득표결과

임대차법 피하려 ‘위장 월세’까지 등장

정순구 기자

입력 2021-10-23 03:00:00 수정 2021-10-23 03: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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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계약 때 월세 높게 받으려… 사실상 서류상 인상 편법 갱신계약
임대사업자, ‘5% 상한’ 무력화… 상가 몸값 높이는 ‘렌트프리’ 수법
아파트 임대차 계약에도 확산… 세금 피하려 허위 전입신고도 속출


뉴스1
“렌트프리 계약요?”

서울 마포구 A아파트에 전세보증금 5억 원 조건에 거주했던 김모 씨(32)는 최근 갱신계약을 하면서 집주인으로부터 생소한 제안을 받았다. 전세금은 안 올릴 테니 월세 70만 원을 추가해서 계약서를 작성하자는 것이었다. 그 대신 김 씨가 내는 월세는 2년 뒤 집주인이 모두 돌려주는 조건이었다. 임대차법에 명시된 임대료 인상 상한선인 5%를 훌쩍 넘는 수준이지만 실질적으로 내는 임차료가 없는 ‘위장 월세 계약’이었다. 집주인이 다음번 새로운 세입자와 신규 계약할 때 월세를 높여 받기 위해 세입자에게 편법 계약을 요구하고, 세입자는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상황이라 집주인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임대차법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전세 시장 혼란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 빌딩이나 상가 몸값을 높이기 위해 암암리에 쓰는 위장 월세 방식의 임대차 계약이 아파트에도 등장했다.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허위 전입신고를 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위장 월세 계약은 원래 약정 기간 동안 사무실이나 상가를 공짜로 임대해 주는 방식으로 시장에선 ‘렌트 프리(rent free)’로 통용된다. 세입자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건물주가 건물 가치를 올려 나중에 월세를 더 받으려는 목적으로 쓰는 ‘업(up) 계약’ 방식이다.

아파트 전세 시장에 위장 월세 계약이 등장한 것은 집주인과 세입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영향이 크다. A아파트 집주인은 지난해 초 임대사업자 등록을 했다. 8년의 의무 임대 기간 동안 계약 때마다 임대료 인상률이 5%로 제한된다는 의미다. 이번 계약은 임대사업자로 맺는 첫 계약. 임대차 금액을 높게 설정해야 향후 8년의 수익이 커지기 때문에 세입자에게 위장 월세 계약을 제안한 셈이다.

세입자 김 씨 역시 집주인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주변 비슷한 아파트 전셋값은 김 씨의 전세보증금보다 2억 원 이상 올라 위장 월세 계약을 받아들일 경우 기존 보증금을 동결한 상태로 2년 더 거주할 수 있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주인이 월세를 돌려주지 않을 경우 세입자가 임대료 인상 상한선을 넘은 계약으로 소송 걸면 그만”이라며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 계약 내용을 지킬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직장인 서모 씨(35)도 시장 혼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서 씨 부부는 두 달 전부터 서울 용산구 B아파트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파트에 전입신고를 못 했다. 지인인 집주인으로부터 ‘매달 관리비 명목으로 50만 원만 내는 대신 전입신고는 하지 말고 거주하라’는 제안을 받고 승낙했기 때문이다. 집주인은 B아파트에 양도소득세 면제 요건인 실거주 기간 2년을 채우기 위해 전입신고한 상태다.

최근 결혼한 직장인 장모 씨(34) 역시 서울 구로구에 신혼 전셋집을 구했지만 정작 자신의 전입신고는 노원구 아파트로 돼 있다. 결혼 전 장만한 노원구 아파트 세입자에게 월세를 시세의 절반만 받는 대신 자신이 전입신고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임대차법 시행 이후 시장이 더 복잡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안명숙 루센트블록 부동산 총괄이사는 “기형적인 전세 계약은 현 집주인과 세입자를 만족시킬 수는 있어도 그 피해가 다음 세입자에게 전가된다”며 “임대차 시장의 혼란을 가라앉힐 방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에 한동안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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