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 역전’…국내 경제 불확실성 우려

입력 2022-07-29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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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美 연방준비제도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 0.75%p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 단행

美 최악 인플레이션이 인상 원인
정부 “국내 금융 영향 제한적일것”
한국은행 8월 금리 인상폭 주목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이하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8일(한국시간) 6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p를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하면서, 미국 금리가 국내 금리보다 높아진 한·미 금리 역전이 현실화 됐다. 특히 3월 0.25%p의 베이비스텝, 5월 0.5%p의 빅스텝, 6월과 7월 각각 0.75%p의 자이언트스텝을 밟으며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무려 2.25 %p나 빠르게 올린만큼, 글로벌 증시와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금융시장은 ‘안도랠리’

미국 연준은 6월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으로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한 데 이어, 이례적으로 두 차례 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는 기록을 세웠다. 이로써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1.50∼1.75%에서 연 2.25∼2.50%로 크게 상승했고, 국내 기준금리(연 2.25%)보다 상단 기준으로 0.25%p 높아졌다. 한·미 기준금리 역전은 2020년 2월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미국 연준이 자이언트스텝을 결정한 데에는 최악으로 치달은 인플레이션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9.1% 급등해 1980년 11월 이후 4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통상 기준금리를 올리면 시장에 풀린 유동성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어 물가상승 압력을 약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 상승률이 너무 높다. 9월 열리는 다음번 FOMC 회의에서도 큰 폭의 금리 인상이 적절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언젠가는 금리 인상의 속도를 늦추는 게 적절해질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또 경기침체 우려에 대해 “경제가 현재 침체 국면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렇듯 파월 의장이 시장에 대해 안정적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금융시장은 ‘안도랠리’를 보였다. 당초 물가상승 압력을 방어하기 위해 금리를 1.00%p 올리는 울트라스텝의 가능성도 점쳐졌지만 자이언트스텝에 머물러 다행이라는 평가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이날 미국 뉴욕증시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36.05p(1.37%) 오른 3만2197.5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102.56p(2.62%) 상승한 4023.61, 나스닥 지수는 469.85p(4.06%) 급등한 1만2032.42로 장을 마감했다. 국내 증시도 소폭 상승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9.74p(0.82%) 오른 2435.27, 코스닥은 2.62p(0.33%) 오른 798.32에 마감했다.


●국내 경제 악순환 우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한·미 금리 역전으로 인한 외국인 자본유출, 물가 급등, 경기침체 우려 등이 국내 경제에 불확실성을 높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통상 미국 금리가 한국보다 높아지면 국내 경제에 악순환으로 작용한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한국 주식과 채권 수익률이 떨어지니 이를 운용할 유인이 사라지고, 자금을 대거 빼낼 가능성이 커진다. 이는 다시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무역수지 악화를 불러오고, 국내 물가 상승 압력도 높일 수 있다. 또 통화당국은 고물가 고착화를 막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게 되고, 이는 소비 위축으로 작용해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일단 한·미 기준금리 역전에도 외국인 자본이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이번 미국 연준의 결정은 대체로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했다. 또 “과거 세 차례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기에 모두 역전 현상이 있었지만 국내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오히려 순유입을 유지했다”며 “우리 경제 펀더멘털과 글로벌 이벤트에 대한 적절한 대응 등이 자본유출입에 더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이제 관심은 13일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8월 기준금리 인상폭으로 쏠리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미금리 역전이 예상했던 시나리오인 만큼 한국은행의 두 번 연속 빅스텝 가능성은 낮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경기침체 우려 속에 국내 물가상승세와 환율 급증 등이 좀처럼 진정되지 않는다면 또 한 번의 빅스텝이 불가피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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