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트’ 이정재 “첫 연출작. 30년 연기 커리어 망칠까봐 공포” [인터뷰]

입력 2022-08-04 08: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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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0년차 ‘월드스타’ 이정재(50)가 그 어느 때보다 떨리고 긴장되는 ‘신인의 마음’으로 영화 ‘헌트’의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정우성과 1999년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함께 주연한 이번 영화는 그가 제작·각본·연출까지 맡아 무려 1인 4역을 해냈다. 말 그대로 ‘영화인 이정재’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과 노력”을 쏟아 부어 완성한 셈이다.

3일 삼청동 카페에서 만난 그는 시사회 이후 쏟아진 호평에 “다행이다”며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중요한 건 관객의 평가”라고 강조했다. “30년간 잘 쌓아온 내 연기 커리어를 (연출작으로 인해) 망치게 되는 게 아닐까 싶어 느끼는 공포는 다른 사람을 상상도 못할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 “잘생긴 정우성, 누가 찍어도 멋있겠지만…”

10일 개봉하는 영화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서로를 내부 첩자로 의심하는 두 안기부 요원의 이야기다. “원톱물이었던 원안 시나리오 ‘남산’”을 직접 “투톱 첩보물”로 각색한 이정재는 “부담감에 4번이나 출연을 거절”하다 고심 끝에 한 배에 올라 타 준 정우성을 “가장 멋지게 영화에 담고” 싶었다고 돌이켰다.
“우성 씨야 워낙에 잘생긴 사람이라 누가 찍어도 멋지죠. 그 얼굴이 어디 가겠어요. 다만 우성 씨가 가지고 있는 생각과 표현이 멋있어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신념과 목표가 건강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캐릭터를 구상했죠.”



정우성과 “스크린 재회”를 동료 영화인들도 반겼다. 황정민·주지훈 등 배우들이 “자진해서” 영화의 카메오로 나섰고 전날 진행된 VIP시사회에는 ‘태양은 없다’ 김성수 감독을 비롯한 영화인들이 총출동했다. “인생을 헛살진 않았구나” 싶었을 정도다.

“김성수 감독님을 보자마자 ‘형이 찍어줬으면 내가 이 고생 안했잖아!’라고 했죠. 하하. ‘헌트’ 연출을 부탁드렸던 감독님 중 한 분이시거든요. 우성 씨와 함께 하는 작품이니 만큼 감독님이 연출하면 의미가 클 것 같았어요. 진지하게 고민하시다가 고사하셨고 제가 연출까지 하게 됐죠.”


● “함께 했던 감독님들의 고충 이해하게 돼”

30년간 연기하고 감독들을 지켜보며 “현장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착각”이었다. 직접 연출을 하며 “연출자의 고충”을 뼈저리게 이해하게 됐다.
“이렇게나 많은 공정 과정이 있는지 몰랐어요. 책임져야 할 것도 너무 많고요. 체력적으로도 너무 힘들고 일단 잠을 제대로 잘 수 없다는 게 정말 고통스러웠죠. VIP시사회 뒤풀이에 오신 감독님들에게 ‘이제는 감독님들이 시키는 거 다 하겠다. 말도 잘 듣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영화를 향한 언론과 평단의 호평에도 쉽게 “다음 연출 계획”을 말하기는 쉽지 않다. 아직은 “연출을 하며 고생했던 기억”이 머릿속을 꽉 채우고 있어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인들에게 “두 번 다시는 연출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엄포까지 놨다.

“한 번 해봤다고 자신감이 생기는 건 아닌 거 같아요. 다른 작품은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언젠가 다시 써보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고 또 시나리오 또한 완성도 있게 나온 다면 조심스럽게 다시 연출하게 되지 않을까요?”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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