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루키에서 간판, 청년에서 학부형…나성범 자란 만큼 강해진 NC

입력 2021-04-15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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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나성범(왼쪽)이 지난해 10월 3일 창원 삼성 라이온즈와 더블헤더 제1경기를 앞두고 시구를 마친 아들 정재 군(가운데)에게 공을 건네고 있다.  사진제공|NC 다이노스

시작은 막내 구단의 막내 투수였다. 하지만 팀은 디펜딩 챔피언의 자격으로 2021년을 맞이했고, 앳됐던 투수는 리그 대표 타자가 됐다. 그렇게 함께 자라온 나성범(32)과 NC 다이노스의 10년, 강산이 변했다. 승리의 마스코트 같던 아들 정재(7) 군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며 나성범은 학부형이 됐다. 그렇게 그려온 나이테만큼 NC도 몇 배는 더 단단해졌다.

최근 만난 NC 관계자는 “세월이 참 빠르다. 어느새 나성범이 학부모가 됐다”며 껄껄 웃었다. 2013년 태어난 정재 군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야구장에 출근도장을 찍듯 다니며 팬들 사이에서 ‘승리요정’처럼 여겨지던 정재 군의 모습을 어쩌면 덜 자주 보게 될지도 모른다. 나성범도 “학원도 다녀야 할 거고, 배울 게 많지 않겠나. 오고 싶어도 못 올 날도 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아들 자랑에 열을 올렸다. 나성범은 “내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키도 크고 달리기도 빠르다. 강한 편이다. 야구를 한다면 정말 좋은 하드웨어인 건 분명하다”며 “일단 아들이 야구를 좋아한다면 (야구를 시킬)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대화 주제에 ‘육아’가 추가된 것처럼 나성범은 참 많은 부분에서 달라졌다. 2012년 신인드래프트 2차 2라운드로 NC 유니폼을 입었을 때 그의 포지션은 투수였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도 주목한 강속구를 지닌 왼손투수였으니 기대가 컸다. 하지만 김경문 NC 초대 감독은 나성범을 타자로 전향시켰다. 나성범은 2013년 NC가 1군에 진입한 시점부터 올해 14일까지 9년간 946경기에서 타율 0.317, 182홈런, 742타점을 때려내며 국가대표 외야수로 성장했다.

변화는 포지션뿐이 아니다. 이제는 팬들과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NC가 창단 첫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차지한 직후, 나성범의 셀프카메라 영상은 또 하나의 화제를 낳았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던 나성범은 고배를 마신 뒤 귀국했고, 올해 초 자가격리 중 소셜미디어(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팬들에게 인사를 전했다. 나성범은 “앞으로도 가끔씩이나마 팬들과 이야기를 나눌 생각”이라고 밝혔다.

NC 나성범(가운데)이 13일 인천 SSG전에서 시즌 3호포를 때려낸 뒤 자신의 배트에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캡처|MBC스포츠플러스


세리머니도 적극적으로 했다. 나성범은 13일 인천 SSG 랜더스전에서 시즌 3호 아치를 그린 뒤 덕아웃으로 돌아와 자신의 배트에 입을 맞췄다. 182개의 홈런을 쏘아 올리는 동안 볼 수 없던 광경이다. 나성범조차 “특별한 의미는 없다. 의도한 건 아니고, 홈런 친 뒤 나도 모르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야구에 대한 목마름이다. 나성범은 “아직 100% 컨디션은 아니다. 훈련을 통해 감을 더 끌어올리려고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런 나성범의 시즌 성적은 타율 0.282, OPS(출루율+장타율) 1.000이다. 타율은 다소 떨어지지만 생산력은 최고 수준이다. 이처럼 변하지 않는 욕심은 나성범의 가장 큰 무기다.

세월이 흐르고 상황이 달라져도 변하지 않는 가치는 분명히 있다. 막내 딱지를 떼고 어엿한 강팀으로 자라난 NC엔 ‘첫 프랜차이즈 스타’ 나성범이 그런 존재다.

인천|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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