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입고 12시간 누벼… “107석 안되면 미련없이 떠날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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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6/3당 대표 동행 르포]<2>더민주 김종인 대표 서울 유세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6일 하루 열 개가 넘는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했다. 김 대표가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에서 같은 당 진영 의원(왼쪽), 여성 비례대표 후보 등과 어묵을 먹고 있는 모습(위 사진). 오후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사전투표 캠페인을 벌였다(가운데 사진). 아래 사진은 김 대표가 국회에서 광주 서을 양향자 후보(왼쪽) 등과 함께 특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6일 하루 열 개가 넘는 일정을 소화하는 강행군을 했다. 김 대표가 서울 용산구 용문시장에서 같은 당 진영 의원(왼쪽), 여성 비례대표 후보 등과 어묵을 먹고 있는 모습(위 사진). 오후에는 광화문광장에서 사전투표 캠페인을 벌였다(가운데 사진). 아래 사진은 김 대표가 국회에서 광주 서을 양향자 후보(왼쪽) 등과 함께 특별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더 이상 ‘차르(황제) 김종인’이 아니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6일 국회에 출근해 처음 꺼낸 발언은 “광주 경제에 도움이 되지 못해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는 것이었다. 이어 굳은 표정으로 삼성의 미래차 산업을 광주에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김 대표의 승부수에는 판세를 뒤집을 수 있다는 자신감보다는 광주 열세가 현실로 닥친 절박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잇따랐다. “재벌은 탐욕에 항상 차 있다”는 재벌개혁론자의 입에서 나온 공약으로는 의외라는 것이다.

그가 이날 쏟아낸 발언들은 그동안 보여 온 행보에 비춰 헷갈리기까지 했다. 김 대표는 이날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재벌개혁이 경제민주화는 아니다”고 말했다. 5시간 뒤 서울 중랑갑 유세현장에서는 “재벌 하고 싶은 대로 해주는 게 경제성장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 결과가 IMF(국제통화기금)”라고 했다. 광주 경제 살리기 공약과 경제민주화가 상충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업이 새로운 공장을 짓는 건 경제민주화와 관계없다”고 피해갔다.

수도권 집중 공략에 나선 김 대표는 이날 국회를 떠나 서울 선거구 8곳을 돌았다. 공식 선거운동 일주일 동안 전국 45개 선거구를 도는 강행군 탓인지 목소리는 심하게 잠겼다. 긴급처방으로 전날 병원까지 다녀왔지만 기침이 멈추지 않았다. 이날 오후 9시까지 이어진 유세에서 김 대표는 “서울에서 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해줄 때마다 역사가 바뀌었다”며 수도권 표심을 자극했다. 청년층을 겨냥한 사전투표 독려 캠페인에서도 “삶과 미래를 생각하면 꼭 투표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 대표의 유세 차림도 젊었다. 오전에는 파란색 바람막이 재킷, 오후에는 야구 점퍼를 준비했고 청바지도 입었다. 하지만 유권자들과의 스킨십은 여전히 어색해 보였다. 서울 용산에 출마한 진영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찾은 용산구 용문시장. 신발가게에서 “신발 한번 신어보라”는 취재기자들의 요청에 진 후보가 김 대표에게 슬리퍼를 골라 줬지만 김 대표가 미동도 하지 않자 진 후보는 멋쩍은 듯 슬그머니 슬리퍼를 내려놓기도 했다.

김 대표는 이날 평소보다 한 시간 반 빠른 오전 3시 반에 깼다. 하루 동안 쏟아낼 메시지를 준비하기 위해 경제 통계 자료들을 살펴봤다고 한다. 결과는 ‘IMF 외환위기 여당책임론’이었다. 김 대표는 오전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새누리당 정권이 IMF를 가져온 장본인”이라며 “지금 우리 (경제) 상황이 또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느냐는 우려가 나온다”고 했다. 하루 종일 유세 현장을 찾을 때마다 “IMF가 터진 원인은 새누리당의 전신인 민주자유당 때문”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점심식사를 샌드위치로 때운 채 오후 방송기자클럽 토론회를 준비했다. 토론회가 시작되자 유독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에 대해 날 선 비판을 내놓았다. 그는 안 대표를 향해 “과거 높았던 지지도 때문에 국민 여론에 환상을 계속 갖고 있는 분”이라면서 “2012년 안 대표를 누차 만난 뒤 속으로 ‘이 사람 다신 만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도 했다. 총선에서 107석을 달성하지 못하면 책임지고 당을 떠나겠다고 했던 것에 대해선 “그 생각엔 변함없다”면서 “비례대표도 크게 미련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문재인 전 대표와 신경전을 벌였던 당 정체성 문제에 대해선 “더민주당은 그동안 한 프레임에 꽉 갇혀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집권할 의욕이 있는 정당인지 의심할 정도”라면서 “‘과거 운동권 때 이런 가치를 추구했으니 영원해야 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의 호남 방문 가능성을 두고는 “호남에서 문 전 대표를 모셔 유세하는 것이 득표에 유리하다는 (후보)분이 초청하면 제가 막을 수 없다”며 “그러나 특정인을 위해 가는 것이 전체 호남 투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차길호 기자 kilo@donga.com
#김종인#더민주#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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