마를 보여주진 않아요. 하지만 이순신이 등장하지 않는 장면에서조차도 그의 존재감이 느껴지도록 연기하려 했어요. 그의 지략과 전략이 영화 전체에, 모든 인물에게 스며들길 바랐죠.”

‘명량’의 흥행을 의식하고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이순신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느끼며 “그의 위대함”을 표현해야 한다는 걱정과 고민만 있었을 뿐이다.

“이순신 장군님을 알아갈수록 스스로 더욱 초라해졌어요. 그와 저의 간극을 좁혀야 했어요. 일부로 절에 가서 앉아 시간을 보내며 마음 수양을 했어요. 가만히 앉아 염불소리와 풍경소리를 들어보려 노력했죠. 이전에 했던 어떤 작품보다 마음을 비워내려고 했어요. 자꾸만 옹졸해지는 마음을 경계하고 앉아있을 때조차도 늘 정자세를 유지하려 했죠.”

“대사 보다는 눈빛”으로 하는 연기가 많았던 이번 작품을 통해 “절제하는 연기”에 대해서도 더욱 고민하게 됐다. “정중동(靜中動·고요한 가운데 움직임이 있다는 뜻)의 힘”을 깨닫게 됐을 정도다.

“물 위에서 왜군과 맞선 성웅”을 온몸으로 살아낸 그는 “바다가 올해의 나를 관통하고 있다”며 신기했다. 한 달 전 개봉한 주연작 ‘헤어질 결심’은 물론 하반기 개봉을 노리고 있는 또 다른 영화 ‘행복의 나라로’까지 “바다라는 연결 고리”를 가지고 있다.

“‘헤어질 결심’에서 연기한 ‘해준’은 해군 출신이기도 하고 바다에서 엔딩을 맞는 인물이에요. 이순신 장군은 바다 위에서 왜군과 맞서죠. ‘행복의 나라로’ 역시 바다로 가는 이야기예요. 신기하게도 모든 작품이 바다와 맞닿아 있어요.”

대작들이 쏟아지고 있는 여름 극장가에 개봉해 치열한 흥행 경쟁을 벌이게 됐지만 “걱정 보단 반가움”이 앞선다. “팬데믹 이전의 활기찬 극장”을 누구보다 그리워했다.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영화들을 뷔페에서 다양한 음식을 드시듯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 영화는 역사적 사실을 담았지만 할리우드 영화처럼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훌륭한 외국의 제독들이 할리우드 영화를 통해 해외에 알려지듯 이순신 장군님 역시 해외에 더욱 알려지길 바랍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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