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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야구 진출을 위한 마지노선을 지키고 있던 KIA 타이거즈가 최대 위기에 몰렸다. 연이은 부상자 속출로 전력 정상화가 좀처럼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전반기에 쌓아둔 승패의 마진 플러스를 순식간에 소진했다.
올 시즌 KIA가 가장 눈부신 질주를 한 때는 단연 5월이다. 5월 26경기에서 18승8패, 월간 승률 1위(0.692)를 기록하며 10개 팀 중 가장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다. 현재 거침없이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는 SSG 랜더스조차 5월에는 KIA의 기세에 크게 눌렸다.
그러나 6월을 앞두고 맞닥뜨린 부상 악령이 ‘호랑이 군단’의 발목을 잡았다. 외국인투수 션 놀린이 종아리 근육 파열 부상으로 한 달 넘는 재활에 들어갔고, 또 다른 외국인투수 로니 윌리엄스까지 정상 컨디션을 찾지 못해 번번이 선발로테이션을 이탈했다.
KIA 김종국 감독은 “6월은 버텨야 하는 시기”라며 외인 원투펀치의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로니의 부진까지 겹친 KIA는 결국 새 외국인투수 토마스 파노니를 영입하는 승부수까지 꺼내들었다.
부상 악령은 한여름이 되어서도 떠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외국인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7월 2일 인천 SSG전 도중 얼굴에 사구를 맞아 한 달 동안 결장했다. 외국인선수들이 돌아가면서 부상으로 전열을 벗어나다보니 전력의 톱니바퀴는 어긋나기만 했다.
승리를 지키던 핵심 불펜투수들도 8월을 앞두고 나란히 부상자명단(IL)에 올랐다. 전상현~장현식~정해영으로 이어지는 막강 우완 필승조 조합이 깨졌다. 팔꿈치 통증으로 인해 전상현이 7월 30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고, 하루 전에는 장현식이 IL에 올랐다. 전상현은 최소 3~4주는 회복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즌 전 구상한 퍼즐조합이 계속 엇나가면서 KIA의 성적도 롤러코스터를 타기 시작했다. 나성범, 이창진 등의 맹타를 앞세워 7월을 9승9패로 마무리했으나, 8월 들어서는 성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5~7일 6위 두산 베어스와 주말 홈 3연전에서 루징시리즈를 기록한 것은 그야말로 치명타다.
더 큰 문제는 향후 일정이다. 필승조는 당분간 정상 가동이 어렵다. 더군다나 이제 곧 피로도가 극심한 2연전 체제로 접어든다. 6월부터 시작된 ‘버티기’로 시즌 마지막까지 힘을 짜내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새로운 원동력을 찾아야 한다. 일단 지금의 꺾인 분위기를 만회하는 게 급선무다. 반등의 발판을 먼저 마련한 뒤에야 5위 수성의 의지도 다시 다질 수 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