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최대 관심사는 ‘일자리’… 20대 여성은 ‘CCTV’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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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 민원 속 키워드로 본 민심
교육-교통-사회안전망 구축… 대부분 지역에서 주요 민원 꼽혀
주 52시간 대책 마련 요청도 많아… 각 당, 총선공약-정책 자료로 활용

“혼인신고 전 출생 자녀가 ‘무자녀’ 처리돼 청약 당첨이 무산됐습니다.”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는 한 20대 남성은 최근 “1자녀를 키우고 있는 2년 차 신혼부부”라며 국민권익위원회의 문을 두드렸다. 아파트 분양에서 1순위 자격으로 청약을 신청해 당첨됐지만 서류심사 과정에서 자녀의 출산일이 혼인신고 전이라는 이유로 ‘부적격’ 처리됐기 때문. 그는 “신혼부부 특별공급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인 7년 동안 둘째를 가져도 첫째는 자녀로 인정되지 않는다고 한다”면서 “부동산값 급등으로 신혼부부 특별공급이 유일한 희망이었는데 혼인신고가 늦었다고 무자녀로 취급한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역시 부동산이었다. 4·15총선을 앞두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권익위와 공동으로 20대 국회가 출범한 2016년 6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국민 민원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국민들의 민원이 가장 많이 집중된 분야는 아파트였다. 총선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꼽히는 부동산 이슈의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된 결과이다. 아파트가 민원 1위를 기록한 지역은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 경기, 인천, 충남, 세종, 부산, 울산, 전남 등 8곳. 이 중 세종은 조사 기간 집값 상승률이 59.0%, 서울은 56.7%에 이르는 등 8곳 중 7곳은 3년 4개월간 집값이 평균 20% 이상 올랐다.

총선을 준비하고 있는 각 정당도 부동산 공약을 내놓으며 민심 잡기에 나선 상황이다. ‘수용성(경기 수원 용인 성남)’ 추가 규제를 놓고 청와대, 정부와 엇박자를 내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청년·신혼 맞춤형 도시’ 등 주택 10만 채 공급을 약속하는 등 주택 공급 확대에 방점을 찍고 있다. 부동산 가격 급등과 초고강도 대책의 부작용으로 흔들리는 민심을 다잡지 못하면 수도권을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 미래통합당 출범 전 자유한국당 역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 공급 확대 공약을 내놨다.

아파트 외에는 교육, 일자리, 교통, 사회안전망 구축 등이 대부분의 지역에서 주요 민원으로 꼽혔다. 교육은 전체 민원 건수 중 224만4285건으로 15%를 차지했다. 민원에는 학교 신설, 특수목적고 부활, 기간제 교사의 처우 개선, 장애인 학교 등의 특수교사 법적 정원 확보 요청 등 다양한 내용이 담겼다. 18일 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총선 출마 지역인 서울 종로구의 ‘1호 공약’으로 종로 지역 내 초등학교 신설을 제시한 것도 이러한 표심을 공략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버스 신설 등 교통(191만4457건), 버스(133만2770건) 관련 민원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종로 지역구에 출마한 이낙연 전 총리는 최근 지하철 신분당선 연장 추진을 공약으로 내놓기도 했다.

일자리 민원 역시 76만6894건이 접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일자리, 경력 단절 여성 관련 제도 개선 민원과 함께 주52시간 근로제 도입에 따른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민원들이 포함됐다.

‘폐쇄회로(CC)TV’ 설치 요청 등 사회안전망 관련 민원도 많았다. 특히 서울의 CCTV 관련 민원은 31만7683건으로 총 민원의 12.47%에 달한다. 20대 여성들이 다수 민원을 제기했는데 지난해 ‘신림동 강간 미수 사건’ 등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에 경각심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권익위는 국민들이 가장 절실하게 변화를 요구하는 사안을 마지막에 청원하는 곳 중 하나다. 민원 빅데이터 분석이 선거 과정에서 정책 및 공약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로 이어지기 바란다”고 밝혔다.


▼ 30∼50대 이슈는 ‘아파트’… 청약 규제 완화 등 목소리 ▼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된 민원은 세대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10대의 주요 민원은 ‘교육’이었다. 특히 대학수학능력시험 난이도 관련 내용부터 대학 입시 제도의 난해함을 호소하는 민원들이 많았다. 정시 확대, 특수목적고 폐지 등 교육 공약이 총선에서 작지 않은 영향력을 가질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대는 ‘사회복무요원’ ‘예비군’ 등 군 관련 민원을 다수 제기했다. 20대는 여야가 사활을 걸고 있는 핵심 공략층. 14일 한국갤럽 여론조사(11~13일 조사,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18∼29세 중 무당층은 43%로 전 세대를 통틀어 가장 많았다. 미래통합당이 1호 공약으로 현역병에게 매월 2박 3일 외박을 부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60대가 가장 많이 제기한 민원은 일자리. 문재인 정부 들어 노인 일자리 확대에 재정이 집중 투입되고 있는 만큼 일자리를 찾는 노인층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은 총선에서 노인 일자리 확대 정책을 집중 부각할 방침이다.

70대의 최대 관심사는 버스 노선 변경 및 확충 등 ‘교통’인 것으로 나타났다. 30∼50대는 공통적으로 ‘아파트’를 주요 이슈로 꼽았다.

분석 기준이 된 키워드는 다양한 텍스트 마이닝 기법으로 추출됐다. 선관위와 권익위는 보다 다양한 범주에서 민원을 분석하기 위해 키워드를 세분화했다. 부동산 범주를 ‘아파트’ ‘분양’ ‘신도시’, 교육 범주를 ‘교육’ ‘학교’ 등의 키워드로 세분한 것이 대표적이다. 동아일보는 2018년 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총선 지역구가 확정되는 대로 핵심 지역별 선거 이슈를 빅데이터로 분석하는 ‘우리동네이슈맵 2.0’을 보도한다.

박성진 psjin@donga.com·강성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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