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선참패 책임 적시 못한 여당 백서, 靑 눈치 때문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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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새누리당이 펴낸 4·13총선 백서 ‘국민에게 묻고 국민이 답하다’는 참패의 원인으로 계파 갈등, 불통, 자만, 무능, 공감 부재, 거짓 쇼·진정성 부재, 선거 구도 등 7가지를 지목했다. 총선 패배 후 석 달 만에 나온 백서가 여당 몰락의 책임을 뼈아프게 분석하는 대신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표적집단면접조사(FGI), 출입기자단 설문조사, 전문가 인터뷰 등을 나열한 데는 또 다른 갈등을 피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백서는 ‘새누리당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 수도권 20∼50대 국민이 ‘대통령’을 꼽았다고 밝혔다.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평가 여론조사 결과 ‘잘못하고 있다’가 95.4% 나왔고, 야당에 투표한 이유로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심판’이 가장 많았다고 소개했다. 결국 국민은 새누리당과 대통령을 동일시하고 있으며 대통령의 잘못이 새누리당의 패배로 이어졌다는 의미다. “국민은 대통령의 ‘배신의 정치’ 발언으로 불통 이미지가 더욱 뚜렷하게 각인됐다고 털어놓았다”며 “무엇보다 이 말로 인해 결국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간의 대결 구도가 만들어졌고 총선 공천 과정까지 이어지게 됐다는 실망감을 드러냈다”고 한 서술 역시 총선 패배의 가장 큰 원인은 대통령에게 있음을 시사한다.

그럼에도 백서는 패배의 책임이 누구에게 얼마나 있는지 적시하지 않았다. 이한구 당시 공천관리위원장부터 김무성 대표, 조동원 홍보본부장까지 ‘다 같이 잘못했다’는 식으로 열거하려고 애를 쓴 점이 특이하다. 2013년 4월 당시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회가 문재인 전 대선 후보를 비롯해 한명숙, 이해찬 전 대표 등 친노(친노무현) 핵심 인사들의 실책을 거론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요구한 것과 대조적이다.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공천 과정에서 터진 ‘친박 패권’ 문제를 언급조차 못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김희옥 비상대책위원장은 백서가 나온 뒤 “당이 어려워진 건 우리 모두의 책임”이라고 재차 강조했지만 이는 ‘청와대 책임론’을 무마하려는 발언으로 들릴 뿐이다. 백서 발간이 당 발전에 또 다른 걸림돌이 돼선 안 되지만 모두의 잘못이라는 말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면죄부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친박계가 당권을 쥐겠다고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의 출마를 위한 교통정리에 부심하는 것 아닌가.

새누리당이 총선 참패의 책임 소재와 경중도 실명으로 지적하지 못하면서 말로만 계파 청산을 외쳐서는 등 돌린 민심을 되돌리기 어렵다. 참회도 제대로 못한 새누리당 백서는 이 당이 아직 정신 차리지 못했다는 고백이나 다름없다.
#새누리당#국회#총선 참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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