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스토리] “멋진 선수 되길” 롤모델이 LG 막내에게 준 선물 “평생 간직”

입력 2021-02-24 1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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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오지환(왼쪽)-이영빈. 스포츠동아DB

경쟁자인 동시에 동반자. LG 트윈스의 키스톤 콤비를 이루는 선후배 사이의 분위기다. 주축으로 자리매김한 선수들은 가능성이 무한한 유망주 후배들에게 쉽사리 자리를 빼앗길 생각이 없다. 하지만 동시에 이들이 자신을 위협하는 선수로 성장해 건강한 경쟁을 펼치길 바란다. 선배는 물심양면 챙겨주고, 후배는 그 길을 따르려 한다. 긍정적 공기가 이미 가득하다.

지난해 LG 키스톤 콤비는 유격수 오지환(31)과 2루수 정주현(31)이었다. 류지현 감독은 아직 주전 자리를 확정하지 않았지만 이주형(20), 이영빈(19) 등이 이들과 함께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번 캠프를 앞두고 선배들은 막내들에게 장비를 선물했다. 오지환은 이영빈에게, 정주현은 이주형에게 글러브 2개씩을 주문해줬다. LG 관계자에 따르면 선배들의 깜짝 선물은 이병규 타격코치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후배들에게 입단 선물을 챙겨주면 어떻겠냐는 이 코치의 의견에 오지환, 정주현이 적극 공감해 곧바로 제작 주문을 넣었다.

오지환은 “(이)영빈이는 같은 포지션이기도 하고, 먼저 방에 찾아와 이것저것 물어보는 후배다. 때문에 기분 좋게 선물했다. 후배들이 원하면 언제든 선물할 수 있다. 영빈이가 멋진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영빈도 “롤 모델인 오지환 선배가 선물해주셔서 영광이다. 선배가 글러브를 직접 주문해주셨다”고 설명했다. 주문 제작 제품이기 때문에 아직 도착하진 않았다. 이영빈은 “실물을 못 봤는데 조만간 도착할 것 같다. 직접 받으면 더욱 벅찰 것 같다”고 기대했다.

오지환은 이영빈에게 글러브 외에 배트도 한 자루 챙겨줬다. 이영빈은 스프링캠프 내내 그 배트로 타격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이 기억을 평생 행복하게 간직하고 싶다”는 소감에는 막둥이가 느끼는 벅참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2년차 이주형과 신인 이영빈이 1군 캠프에 포함됐기 때문에 젊은 피에 대한 기대가 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류 감독은 오히려 캠프 초반 이들에게 먼저 다가가지 않았다. 감독의 말 한마디가 젊은 선수에게 얼마나 크게 다가올지 알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며칠 만에 눈에 띄게 성장했다”는 칭찬을 덧붙였다.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막내들이 맘껏 뛰놀길 바란다. 이들은 조금 더 편한 선배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노하우를 흡수하고 있다.

선배들이 선물한 장비는 언젠가 깨지고 해질 것이다. 하지만 그 진심만큼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터. 롤 모델의 마음을 막내들도 충분히 느끼고 있다. 경쟁자인 동시에 동반자인 이들의 케미스트리가 더욱 끈끈해지길 기대해도 좋을 이유다.

이천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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