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률이 같을 경우 현행 순위 결정방식은 팀 간 맞대결에서 우위에 있는 팀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를 두고 구단 감독들은 현행 방식을, 프런트는 1경기 PO를 지지하는 비율이 높아 묘한 대조를 이뤘다. 스포츠동아DB

승률이 같을 경우 현행 순위 결정방식은 팀 간 맞대결에서 우위에 있는 팀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도록 규정돼 있다. 이를 두고 구단 감독들은 현행 방식을, 프런트는 1경기 PO를 지지하는 비율이 높아 묘한 대조를 이뤘다. 스포츠동아DB


동률순위결정전해법은뭘까? 감독·단장·선수에물었다
유례를 찾기 힘든 치열한 순위 싸움. 이대로라면 시즌이 끝나는 날 KIA와 SK, 삼성·롯데·히어로즈가 동률을 이룬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만약 진짜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1위와 4위는 어떻게 결정될까.

한국야구위원회(KBO)의 2009 대회 요강에는 ‘페넌트레이스 1-4위가 2개 구단 또는 3개 구단 이상일 경우에는 해당팀간 전체 전적 다승, 해당팀간 전체 다득점, 전년도 성적순으로 결정된다’고 명시돼 있다. 팀 간 맞대결 성적이 시즌 중 가장 중요해지는 순간이다. 때문에 스포츠동아는 8개 구단 감독·단장·선수들에게 현행 순위결정방식에 대한 찬반 의사를 물었다. 또 메이저리그에서 시행하고 있는 ‘1경기 플레이오프’(순위결정전) 방식과 비교해달라고 청했다. 그 결과 대체적으로 현장은 현행 유지에, 프런트는 1경기 PO 도입에 무게를 뒀다. 참고로 일본 프로야구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상대 전적을 비교해 순위를 정한다.

‘승자승’ 지지 입장 (감독·선수)
로이스터 “+1경기 공정성 해쳐”…봉중근 “현방식 현실적”

‘1경기 PO’ 지지 입장 (구단 단장)
LG 이영환 단장 등 “MLB처럼 흥행카드로 활용하자”

두 방식 무엇이 단점?
승자승, 승률 뒤지는 팀 억울…‘무승부=패’ 먼저 고치자


○‘승자가 이기는’ 이대로가 좋다

KIA 조범현 감독은 “정해진 페넌트레이스 안에서 순위를 정하는 방식이 더 합리적인 것 같다”고 했다.

승자승 방식의 손을 들어준 이들 대부분이 조 감독과 비슷한 이유를 댔다. 롯데 로이스터 감독은 “팀 별로 19차전씩이나 해서 우위가 가려졌는데, 1경기 PO를 하는 게 오히려 더 정당하지 않은 것 않다”고 설명했고, KIA 김상훈도 “미리 약속한 레이스 결과를 놓고 순위를 가려야지, 동률이라고 한 게임을 더하는 것은 기록적인 면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메이저리그 출신인 LG 봉중근은 “메이저리그는 무승부 자체가 없는 ‘끝장 승부’ 문화지만 우리나라에는 무승부도 있고 여러 가지 변수가 있다. 지금 방법이 가장 현실적인 것 같다”는 의견. SK 김재현도 “1경기 PO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했다.

○순위 결정전, 흥행을 위해 최고

반면 프런트는 압도적으로 1경기 PO 도입을 지지했다. LG 이영환 단장은 “모든 건 팬 위주로 생각해야 한다. 팬들에게 짜릿한 긴장감을 줄 수 있지 않겠나”라고 예상했고, SK 신영철 사장은 “언제든 환영한다. 3·4위 결정전부터는 의미가 없지만, 1·2위나 2·3위를 가리는 결정전은 굉장히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두산 김승영 단장도 “모든 팬들의 시선이 이 한 게임에 집중되지 않겠나”라며 흥미를 나타냈다. KIA 김조호 단장과 히어로즈 조태룡 단장 역시 찬성 입장. 또 두산 김현수를 비롯한 일부 선수들도 “재미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특히 한화 이범호는 “단 한 판의 승부에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에 흥행 면에서 좋을 것 같다”며 적극 찬성했다.

○어느 쪽도 단점은 있다

물론 어느 쪽도 완벽하지는 않다. 삼성 김재하 단장은 현행 제도에 대해 “상대전적이라는 것은 구단 상황이나 일정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우선순위를 두는 것은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롯데 조성환도 “현재 방식이 (삼성 상대전적에서 앞선) 롯데에는 유리하지만 바람직한 것 같지는 않다”면서 “메이저리그 방식이 꼭 옳다곤 못해도 우리도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할 듯하다”고 했다.

1경기 PO에 대해서도 찬성·반대 입장과 별개로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현수는 “선수들의 개인 기록은 (1경기 PO를 뺀) 최종전까지만 한정해야할 것”이라고 말했고, 두산 김경문 감독은 “감독 입장에서는 누구나 1경기 PO를 하는 게 싫을 것이다. 지는 팀은 얼마나 뼈아프겠나”라며 속내를 드러내기도 했다. LG 김재박 감독 역시 “시즌 막판에 한 경기라도 더 총력전을 하게 되면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체력 소모가 클 것”이라고 했다.

○가장 큰 문제는 ‘무승부=패’?

어쨌든 현장은 올해 바뀐 ‘무승부=패’ 제도가 모든 고민의 원인이라고 한 목소리를 냈다. 무승부를 무승부로 인정했다면 순위를 가리는 게 보다 쉬웠을 거란 얘기다. 김성근 감독, 조범현 감독, 김시진 감독, 김재현 등이 “시즌이 끝나면 반드시 재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이스터 감독은 “무승부 자체가 싫다. 무조건 승부를 내야 한다”는 강경파.

KBO 이상일 사무총장은 이 같은 논의에 대해 “올해 승률계산방식의 영향으로 동률팀이 나올 가능성이 더 높아진 건 사실”이라면서 “어쨌든 현행 제도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시즌 전체적으로 A팀이 B팀과의 대결에서 더 좋은 성적을 냈다는 것도 중요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1경기 PO는 현실적으로 일정과 장소를 잡기가 힘들거니와, 만약 그 경기에 에이스를 투입하면 그 팀이 이후 포스트시즌에서 피해를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총장은 “승률계산방식이든 순위결정방식이든 구단들이 합의된 하나의 안을 제시하면 KBO는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