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 기고] 뉴노멀 시대, 비대면 스포츠 생태계의 변화…경륜·경정 산업 위기를 기회로?

입력 2021-03-02 14:18: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남희 고려대학교 국제스포츠학부 교수

뉴노멀 시대가 왔다. 지난 한 해는 그동안 겪지 못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든 생태계 환경을 비대면으로 바꿔 놓았다. 비대면, 온라인으로 순발력있게 대처하지 못한 산업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스포츠산업 역시 그중 하나이다.

스포츠는 ‘하는 스포츠’(참여 스포츠)와 ‘보는 스포츠’(관람 스포츠)로 구분한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치명적인 영향을 받은 스포츠산업은 ‘하는 스포츠’ 산업의 종사자들이다. 대표적으로 실내체육시설 자영업자들의 생태계가 무너져 경제적인 손실이 가장 크다. 신체활동을 전제로 수익을 창출하기 때문에 한계는 있겠지만 비대면 방식의 온라인 대처와 합의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지난해 4월 코로나19 비상 상황이 계속되는 미국 플로리다주에서는 프로스포츠를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로 인정하였다. 식료품점, 병원, 은행, 식당 등 생활에 필요하고 최소한의 사회 시스템이 유지되기 위한 필수 업종을 일부 정해 운영을 허락하고 있다. 일반인들의 ‘하는 스포츠’는 제한을 받더라도 비대면 방식의 ‘보는 스포츠’의 즐거움을 필수 서비스로 인정한 것이다. 발 빠르게 비대면의 온라인 방식을 합의하며 경제적인 위기에 대처하였다. 주 정부 관계자는 “프로레슬링 WWE는 플로리다 경제에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필수 서비스에 추가됐다”라고 설명했다.

‘보는 스포츠’의 즐거움과 스포츠 베팅에서 나온 경제적인 효과를 인정하여 프로스포츠를 필수 서비스로 지정한 것은 우리나라와 사뭇 비교된다.

‘보는 스포츠’는 프로스포츠가 대표적이지만 경륜·경정·경마와 같은 경주류 사행 산업도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프로스포츠는 전통적인 재원인 입장 수입에서 큰 손실을 보기는 했지만 이에 비해 스폰서십, 중계권 등을 이용한 비대면, 온라인 비즈니스는 오히려 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프로스포츠 경기를 대상으로 하는 스포츠 베팅은 비대면 온라인 발매로 코로나19의 경제적인 손실을 크게 보완하고 있다. 미국, 유럽 등 국가 대부분은 스포츠 베팅에서 온라인을 도입하였고 국내 프로스포츠경기도 온라인 스포츠 베팅을 도입하여 코로나19의 경제적인 손실에 대처하고 있다.

경주류 산업의 고도화를 이룬 일본 역시 2019년 온라인 인터넷 판매 비중은 총 6059억 엔 중 3060억 엔으로 50.5%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뉴노멀 시대, 비대면 스포츠 생태계의 변화와 적응을 이미 방증하고 있다. 경륜·경정, 경마와 같은 경주류 산업을 시행하는 국가 중 온라인 베팅을 할 수 없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아이러니한 점은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IT 기술을 보유하고 첨단 5G 기술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처음 도입한 국가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스포츠과학 발전과 체육진흥기금을 조성하고 관리하는 곳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다. 작년 경영 실적이 심상치 않다. 물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적인 손실로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주력 사업에서 ‘보는 스포츠’의 일종인 경주류 사업의 경우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경륜·경정 사업은 작년 2월부터 10월 말까지 8개월여 간 휴장한 데 이어 지난 연말 또다시 운영 중단에 돌입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직전인 지난해 10월 말부터 11월 사이 3주간의 경기 개최 실적이 전부다. 현재 경륜·경정은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경주가 개최되어도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은 비대면에 적응하여, 현장 구매 의향이 떨어져 전년 대비 80% 이상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는 비대면 뉴노멀 시대에 적합한 경륜·경정 등 경주류 스포츠산업의 온라인 발매가 시급하다는 방증이다.

경륜·경정이 소속되어 있는 국민체육진흥공단 기금조성총괄본부에는 약 2000여 명의 종사원이 근무하고 있다. 작년 코로나19에 대응하여 직원휴업, 임원 임금반납을 통해 40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하였다. 선수들은 무이자 대출로 생활하고 있고 본부 역시 외부차입을 통해 중독예방부담금을 내야 한다. 경주 개최 실적이 없는 상황에서 작년과 같은 매출 총량 산정의 불합리성을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산적해 있다. 자칫하면 국민체육진흥공단 경륜·경정에 근무하고 있는 2000여 명의 식구가 실직하고, 빠져나올 수 없는 경제적인 악순환이 거듭될 수 있다.

돌파구는 경륜·경정 산업이 뉴노멀 시대에 적응하는 것이다. ‘우리는 결코 코로나19 이전 시대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새로운 질서에 발맞춰 변화해야 한다는 사실 역시 수용해야 한다. 경륜·경정의 비대면 온라인 발매가 이루어지고 새로운 질서가 재편된다면 기존 스포츠 베팅에 잔재해 있던 낡고 오래된 부정적인 가치들은 새로운 트렌드에 변화해 갈 것이다. 스포츠의 뉴노멀은 ‘하는 스포츠’나 ‘보는 스포츠’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스포츠 뉴노멀은 프로, 아마추어, 엘리트, 생활체육을 모두 포함하며, 이를 지원하는 스포츠산업 전체가 변화되는 것이다. 따라서 뉴노멀 시대의 경륜·경정 등 경주류 사업의 온라인 발매는 비대면 스포츠 생태계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다. 뉴노멀 시대 비대면 스포츠 생태계의 변화는 경륜·경정 산업의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이다.

한남희(고려대학교 국제스포츠학부 교수)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