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골프 역사 바꾼 마쓰야마, ‘골프 황제’ 우즈도 축하

입력 2021-04-12 14: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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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야마 히데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마쓰야마 히데키(29·일본)가 아시아 선수 최초로 그린재킷을 차지했다.

12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제85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1150만 달러·128억9000만 원)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5개로 1타를 잃고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를 기록했다. 2위 윌 잘라토리스(미국·9언더파)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상금 207만 달러(23억 원)를 손에 넣었다.

1934년 창설돼 ‘명인열전’으로 불리며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마스터스에서 그동안 아시아 국적 선수가 거둔 최고 성적은 지난해 11월 임성재(23)의 공동 준우승이었다. 마쓰야마는 아시아인 최초 명인열전 챔피언에 오르는 신기원을 쓰면서 2009년 PGA 챔피언십 양용은(49)에 이어 아시아 남자 선수로는 두 번째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는 기쁨도 누렸다.

임성재가 이번 대회 컷 통과에 실패한 가운데 김시우(26)는 4라운드에서 이븐파로 타수를 줄이지 못한 채 합계 2언더파 공동 12위에 올랐다. 3라운드까지 톱10을 유지했던 터라 아쉬움이 남지만 2019년 공동 21위를 넘어 자신의 마스터스 최고 성적을 새로 썼다.

7타 줄인 3라운드 선전이 우승의 원동력
3라운드에서 ‘데일리 베스트’인 7언더파를 몰아치며 합계 11언더파로 리더보드 최상단을 점령한 마쓰야마는 4타 차 선두로 4라운드를 시작했다. 1번(파4) 홀에서 보기를 범했지만 2번(파5) 홀에서 버디로 곧바로 만회했고, 8번(파5)~9번(파4) 홀에서 연속 버디로 선두 굳히기에 나섰다. 12번(파4) 홀에서 티샷이 벙커로 향해 이번 대회 중 ‘아멘 코너(11~13번 홀)’에서 처음으로 보기를 적어냈다. 13번(파5) 홀에서 다시 1타를 줄인 뒤 15번(파5) 홀에서 세컨 샷이 물에 빠져 보기에 그치며 동반 플레이한 잰더 쇼플리(미국)에게 2타 차 추격을 허용하기도 했다. 16번(파4) 홀에서도 보기를 쳤지만, 쇼플리가 같은 홀에서 더블보기로 흔들리는 행운을 누렸고, 18번(파4) 홀에서 파 퍼트를 놓치며 이날 5번째 보기를 적어내고도 결국 먼저 경기를 끝낸 잘라 토리스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 기쁨을 누렸다.

중압감 때문인지 4라운드에서 오버파에 그쳤지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무빙데이였던 3라운드 선전이 큰 밑거름이 됐다.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288야드 ‘짤순이’의 반전
마쓰야마의 이번 대회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는 288.12야드로 컷을 통과한 54명 중 47위였다. 이 부문 1위 카메론 챔프(미국·323.88야드)에 비하면 무려 35.76야드나 짧다. 그렇다고 정확성이 높은 것도 아니다. 페어웨이 안착률 64%로 이번 대회 평균 68%보다 낮았다. 그럼에도 그린 주변에서 발군의 숏게임과 신기에 가까운 퍼팅 능력으로 이를 만회했다.

나흘간 기록한 온그린시 평균 퍼트 수는 1.58타에 불과했다. 노보기 플레이를 펼쳤던 3라운드 때는 1.39타로 더 낮았다. 3퍼트는 1~4라운드 각각 1개씩 총 4차례 밖에 없었다. 스피드가 너무 빨라 ‘유리알’로 불리는 오거스타의 그린을 철저하게 무력화시켰다.

마스터스, 10번째 도전 만에 거둔 영광
18세이던 2010년, 아시아 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해 2011년 마스터스 첫 출전권을 따낸 마쓰야마는 당시 아마추어로 유일하게 예선을 통과하고 공동 27위에 올라 아마추어 선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선수에게 주는 ‘실버컵’을 들어올렸다. 10년 뒤 우승을 차지하며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 등에 이어 7번째로 실버컵에 이어 그린재킷을 입은 선수가 됐다.

2013년을 제외하고 매년 마스터스에 출전했던 마쓰야마가 그동안 명인열전에서 거둔 최고 성적은 2015년의 5위였다. 2017년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우승 이후 4년 만에 승수를 추가하며 PGA 투어 통산 6승을 기록하게 된 그는 “마지막 9개 홀에서는 정말 긴장을 많이 했다.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마스터스 정상에 오르게 돼 정말 행복하다”며 “지금까지 일본 선수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한 적이 없었는데 앞으로 변화가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도 다시 한 번 우승할 수 있도록 노력을 멈추지 않겠다”고 밝혔다.

열광하는 열도, 우즈도 축하 메시지
일본 아사히신문은 “역사의 문을 비집고 들어간 마쓰야마, 일본 남자 골프의 숙원을 이뤄냈다”며 재빨리 우승 소식을 전했고, 지지통신은 “일본 남자골프의 간판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싸워온 마쓰야마가 마침내 벽을 깼다”고 의미를 부여하는 등 일본 열도는 마쓰야마 우승에 열광했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일본에 용기와 감동을 선사했다”고 말하는 등 각계각층 유명 인사들이 마쓰야마에게 축하를 보냈다. 차량 전복 사고로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타이거 우즈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마쓰야마는 일본의 자랑이다. 엄청난 성과를 거둔 당신과 일본에 축하를 전하고 싶다. 이번 우승은 전 세계 골프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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