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수기자의강추]누가6살소녀에증오를가르치는가?…학교가는길

입력 2008-06-1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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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숙제 공책을 되돌려주기 위해 ‘Z’자형의 험난한 산길을 오르내리던 소년 혹은 동생의 운동화를 구하기 위해 거리를 힘겹게 내달리다 쓰러지던 소년을 기억하는가.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혹은 마지드 마지디 감독의 ‘천국의 아이들’로부터 진한 감흥을 얻었다면 볼 만한 영화다. 19일 개봉한 ‘학교 가는 길’은 아프가니스탄의 바미얀에 사는 6살 소녀 박타이가 ‘재미난 이야기를 배우기’ 위해 학교에 다녀오는 하루 동안의 짧은 여정을 담고 있다. 박타이는 이웃집 소년 압바스의 책 읽는 소리가 부러워 엄마 몰래 달걀을 빵과 바꿔 이를 판 돈으로 공책을 산다. 연필도 필요하지만 돈이 모자란 박타이는 엄마의 립스틱을 들고 학교로 향한다. 하지만 박타이는 학교 가는 길에서 박타이가 남자 아이들의 전쟁놀이에 괴롭힘을 당하고 만다. 영화는 이 지점에서 이야기가 그리 단순하지 않음을 드러낸다. 아이들의 전쟁놀이는 탈레반과 미국의 전쟁을 모방하는 것이었고 아프가니스탄이 처한 비극적 현실을 드러낸다. 남자 아이들은 차도르를 두르지 않고, 립스틱을 발랐다며 혹은 예쁘다는 이유로 여자 아이들을 동굴에 가두며 나무로 만든 총을 휘두른다. 아이들의 놀이라고 하기엔 그들이 퍼붓는 대사가 어른들의 전쟁만큼 살벌하다. 단지 아이들의 전쟁놀이를 따라간 것이지만 그래서 더욱 현실의 무게감이 느껴진다. “죽은 척해야 널 놓아줄 거야”라는 압바스의 말에 뒤늦게 현실(?)을 깨닫고 쓰러지는 박타이의 천진난만한 얼굴이,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바미얀 석굴을 ‘우상숭배’의 이유로 파괴하는 장면으로 이어지며 막을 내리는 영화는 아이들의 눈에 세상의 참담한 현실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말하는 듯해 가슴 먹먹한 여진을 남긴다. 학교 가는 길 [감독] 하나 마흐말바프 [주연] 니키바크 노루즈, 압바스 아리조메 [등급] 12세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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