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이영표, 기성용, 손흥민에 황희찬까지…인종차별의 뿌리를 뽑자! [스토리사커]

입력 2022-08-02 15: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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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엄격한 규칙 속에서 진행되는 스포츠는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를 가린다. 그게 본질이다. 그런데 간혹 불공정이 개입한다. 인종차별이 대표적이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행동이지만 어제오늘의 문제도 아니다. 특히 유럽축구의 인종차별은 고질(痼疾)이다. 오랫동안 앓고 있어 쉽게 고치기 힘든 병이다.

대개 아시아와 아프리카 출신들이 표적이 되고 있는 가운데 유럽 무대에서 성공한 한국선수들도 끊임없이 시달렸다. 박지성이나 이영표, 설기현, 기성용 등은 툭하면 식용 개고기나 마늘 냄새, DVD 불법복제 등이 동원된 야유와 욕설을 들어야했다. 작은 눈을 지적하거나 눈을 찢어 보이는 행동도 잦았다. 이는 아시아 출신을 조롱하는 대표적인 행동이다.

손흥민(토트넘)은 과거 독일에서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의 인생경기로 2018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독일전(한국 2-0 승)을 꼽은 그는 “독일에서 상상도 못할 힘든 생활을 보냈고, 인종차별도 많이 당했다. 언젠가 갚아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독일 관중들이 우는 모습을 보면서 복수했다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말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 시즌 아시아 출신 최초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은 EPL에서도 줄곧 인종차별과 싸워야했다. 최근엔 온라인 증오도 늘었다. 소셜미디어(SNS)로 손흥민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축구팬이 ‘사과 편지쓰기’ 처분을 받거나 ‘경기장 출입 금지’를 당하기도 했다.

사진출처 | 황희찬 인스타그램


물론 이런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경기를 몰수할 수 있는 권한을 심판에게 주는 등 강력한 수단을 동원해왔다. EPL도 선수들이 유니폼 소매에 ‘No Room For Racism’이라는 패치를 달고, 경기 시작 전 무릎 꿇기 의식을 하는 등 캠페인을 벌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역부족이었다.

이번엔 황희찬(울버햄턴)이 타깃이 됐다. 1일 포르투갈 알가르브에서 열린 포르투갈 2부리그 소속 SC파렌세와 프리시즌 친선경기에 선발로 출전했다가 상대팀 팬으로부터 인종차별적 욕설을 들었다. 그는 경기 주심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다. 구단도 “유럽축구연맹에 이 사건을 보고하고 관련 기관의 조사를 요구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고통은 선수의 몫이다. 황희찬은 “우리는 그저 같은 인간이다. 성숙한 태도로 이 스포츠를 즐겨야 한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더는 동료, 후배들 그 누구도 이런 일을 겪어서는 안 된다”며 소신 있게 말했다. 그러면서 “인종차별에 반대한다(NO TO RACISM)”고 덧붙였다.

인종차별은 범죄행위다. 그냥 내버려두면 안 된다. 더욱 강력한 제재와 함께 뿌리를 뽑을 때까지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여나가야 한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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