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쉬는 게 X발이네” 결핍과 이별하기…연극 조립식가족 [공연]

입력 2022-08-25 15: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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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는 게 씨발이네(희정의 대사 중)”

겉으로 보기엔 말쑥하게 사는 30대. 적지도 많지도 않은 서른과 서른 중반의 인물들이 설을 같이 지내기 위해 한 집에 모인다. 하지만 이들을 조금만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멀쩡한 사람이 없는 듯하다.

알뜰살뜰 모은 돈과 대출을 합쳐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정식은 “결혼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술주정뱅이 유부녀 정미를 좋아한다. 정미는 남편이 허구한 날 바람을 피워대는 것도 모자라 시댁에서 구박까지 받는 인물. 현재는 정식이네 집에서 빌붙어 살고 있지만, 이혼은 하지 않은 상태이다.

뉴스에도 나올 만큼 성공한 청년사업가 모세는 마흔도 되지 않았는데 네 번째 결혼을 준비하고 있으며, 택배 물류 사원으로 근무하는 희정은 사귀는 남자들마다 한심하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모자라고 어설프며 결핍이 되어 있다. 정식, 모세, 희정은 같은 보육원에서 자란 남매 같은 사이다. ‘이 세상에 눈을 떠보니 보육원’이었던 사람들. 이들의 아픔은 가정이 아닌 곳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타인과 섞이는 것에 대한 낯섦과 어색함일 것이다.

애초부터 자신이 존재한다는 것이 누군가에는 불편함으로 느껴졌으리라는 생각에서 상처를 받는다. 하지만 또 살아낸다. 사람들과 사회가 이들의 상처를 후벼 파고 소금을 뿌려도, 또 살아내고 살아낸다.

이들은 결국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한 식탁에 둘러앉아 새해를 맞이하며 새로운 희망을 꿈꾼다. 그리고 세상과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들을 저 깊은 어느 곳에 넣어두고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다시 희망이라는 끈을 잡고 새해를 맞이하게 된다.


결핍과 이별하는 방법을 찾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연극 ‘조립식 가족’이 “좋은 연극”, “재미와 감동이 확실한 연극”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특수한 환경과 사건으로 인해 한곳에 모인 이들이 서로에 대한 아픔을 보듬고 이해하며, 마치 테트리스 블록을 끼워 맞추듯 꼭 맞는 짝이 되어 진정한 ‘가족’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보여주는 연극이다.

‘조립식가족’은 인물들이 만들어 내는 담담하고 명랑한 조화 속에서 우리들이 갖고 있는 결핍과 강박에 말을 걸어 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등장인물들의 대사, 상황을 통해 보육원 퇴소생들이 겪어야만 하는 사회 제도의 허점이나 심리적 공황도 엿볼 수 있다.


노주현 작가 겸 프로듀서는 “얼마 전 광주의 한 대학생이 자립정착금 700만원이 다 떨어져가자 자신의 상황을 비관하여 삶을 달리 하였습니다. 보호대상 아동들이 만18세가 되면 몇 푼 안 되는 자립정착금과 함께 외로움과 사회적 편견, 가난 속으로 떠밀리듯이 사회로 나옵니다. 이 공연을 통해 그런 청년들의 삶에 대한 관심이 조금이라도 생길 수 있길 바랍니다”라며 “연극은 그러한 힘이 있습니다. 연극으로 그들의 삶을 보여주는 이유는 연극이 가지고 있는 묵직한 힘과 더불어 연극이 사회적 메시지를 담기 좋은 그릇이기 때문입니다. 이 공연은 그들의 이야기를 눈물과 웃음으로 잘 보여 주고 있습니다. 꼭 많은 분들이 오셔서 관람하시길 빌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유도겸(정식), 이홍재(모세), 정태윤(희정), 박민선(정미)과 함께 김채원, 고경희, 정준영, 장익준, 김미란, 김이솔, 송영주, 조하윤, 최경서, 최민호, 박지환이 목소리로 출연했다. 김태영 연출, 이동준 예술감독, 노주현이 극본을 쓰고 프로듀서를 맡았다.


(주)데일리창이 주최하고 창크리에이티브, 한국고아사랑협회가 주관하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석정도시개발, 고아권익연대, 선한울타리, 주사랑공동체가 후원하는 연극 ‘조립식 가족’은 9월 4일까지 대학로 드림시어터에서 공연한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 | 데일리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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