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 MVP] 37세, 실전 없이 98구…자기관리 화신이 롯데에 있다

입력 2021-04-20 21: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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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노경은. 스포츠동아DB

마지막 실전 후 꼬박 한 달. 그 흔한 연습경기 실전도 없었다. 그러나 벤치는 100구 안팎의 투구를 맡겼다. 19년간 쌓은 경험과 철저한 자기관리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채식의 힘일까. 노경은(37·롯데 자이언츠)이 괴력을 발휘했다.

롯데는 20일 사직 두산 베어스전에서 10-5로 승리하며 2연패에서 벗어났다. 1-1로 맞선 3회말 안치홍의 그랜드슬램 포함 5안타 4볼넷으로 8득점하며 순식간에 승부를 갈랐다.

넉넉한 지원 득점에 선발투수 노경은의 어깨도 가벼워졌다. 노경은은 6이닝 6안타(3홈런) 2볼넷 2삼진 3실점으로 시즌 첫 등판에서 깔끔히 승리를 기록했다. 2회초와 4회초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6회초에 김재환에게 홈런을 허용했지만 모두 솔로포라 내상이 크지 않았다. 포심과 투심 합쳐 속구는 34개였는데, 슬라이더가 38개에 달했다. 이외에도 체인지업, 커브, 너클볼 등 노경은의 팔색조 투구에 두산 타자들은 좀처럼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다.

롯데는 댄 스트레일리~앤더슨 프랑코 외국인 원투펀치에 박세웅~이승헌~김진욱으로 개막 로테이션을 꾸렸다. 캠프 때 선발 경쟁을 펼쳤던 서준원은 불펜으로 활용한 반면 노경은은 2군에서 출발했다. 일찌감치 이번 두산 3연전 등판을 통보했으니 몸 만들 시간은 충분했다.

하지만 노경은은 퓨처스(2군)리그에서 단 한 차례도 실전을 소화하지 않았다. 공식경기는 물론 연습경기도 따로 소화하지 않았다. 노경은의 마지막 실전은 3월 22일 사직 SSG 랜더스전(4이닝 2실점)이었다. 이날 두산전이 29일만의 1군 실전이었다.

일반적으로 이처럼 실전이 뜸한 선수에겐 시간이 필요하기에 첫 등판에서 어느 정도 투구수를 제한한다. 그러나 허문회 롯데 감독은 이날 경기 전 “따로 투구수 제한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노경은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허 감독은 “노경은에게 선택지를 줬는데 실전 없이 불펜피칭만 소화하겠다고 했다. (노)경은이는 원래 실전보다 불펜에서 더 많이 던지는 스타일이다. 사람마다 스타일이 다르니까 그걸 존중했다”고 강조했다.

6회를 제외한 매 이닝 주자를 내보냈지만 실점은 솔로홈런들로만 허용했다. 최고구속도 포심 144㎞, 투심 143㎞로 지난해 쾌조의 컨디션일 때에 비해 떨어지지 않았다. 감독은 신뢰를 보였고, 선수는 보답했다.

노경은은 2019년 가을부터 채식을 시작했다. 지난해 1월부터는 돼지, 소, 닭은 물론 생선까지 먹지 않는 쪽으로 강도를 높였다. 필수 단백질은 콩고기 등으로 채웠다. 올해 스프링캠프 땐 오히려 체중을 증량한 채 나타났다. 노경은은 “나이를 한 살 더 먹은 만큼 스태미너를 신경 써야 한다. 살이 아닌 근육으로 100㎏까지 찌웠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그 결과가 올 시즌 첫 등판부터 나타났다. 불혹에 가까운 세월. 여기에 일반적인 루틴까지 깼지만 결과는 최상이었다. ‘비건 은총’이 다시 한번 노경은을 감쌌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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