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난다. 요즘 인터넷체로 쓰면 ‘씐난다’. 가슴이 시원하고, 웅장해져버린다.
‘성악가가 들려주는 우리 민요 메들리’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이 싱글 음반은 크로스오버 소프라노 신델라와 그의 ‘전속 중창단’이라 할 수 있는 델라벨라 싱어즈가 녹음했다. 참고로 신델라와 함께 하는 그룹으로는 ‘전속 악단’ 델라벨라 밴드도 있다.
최근 방송에서도 종종 모습을 보이고 있는 델라벨라 싱어즈는 테너 2명(김대천 이희준), 바리톤 2명(이효범 신배윤)으로 구성된 남성 4중창단이다. 모두 서울대 성악과 출신으로 역시 서울대 출신인 신델라의 후배들이다.
신델라와 델라벨라 싱어즈는 4분 44초 동안 신명나는(4번째 등장하는 한오백년을 제외하면) 민요 메들리를 들려준다.
“들어오시오”하고 문을 느릿하게 여는 듯한 쾌지나 칭칭 나네로 시작해 “날 좀 보소, 날 좀 보소”의 밀양아리랑, “어랑 어랑 어허야 어야 디야 내 사랑아”의 신고산 타령, “한 많은 이 세상 야속한 님아”의 한오백년을 거쳐 “아리랑 음음음 아라리가 났네”의 진도아리랑까지 숨 가쁘게 달려간다.
이어 사물놀이의 간주가 등장한 뒤 “얼럴럴거리고 방아로다”의 경복궁타령으로 곡을 마무리한다. 마침표는 “얼쑤!”로 후련하게 찍었다.
소프라노와 남성 중창단의 조합이 노래하는 민요는 기대 이상으로 근사한 경험을 선사했다. 레체로 소프라노인 신델라의 날아갈 듯 가볍고 맑은 음색과 남성 4중창단의 시원시원한 근육질 소리가 섞이니 상당히 재미있는 음악이 되었다. 이탈리아 여행 중 우연히 한식당에서 먹은 육개장이 눈이 반짝 뜨일 만큼 맛있는 느낌이다.
이 음반의 뒤편에는 국내 대중음악계의 실력자들이 있다. 마마무, BTS, 이선희, 아이유, 백지영, 더원 등 최정상 가수들과 작업했으며 ‘스트링 편곡’의 거장으로 불리는 RBW의 권석홍 감독이 프로듀서를 맡았다. 여기에 러블리즈, 포르테 디 콰트로, 소향 등 최고의 가수들과 작업한 최진일 감독이 공동 프로듀스와 편곡을 담당했다.
‘우리 민요 메들리’에서 신델라와 델라벨라 싱어즈의 조합은 마치 독주악기와 콰르텟 같이 들리는데 이는 이들의 다른 음악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개성이다.
예를 들면 플루트(클라리넷은 확실히 아니다)와 바이올린 2대, 비올라와 첼로의 구성으로 플루트의 화려한 독주를 콰르텟이 똘똘 뭉쳐 지원하고, 하이라이트에 이르러서는 전체가 한 목소리로 정점을 향해 치고 올라간다.
그 ‘맛’이 시원하고 감칠맛이 나 자꾸만 귀수저가 간다. 얼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