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우중의 도전정신’ 절실한 한국경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1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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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그제 세상을 떠났다. 대우의 김우중은 한국의 경제발전사를 이야기할 때 현대의 정주영, 삼성의 이병철과 더불어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다. 김 전 회장은 무역회사 샐러리맨으로 시작해 1967년 31세의 나이에 자본금 500만 원으로 대우실업을 세워 41개 계열사와 600여 개의 해외법인·지사망에 국내 10만 명, 해외 25만 명의 임직원, 재계 순위 2위에 이르는 대우 신화를 창조했다.

하지만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맞아 무너진 대우그룹은 1999년 공식 해체됐다. 당시 차입금은 44조 원, 대우로 인한 전체 손실액은 31조 원, 이를 메우기 위해 세금이나 다름없는 공적자금 21조 원이 투입됐다. 이처럼 김우중과 대우그룹에는 정경유착, 차입에 의한 문어발 확장이라는 짙은 그늘이 분명 존재한다.

그럼에도 세계가 칭송하는 코리안 미러클의 주역 가운데 한 명이었다는 공(功) 역시 과소평가돼서는 안 된다. 김 전 회장과 대우가 한국 기업사에서 갖는 또 다른 특별한 의미는 그의 베스트셀러 제목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가 단적으로 보여주듯 세계를 향한 도전정신이다.

최근 한국경제는 장기 저성장 시대로 접어들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안으로는 저출산·고령화라는 인구구조적 변화와 밖으로는 날로 악화되는 세계 무역환경이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닥친 가장 큰 위험은 이를 타개해 나갈 기업의 활력이 실종됐다는 점이다.

한국경제는 언제나 위기를 극복하고 도약해 왔으며 그 한가운데에는 김 전 회장과 같은 도전정신이 충만한 기업가들이 있었다. 한국경제가 다시 살아나려면 세계무대를 향한 도전과 열정으로 뭉친 기업가 정신을 북돋아줘야 한다. 경제 규모 세계 12위,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의 성숙한 시스템에 어울리게 업그레이드된 제2, 제3의 ‘청년 김우중’이 여럿 등장해 기업을 만들고 세계를 누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분위기와 제도를 만드는 것은 정치 지도자와 정부의 역할과 책임이다.
#김우중#대우그룹#im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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