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못 드는 이틀밤 보낸 박진만 대행의 완벽했던 데뷔승 [잠실 SD LIVE]

입력 2022-08-04 22:03: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삼성 박진만 감독대행. 스포츠동아DB

“지고 인터뷰를 하려니까 좀 조심스럽네요.”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대행(46)은 4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앞서 솔직하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대행 첫날(2일·경기 우천취소)에는 여러 생각이 많아서 잠을 못 잤고, 어제(3일)는 지니까 분한 마음이 들어서 또 못 잤다”는 말에선 ‘책임자’의 고충마저 느껴졌다.

박 대행은 허삼영 전 감독이 1일 자진사퇴를 선언하면서 부랴부랴 지휘봉을 잡았다. 올 시즌 삼성 퓨처스(2군)팀 감독을 맡았던 터라 ‘책임지는’ 자리는 익숙하지만, 생존이 걸린 1군 무대에서 느끼는 압박감은 차원이 달랐다. “어제 경기(1-3 패)도 과정은 나쁘지 않았다. 퓨처스(2군) 경기라면 과정이 좋았으니 괜찮다고 했을 텐데, 1군에선 결과를 내야 하기에 불안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실했다. 박 대행은 “어떻게든 이겨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선수들도 이런 박 대행의 마음을 알았을까. 이날은 1회부터 3점을 뽑아내며 기세를 올렸다. 이에 그치지 않고 2회 1점, 3회 2점을 추가하며 초반에 승부를 갈랐다. 박 대행은 끊임없이 박수를 보내며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9-2 승리로 이날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로써 선수시절 최고 유격수로 꼽혔던 박 대행의 1군 지도자 커리어에 첫 승 기록이 아로새겨졌다. 선발투수 원태인은 7이닝 3안타 1볼넷 6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5승(5패)째를 따내며 박 대행의 첫 승에 큰 힘을 보탰다.

과정도 좋았다. 박 대행은 전날 타순에서 꽤 많은 변화를 꾀했다. 상대 선발투수 이영하에게 강한 면모를 보였던 강한울(3루수)~강민호(포수)~오선진(유격수)을 하위타순(7~9번)에 배치했다. 강한울은 3안타를 몰아쳤고, 오선진은 3회말 김재호의 안타성 타구를 걷어내며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타격감이 떨어져있던 강민호는 3회초 무사 1·2루서 희생번트를 성공시키며 득점에 기여했다. “어떤 상황에서든 최선을 다해 뛰라”는 박 대행의 원칙을 인지한 선수들은 플레이 하나하나에 무척 진지했다.

어느 정도 격차가 벌어진 뒤에도 의미 없이 이닝을 소비하지 않았다. 적극적으로 로테이션을 돌리고, 수비 위치를 조정했다. 이날의 베스트 9 중 끝까지 자리를 지킨 이는 구자욱, 강한울, 오선진 등 3명뿐이었다. 8회말 송준석(좌익수)과 김태군(포수)을 투입하며 야수 엔트리를 모두 소진했다. 김태군을 제외한 야수 전원이 최소 한 차례씩 타석에 들어섰고, 강민호와 송준석을 제외한 모두가 안타를 쳐내며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1승 이상의 수확을 거둔 박 대행은 경기 직후 주장 오재일에게서 승리 기념구를 전달받으며 활짝 웃었다.

잠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