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안면마비 증상 있다면 72시간 안에 치료받아야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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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갑자기 추워지면서 면역력 저하 등으로 여러 가지 크고 작은 건강상 문제들이 발생하기 쉬운 시기다. 특히 갑자기 얼굴 한쪽이 잘 안 움직이거나 한쪽 눈이 잘 안 감기거나 입술이 편측으로 돌아가는 현상이 생기면 혹시 뇌에 이상이 생겼나 싶어 깜짝 놀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이런 증상이 생기기 수일 전에 귀 뒤 통증이나 목 뒤쪽에 두통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러한 증상이 있을 경우 가장 흔한 질환은 말초성 안면신경 마비(벨 마비)이다. 말초성이라는 말은 뇌신경의 문제가 아니라 척추에서 손, 발, 얼굴로 뻗어 나가는 신경의 문제를 말한다. 벨은 이러한 안면마비를 처음으로 자세히 알린 의사의 이름을 따서 만든 질환명이다. 이런 안면마비의 경우 말초성 안면신경 주위 종양이나 염증 등이 없으면 ‘특발성 마비’라고 불리는데, 궁극적 원인을 모른다는 의미이다.

여러 국제적 학회에서 대동소이한 안면마비 진료 가이드라인이 나와 있지만 최근 프랑스의학회에서 나온 안면마비 진단과 치료 지침을 인용하면 안면마비 발생 뒤 가급적 72시간 내에 고용량 스테로이드 투여를 시작하고 (단 금기가 되는 건강상 문제가 없어야함) 원인이 바이러스로 추정되면 항바이스러스제를 동시에 사용하도록 되어 있다. 즉 스테로이드제와 항바이러스제만 의학적으로 검증된 치료제다. 기타 고용량 비타민C 주사나 신경절 차단술 등을 보조적으로 시행할 수도 있다.

이태규 신경과 제공
이태규 신경과 제공
다행히 특발성 안면마비는 치료하지 않고 가만 두어도 10명 중 8명 정도는 저절로 회복이 된다. 나머지 2명을 후유증 없이 치료하기 위해 모든 환자를 치료하는데 처음 발병 증상이 심할수록, 고령일수록 치료해도 회복이 덜 되는 경우가 있다. 치료를 적절히 해도 회복기간은 1개월 이상 걸린다. 조기치료가 중요하며 스테로이드가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가급적 빨리 복용을 해야 되는데 적어도 1주일 이내에 투약을 시작하는 게 좋다. 참고로 안면마비를 진료하는 주된 진료 분야는 신경과나 이비인후과이다.

안면마비 발생 뒤 2주가 지나서부터는 얼굴 근육운동을 매일 하면 마비된 근육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얼굴 근육 재활운동은 매일 마비된 근육들을 이마부터 시작해 입술 부위까지 차례로 한번에 10여 차례씩 손가락을 활용해 얼굴 근육을 수축했다가 폈다가 하는 방법이다. 국내외 유튜브 동영상에 많이 있으니 골라서 시행하면 된다. 이렇게 해도 발병 후 약 6개월이 지나도 안면마비 회복이 덜 된 경우 여러 가지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이태규 이태규신경과의원 원장
이태규 이태규신경과의원 원장
후유증으로 눈이 덜 감기는 경우 인공눈물을 자주 넣어 각막 손상을 방지해야 한다. 자기 전에는 효과가 지속되는 안연고를 사용해 자는 동안 각막 건조를 방지해야 한다. 특히 겨울철 난방을 하는 시기에는 방안 공기가 건조하면 각막 건조가 더 생길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가습기를 사용해 습도를 유지하는 게 좋다. 안면마비 후유증으로 생긴 안면 비대칭이 외관상 문제가 되면 보톡스 주사로 비대칭을 다소 치료할 수도 있다. 다만 효과는 3∼6개월 정도다.

결론적으로 안면마비 환자가 발생하면 응급실로 갈 필요는 거의 없지만 하루속히 전문의의 검사와 치료를 받는 게 좋다. 당황해서 엉뚱한 데 가서 시간을 낭비하는 건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될 수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골든타임(가급적 발생 후 72시간 이내 치료 시작)을 놓치지 말아야 치료 효과가 좋다.

이태규 이태규신경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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