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최정. 스포츠동아DB

SSG 최정. 스포츠동아DB


SSG 랜더스 최정(34)은 KBO리그를 대표하는 홈런타자다. 데뷔 2년째인 2006년부터 올해까지 16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을 쏘아 올리며 역대 최초의 기록을 써냈다. 그뿐 아니라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두 시즌(2014~2015년)을 제외한 매년 20홈런 이상을 터트리며 2차례나 홈런왕(2016·2017년)을 차지한 괴력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정확한 타격에 안정된 3루 수비까지 더하면, ‘야구천재’라는 칭호가 매우 잘 어울린다.

홈런타자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타순은 4번이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최정에게 4번타순은 오히려 생소한 위치였다. 2005년부터 2020년까지 4번타순에서 타율은 0.264(220타수 58안타)에 불과했다. 2번과 1번, 9번 다음으로 적은 타석을 소화했다. 4000타석 이상을 소화한 3번타순이 가장 익숙했다. SSG가 제이미 로맥 등 장타력이 뛰어난 타자를 4번에 배치하면, 3번타순의 최정과 정면승부를 벌여야 하는 상대 배터리 입장에선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올해는 다르다. 생소함을 모두 지웠다. ‘4번타자 최정’으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시즌 초반 3번타순에서 타율 0.256(82타수 21안타), 2홈런, 8타점으로 부침을 겪자 김원형 SSG 감독은 최정을 4번에 배치하는 변화를 꾀했고, 이 전략은 완벽하게 적중했다. 최정은 19일까지 4번타순에서 타율 0.447(38타수 17안타), 8홈런, 19타점을 기록했다. 18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서 KBO리그 역대 최초의 16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의 새 역사를 쓴 타순도 4번이었다.

애초에는 최주환의 햄스트링 부상으로 어쩔 수 없이 맡았던 측면이 있지만, 지금은 연일 4번타자에 걸맞은 활약을 뽐내고 있다. SSG가 팀 4번타자 타율 1위(0.342)를 기록 중인 데는 최정의 공이 절대적이다.

세부 기록을 살펴봐도 4번타자 최정의 파괴력은 엄청나다. 안타(17개) 대비 장타(12개) 비율이 무려 70%에 달하고, 장타율(1.184)과 출루율(0.500)을 더한 OPS는 무려 1.684다. 인플레이 타구만 만들어내면 안타 확률이 63%에 달하니 상대 배터리 입장에선 맞혀 잡는 볼 배합을 가져가기도 어렵다.

주축 선수들의 이탈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4번타자가 꾸준히 해결능력을 보여준다면 변수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 역할을 해내고 있는 주인공이 바로 최정이다. ‘슈퍼스타’ 호칭이 아깝지 않은 이유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