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9CONSTRUCT, "우리는 꿈을 좇는 광부들"

입력 2014-12-01 19: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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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였던 게임 디자이너, 건축 회사에서 일하던 개발자, 고등학생 때 창업을 한 기획자가 만나면 어떤 게임이 나올까.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이들은 얼마 전 D9CONSTRUCT(www.d9con.com, 대표 소재민)를 창업했다.

D9CONSTRUCT는 현재 서울 성북구 1인 창조기업 비즈니스 센터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오는 12월 첫 게임인 '내 뒤론 못 지나가'의 런칭을 앞두고 있다. 넘치는 '개그감'으로 시종일관 유쾌했던 이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부트캠프에서 만난 인연

대표 겸 미술감독 소재민, 기술이사 이주원, 프로젝트 총괄 매니저 박주찬 등 3명이 D9CONSTRUCT의 구성원이다. 앞서 말했듯 이들의 배경은 꽤 흥미롭다.

소 대표는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화가였다. 주로 조각을 했다고. 그는 졸업 후 3D를 배우다 우연한 기회로 스킬트리랩에서 주관하는 2박 3일 게임 개발 부트캠프에 참가했고 게임 제작에 빠져들었다. 소 대표는 "조각과 게임 디자인은 본질이 창작 활동이기에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기획이사는 토목 회사의 영업 및 행정 관리 차장이었다. 그런데 올해 초 회사가 갑자기 문을 닫았고 자신의 꿈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찾아왔다. 고민 끝에 그는 '한 번쯤 내가 원하는 걸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마음 먹고 지난 2월부터 4개월간 프로그래밍 언어를 공부했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다수의 게임 및 개발자 커뮤니티에 올린 끝에 소 대표와 만나게 됐다.

그에 비하면 박 매니저는 순탄한 '개발 인생'을 살아왔다. 어떻게 이 일을 하게 됐냐는 질문에 그는 '살다보니 이렇게 됐다'고 답했을 정도. 중학생 이후 줄곧 컴퓨터를 공부해왔고 고등학생 때는 게임 회사를 창업해 3년간 유지하기도 했다. 소 대표와 박 매니저는 앞서 말한 스킬트리랩 부트캠프에서 인연이 닿아 7월 중순경 팀을 결성했다.

북미풍 디자인과 탄탄한 스토리가 특징


D9CONSTRUCT의 첫 게임, '내 뒤론 못 지나가'는 위에서 내려오는 적들을 주인공 캐릭터가 몸으로 부딪혀 막아내는 캐쥬얼 게임이다. D9CONSTRUCT는 "'갤러그' 등이 아래에서 미사일을 쏘아 내려오는 적을 죽이는 '탄막 슈팅' 장르라면, '내 뒤론 못 지나가'는 이를 막아내는 '탄막 디펜스' 장르"라고 전했다. 단순한 게임이지만 스테이지가 넘어갈수록 상당히 민첩한 캐릭터 조작이 필요하다.

주인공 캐릭터뿐 아니라 다양한 특징의 용병도 추가할 수 있게 해 게임에 재미를 배가했다. 용병은 크게 공격형, 방어형, 소모형 등으로 나뉘고 그 안에서도 각자의 특색이 있다. 어떤 용병은 자신 앞으로 오는 적들만 일렬로 모두 한 번에 죽이고, 어떤 용병은 자신이 공격당할 때 주인공의 체력을 올려주기도 한다. 사용자는 용병들을 모으고, 활용 전략을 세우며 게임에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용병의 탄생 배경도 눈여겨 볼만하다. 예를 들어 '슈퍼스타 오징어외계인'은 게임 속 화폐 단위가 오징어이기에 그 안에서 무척 인기가 높다. '드루이드'라는 용병은 회사원이었는데 '우루사'를 너무 많이 먹어 곰이 됐다. 이처럼 D9CONSTRUCT는 30여 마리의 용병마다 개성있는 배경을 설정해두었다.


