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FC 매각설, K리그 전체의 위기…확대가 능사 아냐 [남장현의 피버피치]

입력 2022-08-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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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K리그에 큰 위기가 닥쳐왔다. 시민구단 성남FC의 매각설 여파다. 구단주의 입에서 직접 나온 이야기라 더욱 충격적이다. 신상진 성남시장이 최근 “(이재명 전 시장이 구단을 대기업 후원금 유용에 활용한 의혹으로) 성남FC가 비리의 대명사가 됐다. 이런 팀 구단주를 하고 싶지 않다. 기업에 매각하거나 제3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밝힌 뒤 K리그는 벌집을 쑤신 듯 시끄러워졌다.

향후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몰라도 성남 구단은 존폐 위기에 놓인 듯하다. 이미 성남시가 같은 경기도권의 한 지자체에 운영권을 넘길 수 있다는 소문도 돈다. 사실상의 ‘강제 연고 이전’으로, 세미프로인 K3·K4리그로 향할 수 있다. 정규리그 7회 우승에 빛나는 성남 일화 시절부터 쌓아온 전통이 한순간에 역사 속에 사라지는 것이다. 현 상황이 이럴진대 K리그1(1부) 최하위로 K리그2(2부) 강등을 걱정하는 것은 오히려 사치다.

안타깝지만 명맥 유지가 가능한 기업 매각도 현실적으로는 어렵다. 후원 의혹에 휘말린 구단 이미지가 워낙 좋지 않아 축구단을 운영할 만한 규모의 기업들이 선뜻 손을 내밀지 의문이다. 여러 지역기업들의 컨소시엄 형태의 지원 또한 한 가지 방법으로 거론되나, 역시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데 진짜 문제가 있다. 성남에 국한된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시민구단들은 언제든 성남과 같은 처지에 몰릴 수 있다. 정치권의 입김에 구단이 휘청거리는 상황은 이미 비일비재하다. 정권이 바뀔 때면 라인을 타고 내려온 낙하산 고위층으로 인해 사무국 전면 물갈이가 이뤄지는 것은 기본이고, 시장 및 도지사의 뜻에 따라 팀이 만들어진 뒤 다시 방치되거나 전임자가 시작한 창단작업을 후임자가 중단하거나 보류하는 사태가 반복돼왔다.

그래서 많은 축구인들은 “시민구단의 운명은 (선거 주기인) 4년에 한 번씩 결정된다”고 얘기한다. ‘축구에 대한 정치적 개입’에 아주 예민한 국제축구연맹(FIFA)이 국내 사정을 파악해 제재를 가해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도·시민구단들이 지자체의 눈치를 보는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건전한 재정구조를 갖지 못해서다. 지자체의 지원금에 따라 선수단 규모 및 전력이 좌우되니 구단이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없다. 여기에 이런저런 제약에 손발이 묶여 자유롭게 수익창출에 나서지도 못한다. 돈을 벌지 못하는 프로팀은 정상이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K리그는 ‘성남 닮은꼴’이 차고 넘친다. 특정팀을 지목할 순 없으나, 차마 프로라고 부르기 어려운 구단들이 너무 많다. 결국 K리그가 승강 시스템 구축을 이유로 규모 확장에만 매몰돼 빚어진 현상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반면 소위 ‘불량감자들’에 대한 명확한 진단과 점검, 규제에는 관심이 부족했다.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양적 팽창만으로는 긍정적 성장으로 볼 수 없는데도 그래왔다. 당장 내년이면 K리그는 1·2부 합쳐 24개 팀까지 늘어나는데 다른 몇몇 지자체가 프로팀 창단을 준비 중이란다. 기가 막힐 일이다. 국내 인구나 스포츠시장 규모를 보면 이상현상이다. 미안하지만 더 이상의 확장은 필요 없다. ‘재정건전화’를 줄기차게 외쳐온 한국프로축구연맹부터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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