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표결과

대통령 ‘예스맨’ 與 초선, 왕조 때도 안 그랬다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입력 2021-06-12 13:02:00 수정 2021-06-12 13: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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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회가 6월 8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그 가족의 부동산 거래 내역을 조사한 결과를 더불어민주당 측에 전달했다. 초선의원 8명이 관련 의혹에 연루됐다. 김주영, 김회재, 문진석, 윤미향, 서영석, 양이원영, 윤재갑, 김수흥 의원(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뉴스1]
꽤나 원망스러울 것이다. ‘0선’에 비교당하는 처지로 전락했으니 말이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초선의원들 이야기다. 이들의 잘못은 무엇일까. 대통령과 당 지도부를 열심히 따른 것이 죄라면 죄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헌법기관이자 국민의 대표자다. 대통령이나 당대표 앞에서 당당하게 생각을 밝힐 수 있어야 한다. 민주당 초선의원들은 그러지 못했다.


“쓴소리 못 했다 생각지 않아”


4·7 재보궐선거 패배 직후인 4월 9일 2030 초선의원 5명(오영환·이소영·장경태·장철민·전용기)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년간 우리는 경험이 부족한 초선의원임을 핑계 삼아 어렵고 민감한 문제에 용기 있게 나서지 못했고 정부와 지도부의 판단에 의존했다”며 “바뀌어야 할 당의 관행과 기득권 구조, 국민과 공감하지 못하는 오만과 독선, 국민 설득 없이 추진되는 정책들에 대해 더는 눈감거나 침묵하지 않겠다”고 자성했다. 청와대 문을 박차고 들어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직언을 마다하지 않을 기세였다.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 ‘더민초’는 4월 28일 국회를 찾은 이철희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에게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다. 초선의원 68명과 문 대통령의 간담회가 6월 3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이뤄졌다. 간담회 풍경은 예상과 달랐다. 부동산 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국민 설득 없이 추진되는 정책들에 대해 더는 눈감거나 침묵하지 않겠다”고 말하던 초선의원들이 문 대통령의 정책 추진에 힘을 실어주기 바빴다.

고영인 더민초 운영위원장은 간담회 직후 브리핑에서 “기획재정부가 재난 시기에 좀 더 적극적인 재정 확대 정책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그런 말들이 주를 이뤘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문 대통령에게 질문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다”고 말했다. 곧장 당 안팎에서 비난이 쏟아졌다. 문 대통령과 초선의원들이 모여 내년 대선에서도 이른바 ‘매표 전략’을 쓰자고 합의한 자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민주당 오영환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 나은 저널리즘을 위한 기자간담회’에서 “쓴소리를 못 했다고 생각지 않는다. 부동산이나 청년의 공정 및 주거 안정,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문제에 대해 솔직한 의견 개진이 많았다”고 해명했다. 장경태 의원 역시 “대통령에게 얘기한 건 민생 회복에 관한 부분으로, 쓴소리인가 아닌가의 논쟁은 좀 벗어나는 것 같다. 청년 일자리와 장병 처우, 국토 균형 발전 등 강력하게 주문한 것도 있었다”고 말했다. 모든 요구가 문 대통령의 정책 방향과 맞닿아 있다는 점은 인식하지 못한 눈치다.

부동산 투기 의혹 폭탄까지 터진 상황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6월 8일 민주당 의원과 그 가족의 부동산 거래 내역을 조사한 결과를 민주당 측에 전달했다. 12명이 부동산 불법 투기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동산 명의신탁(김주영·김회재·문진석·윤미향) △업무상 비밀 이용(김한정·서영석·임종성) △농지법 위반(양이원영·오영훈·윤재갑·김수흥·우상호) 등 의혹도 다양하다. 그중 초선의원은 8명(사진 참조)으로 과반이다. 민주당은 이들의 명단을 공개하고 탈당을 권유하거나 출당 조치를 내렸다. 대통령 간담회에서 보여준 태도와 부동산 투기 의혹이 겹치면서 민주당 초선의원들의 바닥이 드러난 모양새다. 앞으로 이들이 어떤 집단행동을 한들 국민이 힘을 실어줄까.

“군기 잡으면 물어뜯겠다”

과거는 지금과 달랐다. 2004년 5월 초선이던 당시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은 “앞으로 초선 군기를 잡겠다고 하면 물어뜯어버리겠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4년 5월 29일 청와대에서 열린우리당 의원 및 전현직 지도부와 만찬을 가지며 초선의원들에게 “할 말은 천천히, 1년 뒤 삭여도 뼈가 남아 있는 말을 하자. 어쨌든 튄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손해다”라고 조언하기 까지했다. 초선의원 108명은 이후에도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 ‘백팔번뇌’로 불리며 놀림을 받았다.

백팔번뇌 일원이던 정청래 의원은 6월 7일 민주당 의원 91명의 동의를 받은 당규 개정 건의안을 발표했다.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 예비경선 때 권리당원 의사를 50% 반영하고 본선 진출자를 6명으로 규정하자는 내용이다. 정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현행 당헌·당규는 당 지도부를 구성할 때 소수 중앙위원들이 1차적으로 후보 컷오프를 하게 돼 있어 당원과 국민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하고, 당내 기반이 없는 새로운 인물이 도전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초선의원들이 딱해 보인 모양이다.

당대표 도전은커녕 쓴소리를 하는 인물도 없는 형국이다. 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이날 KBS 시사프로그램 ‘사사건건’에 출연해 “본인들이 뚫고 나가야 한다. 조금 겁난다고 물러서는 정치를 하면 클 수 없다. 자신 있고 패기 있는 정치를 해달라고 초선의원들에게 촉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대표에 맞서려는 초선의원이 없다는 의미다.

초선의원은 정당 인재 영입과 쇄신 공천의 상징이다. 이들이 침묵한다면 당내 중진급의 반발을 무릅쓰고 단행한 인재 영입과 쇄신 공천의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다. 국민 역시 쇄신 공천을 빙자해 계파를 중심으로 공천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초선 정치에 정답은 없다지만, 변화를 위해 몸을 던지는 자세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국민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직언을 마다하지 않는 문화에 익숙하다. 조선시대에도 그런 충신이 넘쳐났다. 더군다나 지금은 민주 정부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민의 고언이 매일같이 쏟아진다. 국회의원이 국민 개개인보다 용기가 없어서야 정치를 할 수 있을까.

이종훈 정치경영컨설팅 대표·정치학 박사
[이 기사는 주간동아 1293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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