주인공 캐릭터의 성장 시스템도 갖춰져 있다. 레벨이 올라가면 미사일을 쏠 수도 있고, 공격 범위도 커지며, 상위 용병을 고용할 수도 있다.
아무래도 대표가 미술감독이기에 전체적인 게임 디자인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소 대표는 "고전 게임 '원숭이 섬의 비밀'처럼 북미풍 디자인을 지향했다"며, "레벨이 올라가도 단순히 캐릭터들의 색깔만 바뀌는 게임도 많다. 하지만 우리는 용병마다 개성있게 생김새를 표현했고, 스테이지별로 지도와 몬스터의 모습을 다르게 만드는 등 애정을 갖고 게임을 제작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참고로 회사명인 D9CONSTRUCT의 뜻도 미술과 관련이 있다. 첫 글자인 'D'는 'Degree(등급)'를 의미하며, D9CONSTRUCT는 '9등급 구조주의자'들이란 뜻이다. '세상을 향해서는 최고의 9등급, 스스로에게는 가장 엄격한 9등급'이란 의미라고 한다. 소 대표는 "보통 게임 개발사 이름 중에 '스튜디오', '팩토리', '소프트'가 붙은 것들이 많은데 우리는 미술 쪽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인 'Construct(구조)'를 택했다"고 말했다.

"이것저것 따지지 않고, 게임이라는 한 우물을 팔 뿐"

어찌보면 '포화 상태'라고 할 만큼 피 튀기는 모바일 게임 시장에 이들은 어떻게 뛰어들 생각을 한 걸까. D9CONSTRUCT는 이에 대해 무척 이상적인 대답을 내놨다.


"신대륙으로 이주민들이 황금을 찾아 '골드 러시'를 떠난다. 우리도 이주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곡괭이와 삽 한 자루씩 들고 깜깜한 광을 파 내려가는 광부들이다. 앞이 보이지 않아도 무던하게 계속 땅을 팔 뿐이다. 그렇게 내려가다 보면 언젠가는 황금을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에 묵묵히 버티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시장이 '레드오션'인지 '블루오션'인지는 중요치 않다.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하고싶은 일을 찾아온 것이기에 그저 앞으로도 하루하루 개발에 매진할 것이다."

혁신적인 차기작을 개발 중

그들은 조작 방법에 '혁신'을 준 차기작을 제작하고 있다. 보안상의 문제로 많은 것을 이야기하진 못하지만, 타격감과 터치패드 사용 둘 다를 잡는 조작 방식으로 모바일 게임의 한계를 넘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픽은 1920년대 무성 애니메이션에서 따왔다고.

창업, 좋아하는 일이라면 계속 도전하라

창업을 꿈 꾸는 이들에게 전할 한 마디씩을 부탁했다. 이에 소 대표는 "당장 성공할 자신은 없지만 도전할 자신은 있다"며, "하고 싶고 좋아하는 일이라면 계속 도전하라"고 당부했다.
이 기술이사는 "한쪽 발은 땅을 딛고 있길 바란다"며, "너무 꿈만 좇고 환상에 젖을 것이 아니라 현실 감각은 갖고 창업에 도전했으면 좋겠다. 꿈만 갖고 왔다가는 100% 망한다"고 조언했다.
박 매니저는 "창업을 막 시작하려는 사람에게 이 말을 하고 싶다. 시작했으니 무슨 일이 생겨도 안 때려치고 계속 하면 뭔가 될 거다. 우리 자신한테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내 뒤론 못 지나가'는 12월 중순 출시 예정이다. 오는 12월 4일 열리는 인디 게임 행사인 '오픈 플레이 데이'에서 베타 버전이 선공개되며 그 자리에서 참여자들로부터 소중한 의견을 받는다.

D9CONSTRUCT 및 게임에 대해서는 공식 홈페이지(http://d9con.com/)나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d9con)에서도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글 / IT동아 나진희(naji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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