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안나’, 감독판 공개…6부작과 무엇이 달라졌나 [리뷰]

입력 2022-08-13 1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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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쿠팡플레이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안나’ 감독판이 12일 논란 속에 공개됐다.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6월 24일을 시작으로 매주 두 편씩 공개돼 타이틀롤 수지의 호연과 높은 몰입감 등에 힘입어 호평 속에 종영한 바 있다. 하지만 3일 연출자 이주영 감독이 “쿠팡플레이가 동의 없이 8부작이었던 드라마를 6부작으로 편집해 공개해 작품을 훼손했다”고 주장했고 쿠팡플레이는 “당초 제작 의도와 달라진 작품에 대해 이 감독에게 수정 요청을 했으나 거부당했고 제작사의 동의를 얻어 재편집한 것”이라고 밝혀 논란이 됐다.

양측의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쿠팡플레이는 12일 쿠팡플레이가 공개한 이 감독의 편집 버전인 ‘감독판 안나’는 이 감독의 주장처럼 주인공 안나를 비롯한 주변인물의 심리 등이 더욱 자세하고 명확하게 담겼다. 하지만 길어진 이야기로 인해 이야기의 호흡이 길어지고 따라서 긴장감과 몰입도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자아냈다,


●더욱 섬세해진 인물의 심리 묘사

감독판인 8부작에는 주인공 안나 뿐만 아니라 주변 인물들의 전사(前史)와 심리를 추측할 수 있게 하는 이야기가 더욱 많이 담겼다. 하지만 가장 도드라지는 차이는 극 초반에 집중됐다. 6부작에서 1화에 모두 담았던 내용을 8부작에서는 1·2화로 나눠 풀어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6부작에서는 주인공 유미가 ‘안나’라는 여성의 신분을 훔쳐 살기 전까지의 이야기를 단 한 편에 모두 안나의 똑 부러졌던 어린 시절과 인생의 첫 시련을 맞보게 됐던 고등학생 때의 일, 대학입학 및 재수 실패, ‘거짓 대학생’ 생활, 아버지의 죽음, ‘진짜 안나’가 이사로 있는 갤러리 소품샵에서 일하다가 그곳을 떠나게 되는 이야기가 모두 1화에서 펼쳐진다.

이 이야기를 두 편으로 나눠 담아낸 8부작에는 길어진 러닝타임 만큼이나 안나가 되기 전의 유미의 심리와 상황이 더욱 자세하고 섬세하게 담겼다. 특히 거짓 대학생임이 들통 난 후 아르바이트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던 유미가 겪었던 ‘불쾌한 일들’이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편의점 아르바이트 중 만난 무례한 담배 손님, 치근덕거리는 고시원 총무 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설정은 유미의 선택에 대한 당위성을 설명해준다. 시청자가 안나라는 성공한 여성의 삶을 훔치게 되는 유미를 ‘리플리 증후군 환자’로 취급하지 않고 이해하고 공감하게 만들어 준다.


●똑같이 반복되는 용두사미?

6부작과 8부작의 가장 큰 차이가 초반 편집에 있다는 건 ‘안나’ 시청자들에게는 ‘아이러니’로 다가온다. ‘안나’가 6월 공개되자마자 시청자의 호평을 끌며 화제를 모을 수 있었던 이유가 초반 전개에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누리꾼들은 “1화의 스피디함이 주는 높은 몰입감”에 열광했다. 8부작이 길어진 이야기만큼이나 호흡 또한 느려졌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6부작이 지적을 받았던 부분은 오히려 후반이다. 초반의 전개에 비해 늘어지는 호흡에 대해 ‘용두사미’라는 평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진짜 안나’(정은채)의 죽음과 그 과정, 한국인 남편과 결혼한 것으로 설정됐으나 혼혈아로 보이는 진짜 안나의 딸에 대한 의혹 등 제대로 설명되지 않고 넘어가면서 갑작스런 후반 전개에 대한 의문점도 쏟아졌다.

쿠팡플레이 측의 ‘편집 개입’ 폭로가 나오자 누리꾼들은 의문스러웠던 전개가 ‘쿠팡플레이 측의 편집으로 인한 것’으로 추측했고 감독판이 의문점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 감독이 편집한 8부작에도 이런 궁금증은 전혀 해소되지 않고 갑작스러운 전개는 바뀌지 않았다. ‘안나’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혔던 부분이 감독판에서도 똑같이 반복되고 있다는 이야기다.

다른 장점을 내세우나 똑같은 단점을 극복하지 못한 쿠팡플레이의 6부작과 이주영 감독의 8부작 ‘안나’. 선택은 시청자의 몫이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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