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종영 남긴 것 셋… 웰메이드 스릴러 탄생

입력 2015-12-04 08: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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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종영 남긴 것 셋… 웰메이드 스릴러 탄생

SBS 수목드라마 ‘마을-아치아라의 비밀’(극본 도현정, 연출 이용석) 3일 방송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마을-아치아라의 비밀’ 마지막회에서는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쉼 없이 달린 한소윤(문근영), 박우재(육성재)의 긴 여정이 마무리됐다. 김혜진(장희진)을 죽인 진짜 범인인 남씨 부인(신영진)은 죄를 인정했고, 함께 시체를 유기한 윤지숙(신은경)은 살인 미수 및 시체 유기죄로 체포됐다. 연쇄 살인마 아가씨(최재웅) 역시 손에 수갑을 차게 됐다. 죄를 저지른 사람은 마땅한 벌을 받게 됐다.

하지만 끔찍한 범죄로 딸 혜진을 기억에서 지운 지숙이 실은 그녀를 괴물이 아닌, 사람으로, 잠시나마 딸이라 생각하며 혈육의 정을 품었다는 사실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또한 마침내 모든 미스터리를 푼 소윤이 타임캡슐에서 혜진이 담아둔 가족사진과 지숙의 사진을 보며 오열하는 엔딩신은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먹먹함을 선사했다.


● 끝까지 치밀하고 완벽했던 스토리

마지막 회가 돼서야 혜진을 죽인 진범이 밝혀졌을 만큼, 아치아라에는 16회 내내 강도 높은 긴장감이 맴돌았다. 한 사람의 진실을 파헤치니 다른 이의 비밀이 꼬리를 물고 등장할 정도로 치밀하게 엮인 마을 사람들의 비밀은 2달 내내 시청자들의 추리 욕구를 자극했다. 스쳐 지나가는 줄 알았던 장면마저 중요한 복선으로 되돌아올 만큼 전반적인 이야기 구조가 촘촘하게 짜인 덕분이었다. 탄탄한 구성으로 반전에 반전도 어색하지 않았던 ‘마을’. 미스터리 스릴러의 역사를 새로 쓴 순간이었다.


● 3無 입증에 앞장선 반짝반짝 빛나는 배우들

미스터리의 한가운데서 묵묵히 중심을 잡았고, 언니 혜진의 과거를 알아갈수록 섬세해져 가는 감정선을 정확히 캐치하며 명불허전의 연기력을 선보인 문근영과 해맑고 톡톡 튀는 에너지를 발산하다가도 수사를 하는 순간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해지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진 육성재. 이들뿐만 아니라, ‘마을’의 모든 배우들은 시청자들이 사건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게끔 각자의 캐릭터를 정확히 파악, 완벽한 연기로 몰입력을 높였다. “연기 못하는 배우, 쪽대본, 러브라인은 없다”는 이용석 감독의 말 그대로였다.


● 잔인하리만큼 현실적인, 명확한 메시지

뱅이아지매(정애리)는 딸 지숙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는 평화로운 삶을 물려주기 위해 손녀 혜진을 불법으로 입양 보냈다. 그러나 지숙이 낳은 또 다른 피해자 혜진은 희귀병 때문에 아치아라로 돌아왔고, 마을의 평화는 깨졌다. 그리고 모든 일의 원흉인 남씨(김수현)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는 허망한 이유로 법적 처벌을 받지 못했다. 고통에 빠진 건 피해자들과 그들이 낳은 또 다른 피해자일 뿐이었다. 그야말로 잔인하리만큼 씁쓸한 결말이었지만, 우리 사회의 현재를 보여주는 현실적인 결말로 잔인한 범죄와 피해자, 묵인하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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