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리포트] 다시, 화수분…두산 젊은 피들의 포지션은 ‘백업’ 아니다

입력 2021-04-18 17: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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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 경기가 열렸다. 9-1 승리를 거두며 위닝시리즈를 챙긴 두산 선수들이 하이파이브 하고 있다. 잠실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화수분 야구. 십수 년째 두산 베어스를 상징하는 문구다. 두산이 곧 한국야구의 요람이라고 표현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정상급 선수들을 배출해냈다. 이제는 화수분이 마를 때도 됐다는 시선도 있었지만 여전히 두산은, 그들의 화수분은 강하다. 센터라인이 모두 부상으로 이탈했음에도 주간 승률 5할을 맞추며 저력을 보여줬다.

두산은 18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9-1로 이겨 올 시즌 첫 ‘한 지붕 두 가족’ 매치 위닝시리즈를 따냈다. 승률 5할로 한 주를 마감했고 시즌 전적도 7승6패(승률 0.538)를 마크했다. 선발투수 아리엘 미란다가 5이닝 무실점에도 투구수 113개로 에이스 역할을 해내지 못했지만 타선과 수비의 힘이 그 아쉬움을 채웠다.

시즌 초부터 주전들이 줄부상을 당했음에도 백업의 힘으로 만들어낸 성과다. 특히 팀의 척추로 불리는 센터라인에 부상이 집중됐다. ‘캡틴’ 오재원은 흉부 타박상 여파로 10일 1군 말소됐다. 여기에 셋째 아이를 얻은 김재호가 16일 경조사 휴가를 썼다. 같은 날 경기 중엔 박세혁이 상대 투구에 얼굴을 맞아 안와 골절상을, 중견수 정수빈이 내복사근 손상을 입었다. 박세혁은 장기 이탈이 불가피하며 정수빈도 복귀까지 열흘 이상은 필요할 전망이다. 김재호와 오재원의 복귀까진 오래 걸리지 않을 전망이지만, 센터 라인이 붕괴된 채 라이벌과 마주하게 됐다.

두산 김태형 감독. 스포츠동아DB



두산은 16일 잠실 LG전에선 0-1로 패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이날 경기 후 백업 선수들을 불렀다. 이 자리에서 “누가 너희들의 포지션을 물어보면 ‘백업입니다’라고 할 것인가. 경기에 나가면 주전이다. 주전 선수답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기회가 오면 잡아야 한다. ‘백업으로서 이 정도 했다’고 웃으며 집에 가선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 감독의 일침은 시리즈 뒤집기의 거름이었다. 17일 경기서는 유격수 안재석과 중견수 조수행의 엄청난 수비를 앞세워 3-1 승리를 거뒀다. 18일 경기에서도 이들의 활약은 그대로였다. 0-0으로 맞선 2회초 대거 6득점으로 초반에 승부를 갈랐는데, 이 과정에서 안재석과 조수행은 출루로 흐름을 이었다.

박세혁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마스크를 쓴 포수 장승현도 이틀간 18이닝 2실점으로 투수진을 리드했다. 안재석이 5타수 1안타 1득점, 조수행이 4타수 1안타 2볼넷 1도루 2득점, 박계범이 2타수 1안타 1득점을 기록했다. 백업들이 대거 출장한 경기에서 두산의 올 시즌 첫 선발전원안타가 나왔다는 건 의미하는 바가 적지 않다.

다시 화수분이 돈다. 주축들이 돌아오기까지 시간을 버는 개념이 아니다. 그라운드 위에선 동등한 자격으로 전쟁을 펼치는 것이다. 그들의 싸움이 치열해질수록 두산은 강해진다. 십수 년간 증명해온 두산의 강팀 제조 법칙이 올해도 시동을 걸고 있다.

잠실|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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